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가 24일 여의도 당사에서 최근 논란이 돼 온 과거사 문제와 관련, “우리나라에서 자녀가 부모를 평가하는 것, 더구나 공개적으로 과오를 지적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잘 아시리라 믿는다”며 이같이 밝히자 지켜보던 측근·당직자들은 술렁였다. 당초 예상보다 기자회견 수위가 높았기 때문이다.
대선주자로서의 첫 공식 사과이며, 지난 10일 자신의 ‘인혁당 두개 판결’ 발언 논란으로 과거사 논쟁이 전면에 부상한 지 2주일 만이다.
어두운 회색 차림의 정장차림으로 당사 4층에 들어선 박 후보는 과거사 이슈의 ‘민감성’을 의식한 듯 프롬프터를 활용, 질의응답 없이 10분간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이 과정에서 프롬프터 오타로 인해 인혁당을 ‘민혁당’으로 발음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선친인 故 박정희 전 대통령을 언급하는 대목에서는 다소 눈동자가 충혈되는 등 감정을 억누르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박 후보의 기자회견문은 측근들도 마지막까지 주요 내용을 알지 못할 만큼, 본인 스스로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5·16, 유신, 인혁당 사건은 헌법 가치를 훼손하고 정치 발전을 지연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발언도 박 후보의 오랜 고민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최경환 후보 비서실장은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선 그동안 항상 ‘나한테 맡겨달라’고 하셨다”고 설명했다.
이정현 공보단장은 회견 직후 기자들과 만나 “사적이든, 공적이든 이런 수위의 발언은 처음”이라며 “가슴으로 말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 공보단장은 “오늘 회견은 3가지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며 “대선후보로서 진솔한 사과와 더불어 자신의 진정성을 공식 전달하고, 딸이 아닌 정치인으로서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할 수 없다’고 말한 점, 국민대통합위원회를 설치해 아픔과 상처를 지속적으로 치유하겠다고 밝힌 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회견에는 최 비서실장과 이 공보단장을 비롯해 이학재 비서실부실장, 정우택 최고위원, 진영 정책위의장, 조윤선·이상일 대변인, 백기승·박대출·현명철 공보위원 등이 배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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