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유럽 소비자들의 긴축은 식료품 분야에서 특히 눈에 띈다. 최근 수년간 미국 소비자들에 비해 두 배 이상의 식료품을 소비하던 유럽 소비자들이 끝 모를 경기침체 탓에 먹을거리도 줄인 것이다. 시장 조사업체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은 서부 유럽의 가구당 식료품 구입 비용이 올해 2.7%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자연히 외식비도 줄었다. 지난해 말 서유럽의 외식비는 2007년에 비해 13% 줄었고, 올해는 이보다 3.5% 더 감소할 전망이다. 소비자들은 목돈이 들어가는 자동차 구입도 꺼렸다. 유럽자동차제조업협회(EAMA)는 올해 상반기 신차 등록 건수가 1년 전보다 6.8% 줄었으며, 특히 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에서 감소세는 더욱 컸다고 밝혔다.
긴축 추세는 유로존 회원국 가운데 그나마 경제 사정이 나은 독일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독일 소비자들의 지난 6월 지출은 지난해보다 2.9% 늘었지만 전월인 5월에 비해 0.1% 줄었다.
이 같은 소비자들의 ‘허리띠 졸라매기’는 각종 지표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유로모니터는 물가상승률과 환율 등을 고려한 서부 유럽 소비자의 올해 지출은 0.9%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유로존의 소비자 신뢰 지수는 지난달 2009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소비자 신뢰 지수는 소비자에게 현재와 미래의 재정상태·경제 전반의 물가·구매조건 등에 대해 설문조사를 한 후 이를 토대로 경기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을 지수화한 것이다.
소비 위축은 기업의 실적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범유럽지수인 스톡스 600에 편입된 180여 개 기업의 2분기 이익은 지난해보다 12% 줄었다. 스페인어권 최대 통신사인 텔레포니카는 지난달 올해 배당금과 자사주 매입을 미루고 2013년 배당금도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선언했다. 텔레포니카가 배당금 지급을 연기한 건 지난 1930년대 이래 처음이다.
자메이카 육상선수 우사인 볼트를 광고모델로 영입하며 올림픽 특수를 기대했던 독일 스포츠 용품 업체 푸마도 상반기 순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실적이 줄어든 기업은 결국 비용 절감에 나서면서 자연히 고용도 줄어 가계 수입에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같은 악순환이 지속될 경우 유럽 경제의 회복은 더욱 요원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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