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축구 대표팀이 10일 오후 (현지시간) 영국 카디프 밀레니엄 스타디움에서 일본과의 2012 런던올림픽 축구 동메달 결정전에서2-0으로 완승 한국 올림픽 사상 첫 동메달을 획득한 홍명보 감독이 박주영 선수와 포옹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
한국 축구사를 새로 쓴 홍명보 올림픽 축구 대표팀 감독의 ‘형님 리더십’이 큰 화제다. 한국 축구 대표팀은 1948년 런던올림픽에 처음 출전한 뒤 64년만에 동메달을 획득하며 역사적인 이정표를 세웠다.
특히 재계의 홍 감독 리더십에 대한 벤치마킹은 이미 시작됐다. ‘형님 리더십’은 가부장적이거나 불도저 같은 수직적이고 억압적인 스타일이 아니라 수평적 소통을 이뤄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형님은 아버지의 가부장적 권위를 빌려올 수도 있고, 형제 간의 눈높이에서 교감을 나눌 수 있는 위치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율배반적인 요소를 내면적으로 융화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홍 감독은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우리가 드림팀이다. 단순히 뛰어난 선수가 모여 드림팀이 아니라 처음에는 미진했지만 꿈을 가지고 이뤄낸 우리가 바로 드림팀이다”라고 밝혔다. 당사자들의 생각을 조정하고 바꾸도록 소통하는 것이 바로 홍명보 리더십의 핵심 요체다.
◆믿음
선수들과의 화합을 중시하는 홍명보 감독 스타일은 자연스럽게 믿음의 리더십으로 향한다.
홍 감독은 모나코 장기체류권 획득으로 축구 팬들의 눈 밖에 난 박주영을 “반드시 필요한 선수”라며 가슴에 품었다. 박주영을 향한 격앙된 여론은 다소 잠잠해졌지만 ‘와일드 카드’가 어떤 귀결을 낳을지 팬들의 싸늘한 시선이 쏠렸다.
막상 대회가 개막되면서 박주영이 잇단 부진을 보이자 그를 계속 중용해온 홍 감독의 선택에 비판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일본과의 동메달 결정전. 박주영은 가장 중요한 순간 킬러 본능을 발휘하며 환상적인 선제골을 기록, 홍명보호를 구해냈다.
묵묵히 기다려 준 홍 감독의 진심에 화답하며 해피엔딩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지략
이번 올림픽에서 홍명보 감독은 매 고비고비다마 뛰어난 용병술로 정면 돌파했다.
지난 8일 브라질전. 두 번째 골을 실점하자마자 홍 감독은 구자철을 빼고 정우영을 투입했다. 축구에서 두 골 차이는 얼마든지 만회할 수 있는 점수차다.
하지만 브라질을 상대로 모든 선수와 체력을 다 써가면서 이기면 다행이지만 이렇게까지 하고도 패배한다면 한일전에서 희망을 보기 힘들 것이다. 홍 감독은 이 때문에 예선 때부터 환상적인 활약을 펼쳤던 대표팀의 에이스 구자철을 교체하는 쉽지 않은 결정을 했다.
‘차가운 승부사’ 다운 그의 면모는 정통했고 한국은 일본과의 3-4위전에서 펄펄 날았다. 구자철도 이날 두번째 골을 성공시키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축구 팬들은 앞서 영국과의 8강전이야 말로 홍 감독의 뛰어난 지략이 만들어낸 승리였다고 입을 모았다.
영국 무대 경험이 있는 지동원을 과감히 선발로 내보내며 선제골의 포문을 연 것. 김창수가 부상을 당하자 오재석을 긴급 투입해 쉴 새 없는 오버래핑으로 공격에 활기를 불어 넣은 것. 후반 골키퍼 정성룡이 부상으로 실려 나가자 이범영을 기용해 승부차기로 4강을 이끌어 낸 것.
20세 이하 대표팀부터 3년간 한솥밥을 먹은 홍 감독만의 지략이 제대로 들어맞는 순간이었다.
◆부드러운 카리스마
축구 대표팀 코칭 스태프는 홍명보 감독을 두고 선수들의 마인드 컨트롤을 장악하는 감독이라고 평가한다.
좀처럼 웃지 않는 얼굴로 무뚝뚝한 성격인 홍 감독이지만 짜증 낼 시간 있으면 선수들과 눈 한번 더 맞추고 등 한번 더 두드려준다. 말은 많지 않아도 대표팀의 분위기를 좌지우지하며 정신력을 다잡는 데는 일가견이 있다는 것이 스태프들의 귀띔이다.
특히 홍 감독은 경기 전날 선수들의 훈련을 유심히 보면서 정신자세를 체크한다. 발놀림과 몸상태 등을 보고 출전 준비가 됐는 지 여부를 냉정히 판단해 선발 라인업을 짠다.
별다른 지적없이 ‘스스로’ 하게끔 ‘강제’ 하는 홍 감독 이야말로 대표 선수들에게는 가장 무서운 조련사가 아닐 수 없다.
축구인들은 홍 감독이 지장(智將), 용장(勇將), 덕장(德將)의 공통 분모를 모두 갖춘 것으로 꼽히는 독일의 축구황제 베켄바워와 비견될 만하다고 엄지손가락을 추켜 세웠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한국 축구 대표팀이 보여준 성과 중 가장 큰 것은 무엇보다 우리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였다”며 “홍 감독의 리더십에서 성공과 승리의 유전인자(DNA)가 확인된 만큼, 이를 침체에 빠진 경제에 적용할 수 있는 묘안들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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