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적인 폭염과 열흘 연속 열대야가 지속되면서 전력 수급에 빨간불이 켜졌다. 예비전력이 300만kW 밑으로 떨어지며 지난해 9·15 정전사태 이후 처음으로 정부가 일부 업체에 전원 차단 조치를 하는 전력 수급 ‘주의’ 경보가 발령됐다.
6일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부터 전력사용량이 급증하면서 11시5분께 전력경보 주의단계를 발령했다. 예비율은 4%, 예비력이 불과 279만kW로 떨어진 것이다. 오전 10시15분께 예비전력이 400kW를 밑돌며 관심경보를 발령했지만, 전력사용량이 더 늘어나며 예비력이 20분 이상 300만kW 아래를 밑돌자 주의단계로 격상했다.
전력등급은 예비전력에 따라 준비(400만㎾ 이상), 관심(300만~400만㎾ 미만), 주의(200만~300만㎾ 미만), 경계(100만~200만㎾ 미만), 심각(100만㎾ 미만) 등으로 구분된다.
집단휴가에 돌입했던 자동차업계와 조선업계도 이번주 속속 업무에 복귀하면서 전력난을 가중시켰다. 지난달 28일부터 여름 집단휴가에 돌입했던 현대자동차의 경우 6일부터 생산라인을 다시 가동하기 시작했다.
특히 현대차와 함께 여름휴가에 들어갔던 울산 등지의 수백여개 협력업체들 역시 줄줄이 공장을 재가동한 것이다. 현대미포조선과 삼성중공업 직원들도 이날 여름휴가를 마치고 조업을 재개했다.
이번주 폭염이 정점에 달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산업계 업무복귀와 맞물리면서 전력난의 최대 고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더 심각한 것은 전력당국이 최근의 전력 수요 패턴을 따라가기 힘들다는 데 있다.
홍석우 지경부 장관은 이날 오전 긴급 브리핑을 갖고 “폭염과 열대야, 올림픽까지 겹치면서 전력소비 탄력이 이어지는 ‘탄성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전력 수요가 여러가지 변수로 인해 과거 패턴을 벗어난 형태로 움직이고 있어 최대한 전력 수요 억제에 협조해 달라”고 당부했다.
사상 유례없는 폭염과 올림픽 시청 등으로 심야 전력량까지 급증하면서 국민들의 절전 외에는 ‘백약이 무효’라는 얘기다.
실제로 전력당국은 휴가시즌인 오는 20일 이전까지는 전력수급에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봤지만 전력사용량이 예상 외로 급증하면서 2주 정도 빨리 전력 성수기가 불어닥쳤다. 정부는 9·15 정전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 전력예보 등 새로운 제도를 도입해 수요 관리에 나서고 있지만 최근에는 이마저도 무용지물이 되고 있는 셈이다.
전력 수급이 빠듯해지자 지경부는 이날 그동안 안전성 논란이 불거지며 가동을 중단한 고리 원전 1호기를 재가동하기로 했다. 그동안 소통 과정에서 고리 1호기 안전성에 대한 대국민 이해도가 높아졌고, 지역주민들과 재가동에 관한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이날 고리 원전 1호기가 재가동에 들어가면서 10일부터는 전력을 100%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58만kW 규모의 전력을 생산하는 고리 1호기가 정상화하면 하계 전력피크(8월 3~4주) 전력수급에 다소 도움이 될 전망이다.
한편 이날 최대전력수요는 오후 2∼3시에 평균 7429만㎾였고 예비전력은 279만㎾였다. 이는 올해 2월 2일 기록한 7383만㎾보다 높은 것으로 역대 최고치다. 순간 최대전력수요는 오전 8시에 기록한 7491만㎾였고 이때 예비전력이 254만㎾까지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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