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에서 해조를 일상식으로 섭취 해 온 나라는 우리나라와 일본 정도이다.
그 밖의 나라에서 해조는 물고기의 양식일 뿐 사람이 먹는 음식의 재료로는 사용하지 않는다.
그러나 요즘 서양에서도 웰빙바람을 타고 대다수의 영양학자들이 건강음식으로 해초를 섭취할 것을 권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미국과 서유럽 등 주로 선진국에서 두드러지는데 이 나라들은 육식위주의 오랜 식습관으로 인하여 비만과 심혈관계통의 성인병이 만연하면서 이를 타개하기위한 방안을 오래전부터 연구해온 국가들이 대부분이다.
그들이 주목한 것은 바로 작고 마른 체구이면서도 장수하는 동양인들의 생활 스타일, 특히 그중에서도 식습관이었는데 그 가운데 가장 많이 연구되는 식생활이 바로 일본인들의 그것이라 하겠다.
서양인들의 눈에 일본의 식생활은 매우 독특하면서 건강한 식생활로 비쳐졌고 이에 대한 분석을 통해 동양의 음식문화를 벤치마킹하기에 이르렀는데 그 가운데 가장 독특한 식습관으로 비쳐진 것이 바로 해초를 먹는다는 것이었다.
해초의 영양성분을 분석해 보면 칼슘, 요오드, 철 등의 무기염류가 많이 포함되어 있다.
이는 혈관경화를 막아 주고 장기적으로 상시 섭취하면 치아가 건강해지며 머리털이 윤택해진다.
또, 섬유질을 포함하고 있어 변비에도 좋고, 특유의 점액질(알긴산)이 창자의 소화운동을 높여 주는 등 여러 가지 건강에 이로운 점이 많다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해초를 이용한 비타민 등의 영양제도 활발하게 생산, 판매되면서 건강식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반드시 먹어야 하는 음식으로 해조를 손꼽고 있다.
하지만 간혹 해초와 해조를 혼돈하는 경우가 많아서 용어를 정리 할 필요가 있겠다.
해조와 해초의 분명한 차이는 해조는 바다에 사는 모든 식물을 말하는 것이고 해초는 그 가운데 종자로 번식하는 식물의 총칭이다.
그러므로 넓은 의미의 우리가 먹고 있는 바다식물은 해초에 국한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해조라고 표현하는 것이 모두를 포함하는 것이라 하겠다.
해조류는 전세계적으로 약 2000여종 이상이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 근해에는 500여종이 분포되어 있다고 알려지고 있는데 해조류가 중요한 이유는 식량자원이기 이전에 바다의 청정 상태를 알 수 있는 척도이기도 하다.
어떤 해조류가 어느 만큼 번식하고 있는가를 정기적으로 조사하는 것은 환경보호를 위해서 매우 중요한 작업이라 하겠다.
해조류를 분류할 때는 녹조류, 갈조류, 홍조류로 구분하고 다시 난해성, 온해성, 한해성으로 분류된다.
녹조류는 주로 얕은 바닷물속에 서식하면서 광합성작용이 활발하게 일어나서 초록색이 강한 파래나 클로렐라 등이 속하며 갈조류는 다시마, 미역, 톳 , 모자반, 감태 등이 여기에 속한다.
또, 홍조류(김, 우뭇가사리 천초), 가시리 등이 여기에 속한다.
즉 분포하는 해조류에 따라서 얕은 바다에서 깊은 바다까지의 오염도를 알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 가운데 우리나라사람들에게 가장 친숙한 해조류는 ‘미역’과 ‘김’을 꼽는다.
그러나 제주사람들은 톳, 모자반, 미역, 미역새, 가시리, 감태, 천초, 넙패, 파래, 청각 등 거의 모든 해조를 골고루 식용으로 이용했다.
그만큼 많은 종류의 해조류를 골고루 섭취했던 지역은 찾아보기 힘들다.
정확히 말하자면 한반도 해안지역은 해조류를 먹지 않은 지역이 없지만 기본적인 미역과 김, 파래 등 몇가지에 국한된 반면 제주는 해조류가 서식하기 유리한 생태환경을 보유하고 있어 다양한 해조류가 동시에 서식했고 제주사람들은 이를 알뜰하게 식용으로 활용 한 것이라 하겠다.
이는 해조류를 가장 많이 먹는다는 일본과 비교해도 다양성과 섭취량은 비교 할 수 없을 만큼 많고 다양하다.
일본의 경우 선호하는 해조류는 톳과 다시마, 천초, 김 등 서너가지 미만에 집중되고 있다.
섭취방법도 단순한 반면 제주사람들은 대부분의 해조류를 나물처럼 된장에 무쳐 먹거나, 젓국에 담가 먹거나, 국을 끓여 먹거나, 심지어 쌈 채소와 함께 쌈을 싸먹는 등 기상천외한 다양한 섭취 방법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점으로 미루어보아 전 세계에서 해조류를 가장 다양하게 가장 많이 섭취한 지역은 다름아닌 제주였다는 추정이 가능하지 않겠는가?
제주의 해조류 가운데 특히 활용도가 높았던 것은 톳과 모자반이다.
톳은 우리나라의 중부 이남에 비교적 널리 분포하고 있는데 특히 제주도와 서남해안에서 많이 생산되는 갈조류의 모자반과에 속하는 바닷말의 일종이다.
타지방에서는 다 자라도 5~60Cm정도로 자라지만 제주근해에서는 1m이상 자라기 때문에 성장환경이 제주도가 가장 좋은 것으로 나타난다.
보통 1월에서 3월까지의 차가운 바다에서 대량 채취되고 있다.
