中·日 은행은 뛰는데…위기 자초한 국내 은행 도태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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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07-23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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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글로벌 금융위기로 아시아 금융회사들의 국제 금융시장 진출이 확대되면서 다양한 분야에서 역할과 비중이 증대하게 될 것이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지난 5월 서울 시내에서 열린 한 콘퍼런스에 참석해 이같이 강조했다.

김 위원장의 예상은 중국과 일본 등 다른 아시아 국가에서는 현실로 이뤄지고 있지만, 정작 국내 금융권은 대내외적인 악재에 둘러싸여 몸사리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경제난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을 이끌 새로운 주역으로 각광받고 있는 아시아 지역의 삼각축인 한국·중국·일본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중국과 일본 은행들은 막강한 자금력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어 글로벌 금융영토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데 비해 국내 은행들은 수익성 악화와 신뢰도 하락으로 비상경영체제를 들먹일 만큼 어려운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 "아시아는 좁다"… 세계로 뛰는 中·日

지난 5월 9일 중국 금융사에 한 획을 그을 만한 사건이 벌어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가 중국 공상은행의 뱅크오브이스트아시아(The Bank of East Asia) 미국법인 인수를 승인한 것이다.

이로써 중국 은행들의 미국 진출이 탄력을 받게 됐다. 그동안 미국 정부가 전략산업으로 분류해 철저하게 봉쇄해 왔던 미국 금융시장의 빗장이 풀린 것이다.

비슷한 시기에 중국은행과 중국농업은행도 시카고와 뉴욕에 지점 개설 승인을 받았다.

미 연준은 성명을 통해 "중국 은행들은 세계적인 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를 받고 있고 회계제도와 관행이 믿을 만하지 못하다는 증거도 없다"고 밝혔다.

글로벌 금융시장 내 큰 손으로 부상한 중국 은행들의 영향력을 더 이상 무시하기 어렵게 됐다는 자기 고백이다.

유럽도 차이나머니의 공습에 흔들리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중국 최대 증권사인 중신증권은 지난 20일 프랑스의 리요네증권을 인수했다. 중국 금융회사들의 약점으로 지적돼 왔던 투자은행(IB) 부문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일본 은행들은 자금난을 겪고 있는 미국과 유럽 은행들을 대신해 세계 무역금융시장의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아시아·태평양 지역 무역금융시장에서 일본 은행들의 점유율은 올해 들어 2.5배 급증했다.

올해 1~5월 중 일본 최대 은행인 미쓰비시UFJ은행의 아·태지역 무역금융 점유율은 19.3%로 2위인 HSBC(9.9%)보다 2배가량 높았다.

미쓰이스미토모는 9.1%로 3위를 차지했으며, 미즈호는 7위에 이름을 올렸다. 같은 기간 유럽계 은행들의 점유율은 절반으로 감소했다.

◆ 국내 은행, 수익성·신뢰도 하락에 사면초가

아시아 금융시장이 약진을 거듭하고 있지만 국내 은행들은 잇따른 악재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국내 은행들의 1분기 당기순이익은 3조500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조원(22.8%) 감소했다. 경기침체에 따른 대출 부실화로 대손비용이 증가하고, 가계부채 문제 해소를 위해 금융당국이 대출 옥죄기에 나선 결과다.

그러나 한국 경제의 뇌관으로 평가받고 있는 가계부채 문제가 은행들의 무분별한 대출 확대 경쟁의 산물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누구 탓도 할 수 없다.

수익기반이 흔들리다보니 해외진출에도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국내 10개 금융지주회사가 전 세계 32개국에서 운영 중인 해외점포는 150곳으로 지난해보다 한 곳 줄어들었다. 해외점포가 감소한 것은 6년 만에 처음이다.

여기에 소비자 불신까지 더해져 국내 금융시장 내 지위를 유지하기도 어려운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최근 불거진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담합 의혹이 대표적인 사례다. 현재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가 진행 중인 만큼 현재 금리 조작 여부를 확언하기는 어렵지만 금리를 불투명하게 운용해 위기를 자초한 측면이 있다.

일각에서는 CD 금리에 대한 조사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지적까지 제기하고 있다. 조만간 당국이 은행의 여·수신 전반에 걸친 점검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은행에 대한 신뢰가 어느 정도로 떨어져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한 금융권 인사는 "금융위기가 국내 은행들에는 기회로 작용할 수 있었는데 이를 스스로 차버린 꼴"이라며 "금융당국의 관치와 비난여론만 원망할 게 아니라 이제부터라도 신발끈을 고쳐 매고 새로 출발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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