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7월 현재 정부가 발행한 재정증권 잔액은 8조1000억원이다. 정부가 한은에 빌린 차입금도 한때 11조원을 넘겨 둘을 합한 재정자금 일시차입은 18조원을 넘어섰다. 이달 30일 현재 5조8000억원을 상환해 일시차입금 잔액은 13조3000억원 수준이다.
정부는 2012년도 예산안을 짤 때 재정자금 최고한도액을 15조원으로 잡았다가 연말 국회 협의 과정에서 한도액을 20조원으로 올린 바 있다. 유로존 재정위기가 장기화하자 ‘빚을 낼 수 있는 한도’를 확대한 것이다.
재정자금 일시차입이란 정부가 돈줄이 말랐을 때 쓰는 ‘급전’이다. 정부가 재정증권을 발행하거나 한은에서 대출받아 조달된다. 재정증권 만기는 1∼3개월이고 한은 차입은 빌린 해에 갚아야 한다.
문제는 정부가 올해 재정증권 발행을 크게 늘렸음에도 한은에서 일시 차입한 액수 역시 급증했다는 점이다. 일시차입금이 늘어나면 정부의 입출금 때문에 시중통화량이 변동돼 한은의 신용통화정책에 악영향을 미친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에 정부의 한은 차입액은 1조1000억원에서 2009년 22조9000억원으로 급증했다. 2010년에는 8월까지만 40조3000억원을 빌렸다. 그러나 2009∼2010년 재정증권 발행은 전혀 없었다.
감사원과 국회가 2010년에 이를 지적하자 지난해 정부는 5년 만에 재정증권 발행을 재개해 모두 11조7000억원을 조달했다. 그 덕에 한은 차입액은 8조원으로 줄었다.
올해는 3월 5조원, 4월 4조원, 5월 4조원, 6월 4조원, 7월 2조원 등 모두 19조원의 재정증권을 발행했다. 그런데도 정부의 한은 차입은 작년보다 되레 급증했다. 정부는 지난해 한은에서 모두 8조원을 빌렸지만, 올해는 7월 중순까지 차입 잔액이 11조원을 넘어섰다.
상환액까지 포함하면 빌린 총액은 더 많다. 정부가 극심한 돈 가뭄을 겪고 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이에 대해 재정부는“상반기 재정 조기집행에 필요한 일시 부족자금은 재정증권 발행을 통해 조달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며 “시장에서 소화가 가능하지 않은 분기말 재정지출 소요에 한해 예외적으로 한은 일시차입으로 조달했고, 한은 차입규모 및 시기를 한은과 사전에 충분히 협의해 통화 신용정책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했다”고 해명했다.
재정부 관계자는 “정부가 조달한 일시차입금은 대규모 세수가 납부되는 시기에 단계적으로 상환해 올해 회계연도중 전액 상환할 계획이다”며 “누적 문제는 없다” 고 설명했다.
재정증권 발행과 한은차입이 동시에 늘어난 것은 정부가 재정 조기집행에 박차를 가했기 때문이다. 경제 회복을 위해 재정을 조기에 집행하면서 재원이 부족할 때 정부의 일시차입이 급증하는 사례가 많다.
정부는 상반기 연간 재정집행 계획 276조8천억원의 60.9%인 168조6000억원을 소진했다. 이 때문에 세수유입과 재정지출의 속도에 차이가 발생, 급전이 필요해진다. 예산은 먼저 쓸 수 있지만 세금은 미리 걷는 게 불가능한 까닭이다.
하반기 2%대 경제성장률이 기정사실화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재정자금의 한도까지 급전을 조달해 쓰는 양상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상반기에 재정 여력을 집중한 만큼 하반기 추가 경기부양을 위해 쓸 카드가 별로 남아있지 않은 탓이다.
하지만 하반기에 세계 경기 침체에 따른 수출 둔화, 기업 실적 악화, 내수부진이 겹치면 국세청이 올해 세입예산을 맞추기 더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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