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 칼럼> 하우스푸어 '퇴로'는 주택거래 정상화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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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09-19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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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 원장

집 한 채 겨우 마련하고 빚에 눌려 이자 갚으라 허덕이는 사람을 '하우스 푸어'라 부른다. 그런 하우스 푸어가 요즘 몹시 아프다.

남들 보기에는 멀쩡한데 속은 시커멓게 타들어 루저(패자)로 전락한지 오래다. 하우스 푸어는 가계부채의 시한폭탄이자, 붕괴하는 우리나라 중산층의 우울한 자화상이다.

경제적 불행은 두말 할 것도 없고, 투기하려다 실패했다는 사회적 편견은 더 무섭다.

현대경제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 현재 우리나라에는 하우스 푸어가 157만가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전국 가구의 10%, 수도권의 약 17%에 이른다.

특히 경기지역과 인천 등 수도권 신도시에서 중대형 아파트를 신규 분양받았던 사람들의 피해가 막대하다. '깡통 주택', '깡통 분양권', '깡통 전세'라고 하는 것들도 하우스 푸어의 또 다른 모습이다.

그런데, 하우스 푸어는 단순한 개인 문제가 아니다. 그 발생 원인과 책임은 실로 복잡하다.

장기간의 집값 급락과 실질 소득 감소가 가장 큰 원인이다. 하지만 분양가 상한제를 시행한 지난 노무현 정부와 밀어기식 분양을 한 건설업계, 그리고 2006년 DTI(총부채상환비율) 시행 이전에 이윤을 앞세워 주택담보 대출에 열을 올린 금융권도 그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하우스 푸어 문제가 주택과 부동산을 넘어 금융 부실, 내수 위축으로 확산될 경우 국내 경제 전반에 끼칠 악영향은 불보듯 뻔하다. 더블딥(이중 침체)과 복합 불황이 우려되는 심각한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정부와 정치권의 하우스푸어 대책 논의는 게걸음이다. 여야 후보 모두가 '경제 민주화'니, '복지 사회'니 하면서 '표퓰리즘' 경쟁에 치중하느라 정작 중요한 중산층과 서민들의 주거 고통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금융지주가 최근 발표한 '트러스트 앤드 리스백(trust & lease back·신탁 후 재임대)'과 새누리당의 '일부 지분 매각후 임대 방식' 추진은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업계와 전문가들은 이런 방식에 후한 평가를 내리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하우스 푸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뭘까? 백가쟁명식 해법이 제시되고 있다. 거래 활성화, 채무 조정, 실물경기의 실질적 회복 방안 등이 바로 그것이다.

필자의 견해로는 이 중에서 단기간에 가장 실효성 있는 대책으로는 주택 거래 정상화 방안을 꼽고 싶다.

집을 팔고 빚을 갚고 싶어도 매매가 되질 않아 진퇴양난에 빠진 하우스 푸어들에게 적어도 출구는 열어 주어야 한다. 그리고 패자 부활의 기회도 주는 것이 사회 정의다.

올 들어 30~40% 이상 급감한 주택 거래시장을 살리기 위해서는 정부가 이미 발표한 분양가 상한제 및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그리고 취득세 감면과 미분양 아파트 양도세 면제 등의 조치가 하루 빨리 시행돼야 한다.

관련 법률 등은 이미 정부 손을 떠나 현재 국회로 넘어간 상태다. 국민 경제 활성화라는 대승적 차원에서 입법 통과를 위한 여야 정치권의 적극적인 협조가 요구된다. 이번 9월 정기 국회 때 부동산 규제 관련 법안의 입법 통과를 촉구한다. 지금은 주택시장의 거래량 회복이 급선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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