지금껏 톳의 생산량은 전남 완도와 진도지역에서 대부분이 생산되고 있는데 이곳에서는 80년대부터 일본으로부터 의뢰를 받아 톳을 양식하고 있기 때문에 대량 생산이 가능해 졌고 제주에서는 자연산만을 채취하고 있기 때문에 단순 생산량으로는 경쟁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자연산은 여전히 제주에서 가장 많이 채취하고 있고 특히 그 질감을 따져보면 전남해안의 톳은 3월에서 6월에 걸쳐 채취하면서 부드럽고 여린 톳이 생산되는 반면 제주의 자연산 톳은 꼬들꼬들하게 씹히는 질감이 뛰어나고 맛이 깊다는 평가를 받는다.
톳은 제주사투리로 ‘톨’이라 하며 보릿고개가 존재했을 당시 ‘톳밥’등을 지어 구황식품으로 이용하기도 했다.
특히 말려서 저장해 두었다가 여름철에 냉국으로 가장 많이 활용했고 우영밭의 채소와 곁들여 쌈 싸 먹을 때 고명으로 이용하기도 했고 나물처럼 무쳐 먹을 때도 초된장으로 무쳐먹거나 멜젓으로 무쳐먹는 독특한 방법을 이용했다.
일본의 경우는 톳의 가치를 일찍부터 눈치 채고 전국적으로 일상식으로 활용을 해 왔고 9월15일을 ‘톳의 날’로 지정해 놓고 톳 축제(히지끼 마쯔리)를 개최하는 지역이 있는가 하면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식품이라하여 학교급식에서 일주일에 1회이상 톳을 먹이는 것을 법제화 시킨 곳도 많다.
그리고 더 황당한 것은 일본에서도 톳이 생산되는데 우리나라 톳이 더 품질이 좋다고 하여 우리나라의 톳을 전량 수입해 간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본에서 유통되는 톳의 50%가 바로 우리나라 톳이라는 사실을 정작 우리는 모르고 있다.
과거에는 제주에서 생산되는 자연산 톳을 전량 수입해 가다가 수요가 증가하면서 완도, 진도 등지에 제주산 톳 모종을 이식해서 양식을 시키고 전량 수입해 가고 있는데 아직도 제주산 톳은 양식보다 더 맛있다고 인정받는다고 하는데 그렇게 우수한 제주의 톳을 우리는 너무나 흔하다보니까 좋은 줄 모르고 오히려 요즘은 과거보다 맛있는 음식이 넘쳐나서인지 섭취량이나 생산량이 많이 줄고 있어서 안타까울 뿐이다.
톳과 함께 활용도가 높은 해조는 모자반이다.
제주사람들은 ‘몸’이라 부르는데 이 또한 겨울에 채취하여 말린 상태로 연중 보관하면서 활용하는데 특히 집안 대소사에 빠지지않고 만들어 먹는 ‘몸국’의 주재료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제주가정에서는 고팡(창고)에 말린 상태로 보관해 두는 식재료였다.
그밖에도 자리젓국에 무쳐서 ‘몸지’를 만들어 먹거나 쉰다리 식초에 무쳐서 나물처럼 먹기도 했다.
천초는 일반적으로 우뭇가사리라고 하는 해조이다.
여름철이면 빼놓지 않고 만들어 먹었던 ‘우미 (우무)’의 재료로 늦은 봄에서 초여름에 걸쳐 채취하는데 바닷가에서 바로 널어 말렸다가 물에 넣고 끓여서 우미를 만든다.
제주산 천초는 이미 100여년 전부터 일본에서 전량 수입해 갈 만큼 그 품질이 매우 우수한 것으로 검증받았다.
천초는 일본에서 개발한 ‘한천’으로 가공되는데 한천이란 우리가 먹는 우무를 동결 건조 시킨 것이다.
일본인들이 이 한천을 이용하는 것을 보면 광적이라고 표현할 만큼 적극적이다.
전세계 한천 생산량의 80%이상을 일본에서 소비하며 한천 생산량도 50%이상을 일본에서 생산한다.
결국 한천 생산량은 천초 생산량과 다름이 아닌데 그렇게 많은 한천을 생산하면서도 외국산 천초를 현지에서 한천으로 가공해서 수입해 가고 있으며 제주산 천초로 만든 한천을 최상품으로 인정하고 수입해 간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리고 제주산 천초를 제주에서 한천으로 가공하지 않고 밀양과 담양에서 대부분 가공하고 있다는 사실도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다만 우리네 어머니들은 여름이면 우미 한사발 만들어 먹는 것을 가족을 위한 여름 별미로 알고 당신 능력 만큼만 준비하곤 하셨다.
그밖에도 미역은 바닷물속에 잠긴 갯바위에는 어느 곳에서나 쉽게 채취했는데 요즘은 가파도 등 바위로 형성된 섬에서 생산한 것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성산포와 우도의 넙미역은 그 진한 맛이 일품이라 평가 받는다.
음력 정월 한달 정도 채취하는 미역새도 줄기 없는 미역 같은 해조인데 제주사람들의 겨울 밥상에 국으로 끓여져서 오르곤 했다.
또한 가시리, 감태, 넙패 등은 된장국의 재료로 활용됐고, 파래, 청각 등은 냉국이나 무침으로 여름 밥상에 오르곤 했다.
이렇게 다양한 제주의 해조류는 서양식 식습관에 물들어있는 현대인들에게 다시 건강한 생활을 되찾아줄 수 있는 현명한 식탁의 첨병이 될 수 있음을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제주산 해조류로 차려진 제주의 바다 밥상은 상상만으로도 건강해지는 느낌이 들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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