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해법에서부터, 경기부양방식, 취득세 감면, 무상보육대책 등 굵직한 경제현안들이 정치권의 눈치를 보느라 표류하는 현상이 심해지고 있는 것.
정치권은 표를 의식해 과도한 복지공약 경쟁에만 급급하고, 정부는 미래권력의 눈치를 보느라 위기해법을 두고 서로 다른 경기진단과 분석을 내놓으면 처방도 상이해지고 이 과정에서 마찰과 갈등이 불가피해진다.
여기에 대선의 해를 맞아 사회 각계 직능 및 이익단체의 제 몫 챙기기도 분출하고 있다. 이는 오는 12월 대통령 선거와 임기 말 레임덕까지 맞물려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달 내외신 언론 인터뷰에서 “DTI를 풀어도 부동산 경기는 제자리에 있고 가계부채만 늘리는 게 아닌가 싶어 못한다”며 규제 완화에 반대했지만, 하루가 다르게 경제상황이 나빠지면서 일부 규제 완화로 입장을 바꾸게 됐다.
DTI는 비율조정에 따라 주택거래가 늘거나 줄고, 가계 빚이 팽창하고 줄어드는 양날의 칼이어서 섣불리 손대기 어려운 사안이다. 정부의 고심도 여기에 있었다. 부동산 경기가 냉동상태인데도 가계 빚은 늘어나고 있으니 말이다.
DTI 완화가 돈 빌릴 여력이 있는 계층의 부동산 투기수요를 자극한다는 문제점이 없지 않다. 청와대 토론에 대해 민주통합당에서 “부동산 시장에 투기 시그널(신호)을 보냈다”는 비판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여당 지도부는 물론, 여야 등 정치권 내에서도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DTI를 완화하면 주택경기가 살아날 지, 가계부채는 얼마나 악화할 지 전문가들의 의견도 분분한 상황에서 다분히 표 계산을 기준으로 사안을 해석하는 형국이다.
황우여 당 대표는 2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정부의 입장에 ‘환영한다’며 손을 들어 준 반면,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브레인 중 한 명인 이혜훈 최고위원은 “빚을 더 늘리는 대책”이라며 반대하고 나섰다.
민주통합당은 “DTI 완화 계획을 철회하라”며 강력 비판했다.
재정건전성 또한 누구나 공감하는 가치이지만 세부내용으로 들어가면 입장은 달라진다.
정부는 작년 말 현재 34% 수준인 국가채무비율을 2015년부터 30% 아래로 낮추기 위해서는 내년 균형재정 달성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당연히 재정수지를 악화시키는 추가경정예산 편성에도 부정적이다.
하지만 선거를 앞둔 정치권은 글로벌 위기 여파로 국내외 경기가 하루가 다르게 급락하는 상황에서 추경예산 등을 포함한 정부의 재정확대 정책이 절실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야를 막론하고 표가 우선이지 균형재정 목표는 뒷전이다.
영유아 무상보육대책은 경제정책 난맥상의 결정판이다. 새누리당이 내년부터 0~5세 무상보육을 줄기차게 부르짖고 있는 데 대해 김동연 재정부 제2차관은 0~2세의 경우 선별 지원해야 한다고 언급해 논란을 초래했다.
즉각 새누리당의 반발이 이어지자 재정부 측은 “앞으로 있을 공청회에서 대안이 마련될 것”이라고 한발 물러서 당정이 정책불신을 부추긴다는 비판을 받았다.
민간 경제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정부는 임기 말일수록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고 올바른 정책을 펴야 한다”며 “여야도 인기영합, 지역영합, 재벌영합 등 퇴행적 정치관행을 버리고 성장동력 창출 및 서민과 중소기업을 살리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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