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후보자는 지난 11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각종 의혹이 불거지기 시작한 이후, 보름 만에 사퇴했다.
앞서 김 후보자는 각종 의혹이 불거지면서 자진사퇴를 요구하는 야당의 파상 공세에도 완강하게 버텨왔다.
위장전입, 부동산투기, 다운계약서, 세금탈루, 아들 병역근무 특혜, 제일저축은행 수사와 전 태백시장 수사 개입 등의 의혹에 대해 일일이 해명자료를 내면서 끝까지 결백을 주장했다.
새누리당은 이후 본회의 자유투표로 임명동의 가부를 결정하자고 했으나, 민주통합당은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불가 입장을 고수하는 등 팽팽하게 맞서 대법관 임명동의안 처리는 한동안 교착상태에 빠졌다.
이 가운데 대법관 공백 사태의 장기화로 인한 대법원 파행 운영에 대한 우려가 확산됐다. 실제로 대법원은 2부의 양창수 대법관이 1부로 가서 재판을 하는 사상 초유의 ‘대직(代職)’ 체제까지 가동했다.
급기야 일선 판사들까지 나서 김 후보자에 대한 반대 의사를 표명하기 시작했다.
지난 23일 송승용 수원지법 판사는 법원 내부통신망 ‘코트넷’에 “사법부 구성원의 한 사람으로서 현재까지 언론을 통해 알려진 결격사유만으로도 김 후보자가 대법관으로서 직무를 수행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이어 다른 판사도 김 후보자에 반대한다는 댓글을 다는 등 반대여론이 급속히 확산되는 등 법원 내부의 반발이 김 후보자를 중도 하차하게 하는 결정타가 됐다는 분석이다.
여당의 지원을 받아 국회 본회의에서 임명동의를 얻어낸다 해도 도덕성 시비로 인해 권위가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실추돼 대법관으로서 제 역할을 하기는 무리라는 판단을 내리게 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강창희 국회의장과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가 긴급회동을 갖고, 김 후보자 불가 방침을 법무부에 통보한 직후 자진사퇴가 이뤄졌다는 관측도 나왔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김 후보자가 좀 더 일찍 사퇴 결심을 할 수도 있었으나, 낙마에 따른 파장을 우려한 검찰 수뇌부의 반대로 결심이 늦어졌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김 후보자의 낙마는 그 자체로 검찰에 적지 않은 타격인 데다, 자칫 13명의 대법관 중 관례상 검찰 몫으로 배정돼온 한 자리마저 잃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편 결과적으로 검찰은 지난 2009년 기업가와의 부적절한 처신이 드러나면서 인사청문 과정에서 중도 낙마한 천성관 전 검찰총장 후보자 때의 악몽을 다시 떠올릴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