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부회장) |
물류비용이 대거 소요되는 지역의 경우 현지에 공장을 짓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판단에서다.
권 부회장은 지난 12일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 기공식에 참석한 뒤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하는 과정에서 기자와 만나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오후 7시를 조금 넘은 시각 입국장에 들어선 권 부회장은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기자와 대화를 나누는 내내 밝은 표정을 지어보였다.
삼성전자는 1억 달러를 투자해 이집트 베니수에프주에 TV 공장을 설립키로 하고 지난 11일(현지시간) 주정부와 이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공장은 내년 6월 완공 예정으로 오는 2017년까지 연간 200만대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권 부회장은 “(TV, 냉장고 등 부피가 큰 제품의 경우) 현지에 공장을 짓지 않으면 물류비용이 엄청나게 소요된다”고 강조하며 거리가 멀어 물류비용이 많이 드는 중동과 아프리카, 남미 등의 지역에 대한 생산기지 추가 건설 가능성을 내비쳤다.
중동과 아프리카는 포화 상태에 달한 미국과 유럽 시장을 대신할 새로운 시장으로 각광받고 있다. 이 지역에 대한 삼성전자의 가전제품 판매 증가율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권 부회장은 최근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는 애플에 대한 질문에는 극도로 말을 아꼈다.
애플의 아이폰5 출시가 갤럭시S3와 갤럭시노트2에 미칠 영향을 묻는 질문에 그는 “아직 파악하지 못했다”며 “(모바일 담당인) 신종균 사장에게 알아보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답변을 피했다.
신 사장은 같은 날 서울 서초구 삼성 본사 앞에서 열린 농축산물 직거래 장터에서 출입기자들과 만나 “아이폰5에 대해서는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고 우리 것만 잘 만들 생각”이라며 “갤럭시S3는 올해 안에 3000만대가 판매되고 최종적으로는 6000만대 이상 팔릴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권 부회장은 애플과의 특허 전쟁을 종식시키기 위한 물밑 협상이 이뤄지고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즉답을 회피했다.
다음달 10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국제전기통신연합(ITU) 특허 관련 고위급 회담에서 삼성전자와 애플이 협상에 나설 것이라는 일각의 분석에 대해 권 부회장은 “나도 모르는 얘기가 어디서 나왔는지 모르겠다”고 일축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번 회담에서 삼성전자와 애플이 특허 전쟁의 확전을 피하기 위한 방안을 도출하려는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고 있다.
하마둔 뚜레 ITU 사무총장도 지난 10일 방한 기간 중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삼성과 애플의 법정소송과 관련해) 통신분야 글로벌 기준을 만드는 기관으로서 관심과 우려를 갖고 있다”며 “양사의 입장을 들어보고 합리적이고 비차별적인 원칙을 세우고 싶다”고 밝혔다.
권 부회장은 다만 애플과의 갈등이 반도체 등 부품분야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그는 “비즈니스는 이성적으로 하는 것”이라며 “전에도 수차례 말했지만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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