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따라 시장 활성화를 위한 실질적인 부동산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달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내수 활성화를 위한 ‘끝장 토론’을 열었다. 이후 국토해양부는 22일 총부채상환비율(DTI) 일부 감면 등을 골자로 한 부동산시장 및 내수활성화 방안을 내놨다.
이는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 투기지역 해제 등을 포함한 5·10 부동산 대책 이후 약 2달만이다. 6월에도 분양가상한제 원칙적 폐지 등을 주제로 한 5·10 대책 후속조치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3일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건설사에 대해 ‘건설업 금융지원 강화방안’을 마련했다.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등 어려움을 겪는 업체에 대한 은행권의 책임을 높이고 채권담보부증권(P-CBO)·브릿지론 등으로 지원하는 내용이 담겼다.
여기에 앞으로도 정부 관계부처는 장관급 및 실국장회의 등을 통해 이달말까지 내수활성화를 위한 대책을 꾸준히 내놓을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들어 각종 대책들이 발표되고 있지만 시장 반응은 무덤덤하기만 하다. 불과 1~2년 전만 해도 정부가 대책을 내놓으면 아파트값은 요동을 쳤지만 이제는 대책이 나와도 여전히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김규정 부동산114 본부장은 “장기 시장 침체와 지난 몇차례의 대책 발표 및 실패 등으로 시장도 학습효과를 익혔다”며 “수요 심리를 진작시킬만한 큼직한 대책이 나오지 않는 이상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최근 발표된 정부의 부동산 대책 중 상당수는 강남권 재건축 시장을 염두에 둔 것이 많다는 평가다. 강남3구 투기지역 해제나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폐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등이 그 예다.
하지만 정작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시장은 나아지는 것이 없다.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강남·서초·송파·강동구 재건축 아파트의 3.3㎡당 매매가격은 1월 3211만원에서 5월 3118만원, 7월 3017만원으로 꾸준히 내렸다. 이달 들어서는 2990만원으로 2009년 1월 이후 약 3년 7개월만에 3000만원선이 무너졌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76㎡의 경우 올초만 해도 8억3000만원(국토해양부 실거래가 기준)선에 거래됐지만 현재 호가(부르는 값)은 7억5000만원선까지 내려갔다.
인근 L공인 대표는 “다주택자 양도세·DTI 폐지 등이 나와도 수요자들은 움직이지 않는다”며 “취득세·양도세 완전 감면 등 실제 가격 혜택이 커야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건설사 금융지원도 마찬가지다. 김동수 한국주택협회 기획·정책실장은 “금융권 책임 강화 정도를 빼고는 P-CBO나 PF배드뱅크 등은 이미 나와 있던 대책이어서 새로울 게 없다”고 분석했다.
업계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기존에 나온 대책을 다시 만지작거리는 대신 주택 정책 패러다임에 맞춘 새로운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특히 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한 거래세 감면이나 DTI 완전 폐지 등 강한 대책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 소장은 “이제는 규제 완화로 살아나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생애최초 주택구입자금 대출 규모를 크게 키우거나 청약 가점제 폐지 등을 통해 수요를 창출하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발표까지 한 대책이 제대로 시행되지 못하는 것도 시장 정상화 발목을 붙잡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및 분양가상한제 폐지 등은 이미 지난해부터 정부가 내놨지만 여전히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경제연구실장은 “건설·부동산 시장이 심각하다는 것은 다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제때 맞춘 대책 시행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새로운 대책을 내놓기보다 이미 나온 대책을 빨리 시행하는 것이 수요자들의 신뢰감을 키워주는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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