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혈맥 자본시장 살리자> 채권시장의 활성화를 위한 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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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07-30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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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원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채권시장의 앞날에 빨간등이 켜졌다. 저금리 현상은 채권의 가치가 고평가돼 있고, 앞으로 추가적인 가치 상승이 쉽지 않은 불편한 시기가 도래했음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특히 명목금리에서 인플레이션을 뺀 실질금리가 0%에 불과한데, 이렇듯 낮은 실질금리는 투자자들의 채권에 대한 관심을 급격하게 떨어뜨린다. 이렇게 되면 채권시장은 위축될 수 밖에 없고, 채권시장의 위축은 금융시장 전반의 활력을 떨어뜨림은 물론, 가계 노후 대책을 어렵게 만드는 등 경제에도 부담이 될 것이다.

문제는 국내외 경제 환경을 볼 때, 이러한 상황이 더 이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사실 현재의 저금리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잔재에 다름 아니고, 글로벌 금융위기는 여전히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금융시스템 위험을 줄이고, 인플레이션을 통해 대출자들의 부담을 경감시키려는 저금리 정책은 위기 시 중앙은행이 꺼내 드는 가장 일반적 방법이다. 이를 반영해 미국, 유럽, 일본은 이미 0%에 근접하는 수준까지 정책금리를 내려 놓은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는 통화가치 방어로 수출경쟁력을 유지하려는 각국의 저금리 정책이 불가피하다.

게다가 이번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투자자들의 안전자산 선호 심리는 커지고, 안전자산의 규모는 줄었다. 단기금융시장에 집중돼 있는 자금은 높아진 안전자산 선호도를 시사하며, 줄줄이 이어진 선진국 신용등급의 강등은 그 만큼 안전자산을 찾기 어려워진 상황임을 의미한다. 또한 이 같은 상황은 우리나라 채권의 상대적 위상을 높여서, 안 그래도 가계부채의 급증, 고령화 등으로 잠재성장률이 떨어져 하락 압력이 큰 국내 금리를 경제 기초 여건보다 더 낮게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저금리 장기화 우려에 직면한 현재, 채권시장을 활성화시킬 방안은 없을까? 국내외 경제 및 금융시장 안정이 중요하겠지만, 다음의 몇 가지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첫째, 고수익채권시장의 활성화다. 자금 조달이 어려운 신생 기업들이 채권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세제 혜택 등 인위적 투자 유인책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시장가격’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예를 들어, 정부의 기업 지원이 이어지면, 시장가격대로 자금을 조달할 기업은 없고, 고수익채권시장 활성화는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둘째, 다양한 발행 주체와 투자자가 시장에 유입되도록 해야 한다. 먼저 발행 주체의 다양화를 위해서는 해외 기업들의 국내 원화·외화 채권 발행을 유도하고, 금융기관들이 이를 이용한 상품을 활발하게 판매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거래 시스템을 더 투명하고 간소하게 만들어서, 투자자들이 이용하기 편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스크린 매매나 장내 거래의 활성화는 이 같은 맥락에서 여전히 중요한 과제 중 하나다.
셋째, 펀드 등 간접투자상품을 다시 활성화시켜야 한다. 고수익채권시장의 활성화나 발행 주체의 다양화는 전문적인 위험관리 기법을 요한다. 즉, 전문적 분석과 분산투자가 어려운 개인 투자자보다는 전문 투자자 위주의 시장이 형성돼야 한다.

저금리는 이제 받아들여야 할 현실이다. 지혜롭게 극복해 저금리 현상이 경제와 금융시장 전체를 위축시키지 못하도록 다양한 방안들을 만들어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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