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공사가 수 년째 지속된 적자구조를 탈피하기 위해 곳간 문을 걸어잠그는 초긴축 비상경영으로 허리띠를 바싹 졸라매고 있다.
한전 관계자는 29일 “고강도의 자구노력과 지난해 두 차례 전기요금 인상에도 불구하고 연료비 상승과 구입 전력비 증가 등으로 올 상반기 적자폭이 크게 늘어났다”며 “안팎의 악재가 거듭되면서 올 하반기를 창사 이래 최악의 위기 상황으로 보고, 비상경영 태세의 고삐를 더욱 죌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한전은 이달 초 비상대응계획을 기존 2단계에서 3단계로 상향조정하고, 재무최고책임자(CFO)를 TF팀장으로 상시 위기관리시스템을 적극 가동하고 있다.
또 초긴축 예산운영 계획에 따라 하반기 예산을 모두 회수했으며, 매달 필요한 예산을 배정·집행하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을 비롯한 한전의 전력 자회사들도 이러한 분위기에 편승해 불필요한 지출을 없애는 ‘짠물 경영’에 이미 돌입한 상태다.
한전은 올해 1조1000억원의 예산절감을 통해 전기요금 인상률 중 2.4%가량 자체 흡수한다는 목표다. 한전은 지난 4년간 연평균 1조4000억원의 원가 절감으로 매년 4% 이상의 인상요인을 자체적으로 상쇄한 바 있다.
조직도 국내와 해외사업, 두 부분으로 나눠 부사장 책임직제로 실적에 대한 압박을 강화했다. 그러나 이 같은 조직개편과 대응계획 조정에도 고유가와 전기요금 체계, 전력거래제도 개편 없이는 해마다 반복되는 대규모 적자상황에서 쉽사리 탈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전력업계의 중론이다.
한전은 “올해 총괄원가 중 구입전력비가 84%이고, 인건비 2.8%, 감가상각비 4.6%, 이자비용 등을 고려하면, 관리 가능한 비용이 많지 않다”며 “그러나 한전과 발전회사가 구매, 조달 제도의 개편, 신공법과 설계기준 개선 등 강도 높은 경영효율화로 원가 절감이 가능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전의 이같은 경영합리화만으로는 고질적인 적자구조를 탈피하기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원가에서 외적인 요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김중겸 한전 사장은 최근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업무보고에서 “한전의 적자 문제를 경영합리화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며 “원가에서 경영합리화에 해당하는 비중은 6%로 3조5000억원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김 사장은 “3조 5000억원 중에서도 인건비가 1조5000억원 수준”이라며 “경영합리화를 추진해야 하지만 원가에서 외적인 요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94%이기 때문에 전기요금 인상 등 외적 요인을 검토를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전의 자구노력이 빛을 발하려면 전기요금 현실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