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될 만한 건 다 팔고 것도 안되면 사람도"..중견 건설사 현금확보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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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08-10 0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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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짜 자산도 매각..직원 1~2년새 50% 줄이기도

아주경제 정수영 기자= "현금 실탄을 확보하되 어떻게든 회사가 살아남는 데 총력을 기울이자. 이를 위해서는 사람도 예외가 아니다."

얼마 전 A 중견 건설사 경영진 긴급회의에서 경영진 한 명이 내뱉은 돌출발언이다. 당시 회의에 참석한 한 임원은 "이 위험한 발언에 모두들 놀란 표정이 역력했지만 어느 한 사람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유동성 확보에 비상이 걸린 중견 건설사들이 위기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한 마지막 몸부림을 치고 있다. 돈 될 만한 것은 모두 팔아 장전용 현금 실탄을 확보하되, 이것으로 안 될 경우 인력 구조조정까지 불사할 태세다.

이 같은 비상경영에 돌입한 건설업체들은 대부분 시공능력평가순위 상위권대 중견사들로,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유동성 자금에 큰 문제가 없던 회사들이었다. 하지만 국내 주택시장 침체기가 길어지자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이자를 견디지 못하고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 매각에 나서고 있다.

동부건설은 최근 자회사인 동부익스프레스 지분 49.9%를 매각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기로 했다. 무보증 신주인수권부사채(BW) 800억원어치를 발행하고, 7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한 데 이은 대규모 자금조달이다.

한라건설도 1550억원 규모의 오산물류센터를 군인공제회에 팔았다. 제주세인트포와 여주 세라지오 등 골프장 2곳(1100억원), 서울 금천구 가산동 한라하이힐(1725억원) 복합건물 매각도 추진 중이다. 이 회사의 1분기 말 기준 PF 대출 잔액은 1조1189억원에 이른다.

이랜드에 인수·합병(M&A)될 가능성이 큰 쌍용건설은 최근 서울 회현동 오피스 빌딩(2150억원)과 도렴동 오피스 빌딩(1000억원), 장충동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옛 타워호텔·810억원)을 팔아치웠다. 이 회사는 자산 매각으로 1조원이 넘던 PF 대출 잔액을 5000억원 수준으로 줄였다. 현재 추진 중인 용산구 동자동 오피스와 강북구 우이동 콘도 매각이 성사되면 PF 대출 잔액은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일부 건설업체들은 이 같은 방법으로도 견디지 못하고 결국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등에 돌입하기도 했다. 대표적인 회사가 삼환기업이다. 시공순위 31위인 이 회사는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약 1850억원 규모의 자산을 매각했다. 얼마 전에는 서울 소공동에 있는 6000㎡ 규모 토지를 부영주택에 넘겼다. 하지만 삼환기업은 유동성 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최근 법정관리에 들어가고 말았다.

이미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상태인 금호산업도 어떻게든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알짜 지분 매각에 나섰다. 이 회사는 지난 6월 말 금호고속 지분 100%와 대우건설(12.3%), 서울고속버스터미널(38.7%)의 지분을 팔았다. 매각대금은 약 9500억원에 이른다. 이 회사의 PF 대출 잔액은 1조7000억원이다.

일부 건설사들은 자산 매각에도 어려움이 따르자 인력 구조조정까지 불사하고 있다. 시공순위 10위권대인 B건설사의 경우 2010년 9월 말 기준 3700여명에 달하던 직원이 지난해 말 기준 1500명으로 50% 넘게 감소했다. 20위권에 속해 있는 C사도 2010년 말 2300여명에 이르던 직원이 지난해 말 기준 1170여명으로 절반가량 줄었다.

C사 인사담당 관계자는 "아직 경영위기 상태라고 할 순 없지만, 매년 10% 이상 희망 및 명예퇴직을 실시하는 등 몸집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며 "워크아웃에 들어가지 않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에 들어간 회사들은 사정이 더 심각하다. 대부분 2~3년 전에 비해 직원 수가 70% 가까이 줄어들었다. 법정관리에 들어간 E사는 직원 수가 10분의 1로 줄어든 상태다. 최근 법정관리에 돌입한 F사의 경우 직원의 35%를 한꺼번에 희망퇴직시키겠다고 밝혀 회사 노조측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업계에서는 중견 건설사들의 이 같은 자구노력에도 불구하고 시장 침체 상황이 내년까지 이어진다면 이들 중 상당수의 업체가 심각한 경영위기 사태에 직면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대한주택건설협회 관계자는 "주택 및 건설경기가 회복되지 않는 한 이미 한계에 다다른 건설사들은 고통의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다"며 "기업의 정상운영을 위한 적정자금 지원 및 일감(공공공사 수주물량) 확대 등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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