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관계자들은 드라기 총재가 시장기대 만큼 완벽하게는 아니더라도 조만간 위기를 상당 부분 해소할 조치들을 실행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드라기 총재가 “ECB의 국채 매입은 구제금융기구인 유럽재정안정기금(EFSF)과 유로안정화기구(ESM)가 함께 나서야 가능하다”고 밝힌 점도 독일 등 일부 국가의 반대를 완화하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이다.
◇독일의 입장 변화 조짐=독일 중앙은행 분데스방크는 ECB의 국채매입 프로그램 등 시장개입을 강력히 반대해 왔다. 분데스방크는 시장개입은 ECB 본연의 임무가 아니며 유로존 국가들의 도덕적 해이를 초래하고 물가안정 기능에도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현재 상황에서 ECB의 개입으로 물가가 불안해질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
일간지 쥐트도이체 차이퉁은 지난 4일자 기사에서 “분데스방크의 좁은 시야가 현재 유럽의 현실에 적합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경제지 한델스블라트도 “독일 정부가 드라기 총재에 찬성하는 입장인 가운데 분데스방크가 고립을 자초할 위험이 있다”고 꼬집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볼프강 쇼이블레 재무장관은 지난달 26일 드라기 총재의 유로화 방어 발언에 대해 “유로화를 수호하려는 드라기 총재의 강력하 의지를 환영한다”고 말한 바 있다.
외르그 크레이머 코메르츠방크의 수석 이코노미는 “장기적으로 분데스방크는 최대 주주인 국민들의 뜻을 무시하지 못해 ECB를 지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CB 부양책 9월 예상= ECB는 그리스발 유럽 재정 위기 이후 지금까지 국채 매입 프로그램(SMP)을 두 차례 실행했다. 그러나 ECB는 올해 들어 스페인, 이탈리아 등의 국채 금리가 치솟아도 이를 실행하지 않았다. SMP는 중앙은행 본연의 임무가 아닌 별도의 특단 조치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국채금리가 계속 불안정하고 오는 9~10월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국채 만기 상환이 예정돼 있어 시장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9월 또는 10월 통화정책회의를 전후해 SMP가 재개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ECB가 SMP를 가동하려면 발언권이 센 독일 등의 견제를 극복해야 한다. 오는 9월 12일 독일 법원의 ESM에 대한 판결이 예정돼 있다.
드라기 총재는 ECB가 국채시장 상황을 보면서 일부 국채매입을 하고 본격적인 매입은 ESM 출범 뒤에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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