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여 전 시도에서 소액주주들의 반대로 실패한 이후, 그간 답보상태였던 케이피케미칼과의 합병을 불시에 제기한 현 시점이 공교롭다. 호남석유화학이 2분기 영업적자를 기록하며 어닝쇼크를 보인 직후이기 때문이다. 실적은 바닥을 찍었지만, 이것이 오히려 합병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게 이번 합병 결의의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호남석유화학이 흡수합병에 유리한 조건에 놓였다. 지난 2009년 합병이 실패한 가장 큰 원인이었던 주식매수청구 비용의 부담이 당시보다 한결 덜할 것이란 전망에서다.
주식매수청구는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가 회사에 주식을 되사 줄 것을 요청하는 권리이다. 따라서 주가가 너무 높으면 비용이 늘어나 합병에 불리할 수밖에 없다.
주식매수청구 가격은 통상 이사회에서 합병 안건을 결의하기 전 60일 동안 증시에서 형성된 평균 주가로 결정된다. 지난 14일 합병이 결의된 가운데, 호남석유화학은 지난 2분기 영업적자를 기록한 업황이 보여주듯 최근 2개월간 연래 가장 낮은 수준의 주가를 형성했다. 케이피케미칼 역시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이 가운데 하반기 전망은 유럽 재정위기 완화와 중국 경기부양책 기대감 등으로 나쁘지 않기 때문에 2분기 직후 주가가 떨어진 시점을 합병기회로 활용했다는 분석이 가능해진다.
여기에 올 상반기 상법 개정도 한몫했다. 흡수합병 규제가 완화되면서 호남석유화학이 연내 합병할 시기를 줄곧 가늠해온 것이다.
개정 상법의 주요 내용을 보면, 기존 상법은 합병으로 사라지는 회사 주주가 보유한 주식가치가 존속법인의 시가총액 대비 5%를 넘을 때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었지만, 개정 이후 그 범위가 10%로 확대됐다. 이에 따라 실제 “호남석유화학은 주식매수청구권이 소각됐다”고 회사측은 전했다. 케이피케미칼에 대해서만 주식매수청구권이 유효한 것이다.
최종 합병 기일은 오는 12월 27일이다. 그 사이 절차에 따라 합병승인을 위한 주주총회와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기간 등을 거치게 된다.
한편 호남석유화학은 이번 합병을 통해 자산규모 확대, 사업다각화, 영업현금흐름 확대, 신규사업의 통합 운영에 따른 시너지 효과 등 창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석유화학 시장 내 주요 제품군에서 아시아 1~2위 및 글로벌 10위권의 위상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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