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거시건전성분석국 연구부는 지난 14일 인천의 한은 연수원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인구구조 변화와 금융안정’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한은에 따르면 국내 생산가능인구(15~64세) 비중은 올해 정점(73.1%)을 찍고 빠르게 하락해, 2050년에는 올해 대비 약 20.4%포인트 하락한 52.7% 수준이 될 전망이다.
인구구조가 이처럼 변화하는 데는 기대수명이 늘어나고 출산율이 낮아지고 있는 점이 원인으로 작용했다.
강종구 거시건전성연구부장은 이와 관련, “생산가능인구비중이 하락하면 실물부분과 금융부분의 경로를 거쳐 금융기관의 수익성, 자산건전성, 자본적정성을 저하시킬 수 있고, 그 결과 시스템적 위험을 확대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생산가능인구비중 하락이 가져오는 영향으로 △소득 증가세 둔화로 인한 차주의 부채상환능력 저하 △금융기관 수익성 감소 △자산가격 상승률 둔화 △위험자산 기피정도의 상승으로 주식시장을 통한 자본확충 여력 축소 △정부부채비율 상승 등을 꼽았다.
고령화로 생산가능인구 비중이 하락하면 노동공급을 줄이고 생산성을 낮춰 경제성장률과 1인당 소득증가율 또한 저하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중장년층에 비해 고령층이 소비가 적다는 점을 감안하면 물가하락 압력도 커진다.
1960년부터 2010년까지 OECD 27개국을 실증분석한 결과 생산가능인구비중이 1%포인트 하락하면 경제성장률이 5.2%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강종구 부장은 "이 결과를 우리나라에 그대로 대입시키기에는 조심스러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생산가능인구 비중 하락은 또한 자본수익률을 낮춰 투자율을 하락시키고, 이에 따라 자금수요의 위축을 유발해 실질금리 하락압력을 키우는 것으로 분석됐다. 자산수요 감소를 통해 부동산, 주식 등 자산가격 상승률도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전자산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은행예금 및 채권잔액의 비율은 상승하고, 주식시장 시가총액의 비율은 하락하게 된다는 것이 한은의 설명이다. 고령화는 정부의 복지, 의료, 연금 지출 등을 확대시키는 반면 세수는 감소시키므로,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을 상승시키는 요인으로도 작용한다.
강종구 부장은 분석 결과에 따라 금융기관의 대응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강 부장은 "금융기관의 자산건전성과 자본적정성이 하락할 위험이 높으므로, 높은 수준의 자본비율을 조기에 확보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와 함께 부채규모 대비 소득창출능력이 낮은 가계를 중심으로 신용위험관리가 강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저신용 차주의 비중이 높은 비은행권에 대해서도 규제 및 감독을 강화하고, 담보가치 하락으로 금융기관 손실이 증대될 수 있으므로 금융기관은 담보관련 위험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위험자산 기피정도의 확대로 인한 부작용을 예방하기 위해 금융시장 투자 환경 개선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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