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100 - 분양광고

대체 고민이 뭐냐는 물음에 그들은 그저 웃었다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입력 2012-09-06 23:35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걸어서 하루면 한 바퀴 도는 동남아시아의 작은 나라 '브루나이'

브루나이- 아주경제 강정숙 기자= "고민이 뭐에요?"/ "당신 고민 있어? 글쎄…생각해 보지 않았는데 …"

하루 하루를 전쟁 치루듯 살아 가고 있는 기자에게 이 같은 대답은 신선한 충격이 아닌 뒤통수를 큰 해머로 맞는 기분이었다. 이 지구상에 아직 고민이라는 단어에 어색한 사람이 있다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브루나이를 방문한 외교부 기자단는 우리나라 농림해양부에 해당하는 부처 관료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해맑은(?)' 표정으로 일관하는 그들에게 참다 못해 "당신들의 가장 큰 고민이 뭐요?"라고 근본적인 질문을 한데 대해 이같은 대답이 돌아 왔다.

그들에게는 돈도· 석유 고갈 문제도 자녀교육문제도 없는 천진난만한(?) 미소였다. 더나가 옆자리 동료에게 고개를 돌리며 "당신은 고민 있어? 글쎄… 생각해 보지 않았는데…"라는 게 아닌가.

이같은 상황을 함께 있던 주브루나이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우리에게 브루나이 사람들은 평소 언성을 높일 일이 없을 만큼 평화로운 삶을 산다고 전했다. 사실상 풍족한 자원을 등에 업고 부족함 없이 '해피(happy)'하게 산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궁금증을 조금 후에 어느 정도 이해 할 수 있었다. ‘평화가 깃든 나라 브루나이’란 뜻의 동남아시아 보르네오 섬의 북서 해안에 있는 술탄국인 브루나이라는데 조금이나마 고개를 끄덕였다. 풍족한 자원을 등에 업고 부족함 없이 ‘해피(happy)’하게 산다는 브루나이 사람들의 행복지수의 기준은 대한민국에서 사는 우리의 그것과 사뭇 달랐다.

우리 기준에서 볼때 브루나이인들의 호탕한 웃음에는 미래에 대한 전략적 고민이 결여돼 있다는 느낌마져 들었다. 여유롭고 행복한 삶을 영유해온 브루나이 사람들에게는 '경쟁논리'는 익숙지 않아 보였다.

향후 50년 내 브루나이에서 고갈될 석유를 걱정하는 우리와 달리 그들은 ’오늘의 행복‘ 그대로를 즐기고 있었다.

◆천연자원에 의존한 부국…경제다변화가 생존을 위한 과제

지난달 29일부터 6박8일 일정으로 외교통상부 기자단 '아세안 기자단 교류' 프로그램에 따라 방문한 브루나이에 대한 첫 인상은 '환희', '희망' 그 자체였다.

풍부한 원유와 천연가스 수출이 브루나이 GDP의 약 60%를, 브루나이 총 수출액의 95%에 달할 정도로 천연자원에 의존해 있는 경제기조. 이를 보면서 기자는 몇십년 후 천연자원 고갈이 오면 이나라는 어떡해 될까.

동아시아아 최대 부국인 브루나이는 향후 50년 내 석유가 고갈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브루나이 정부도 경제 다변화가 생존을 위한 과제로 제시되고 있다.

지금까지는 약 300억 달러에 달하는 브루나이 보유 외환의 해외 운송을 통한 수익금으로 안정된 경제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50년 후를 준비하는 대체에너지 발굴에 브루나이 정부는 소극적인 모습이었다.

기자가 만나본 브루나이 정부 관계자들은 특유의 '낙천성' 때문인지 100여년 넘게 천연자원에 의존해온 삶의 습관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실질적으로 에너지 고갈 불안을 체감하고 있지 못한 듯했다.

◆더운 나라 브루나이의 온도는 '18도(?)'

이슬람 문화권인 브루나이의 실내온도에 익숙지 않은 이방인들의 경우 더운 나라(?) 브루나이에서 감기를 조심해야 했다.

8월 말의 초가을 날씨에도 불구하고 실내 냉방기는 18도에 맞춰져 있다.

이에 대해 브루나이 공보처 관계자는 하싸날 볼키아 브루나이 국왕이 18도의 실내온도를 좋아해 그렇다는 믿지 못할 이야기를 전했다.

사실 여부를 떠나 천연자원이 풍부한 브루나이의 관공서와 자연이 부족한 한국의 관공서의 온도 차이가 10도 가까이 난다는 사실에 만감이 교차했다.

브루나이는 석유·가스 수출 의존도가 높고 임금이 높은 반면, 숙련된 노동력이 부족해 제조업 및 사회간접자본 등 국내 산업 기반이 취약해 많은 제조품이 수입에 의지하고 있다

현재 브루나이는 정부가 석유·가스산업 의존을 탈피해 경제 다변화를 추구하고 2013년까지 1인당 국민소득 및 삶의 질을 세계 10위권에 진입시킨다는 장기 국가 비전을 설정해놓은 상태지만 왕의 정책에 의존해 사는 정부 관료들의 적극성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주브루나이 한국대사관 관계자에 따르면 브루나이 사람들은 평소 언성을 높일 일이 없을 만큼 평화로운 삶을 산다고 했다. 사실상 풍족한 자원을 등에 업고 부족함 없이 '해피(happy)'하게 산다는 것이다.

◆여성 파워가 돋보이는 브로나이

왕이 국정을 운영하는 브로나이에 유독 눈에 띈 점은 '여성파워'였다.

부처마다 기자들을 맞아 브리핑을 하는 고위 관료들의 70% 이상이 '히잡'을 쓴 여성들이었다.

여성의 사회진출에 있어 가장 큰 문제인 육아문제에 대해 그들은 말레이시아계 보모와 가정 도우미를 쓰고 있기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오히려 그런 문제로 사회진출이 어렵다는 한국의 사정을 납득하기 어려워하는 표정이었다.

브루나이는 교육·의료, 가정 도우미를 위한 복지 혜택까지 정부가 부담하고 있어 가능한 일이었다.

브루나이는 절대 왕 체제는 이런 여러 해택을 국민들에게 부여하면서도 체제 강화를 위해 말레이 이슬람 왕정 개념을 기본 통치철학으로 채택하고 있다. 금주령을 유지하고 있고 코란 강독을 장려하고 있다.

볼키아(66) 브루나이 국왕은 1968년 즉위 이후 40년 이상을 통치해 왔다. 볼키아 국왕은 현재 국왕, 국가원수, 총리, 국방장관, 경제장관을 모두 겸임하고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