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타임스(FT)는 26일(현지시간) 유로존 4대 경제국인 스페인의 정치적 혼란이 가중되면서 금융시장의 불안감도 고조되고 있다고 전했다. 27일 내년 긴축 예산안을 발표에 이어 28일에는 은행 재무건전성 테스트 결과가 나온다. 스페인 증시는 이날 하루만에 3.9%나 급락했고 유럽 주요 증시도 일제히 하락했다. 스페인의 10년만기 국채수익률은 다시 6%대를 넘어섰다. 유럽중앙은행(ECB)의 무기한 채권 매입 발표 효과도 잠시였다.
ECB의 채권 재매입 조치로 당분간 유로존 위기는 진정되는 듯 했다. 그러나 ECB의 지원에도 스페인 정부는 확고한 결단을 내리지 않았다. 답답함을 참지 못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스페인이 구제금융을 빨리 결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CB의 스페인 채권 매입은 구제금융을 신청하는 조건이 달렸기 때문이다.
베어링애셋 매니지먼트의 앨런 윌데 채권투자 책임자는 “라호이가 시장 움직임을 지켜보고 구제 요청 여부를 결정하려는 것”이라면서 “10년 물 수익률이 또다시 7%를 넘어서야만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긴축을 항의하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대는 “세금 인상과 임금 삭감이 우리를 죽이고 있다”고 외쳤다. 그럼에도 라호이 총리는 스페인 사회 모두의 희생이 필요하다며 긴축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대외적인 압력과 함께 현재 스페인의 경제 상황으로는 재정 목표를 맞추기 어렵기 때문이다. 로이터는 이러한 추세라면 스페인이 올해 재정 적자목표로 설정한 국내총생산(GDP) 대비 6.3%를 달성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그리스에서도 노동단체가 긴축재정에 반대해 24시간 총파업을 단행했다. 그리스노동자총연맹(GSEE)과 공공노조연맹(ADEDY) 등은 그리스 의사당 앞인 신타그마 광장에 집결해 과격한 시위를 벌였다.이날 시민 6000명이 몰려와 라호이 정권의 퇴진을 주장했다. 그리스도 다음달 8일까지 추가 긴축안을 마련해야 구제금융 315억유로(약 45조3600억원)을 받을 수 있다. 안도니스 사마라스 총리가 2013~2014년 동안 지켜야할 긴축 규모는 그리스 국내총생산(GDP)의 5%에 해당하는 약 120억유로다.
게다가 스페인 경제의 중심인 카탈루냐의 독립 움직임도 가열되고 있다. 카탈루냐는 중앙 정부에 50억유로 구제를 신청했었다. 카탈루냐의 아르투르 마스 수반은 오는 11월 25일 조기선거를 실시하자고 요구했다. 이는 스페인으로부터 독립여부를 묻는 사실상 국민투표다. 카탈루냐의 반발은 다른 지방정부들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
포브스는 바클레이즈 보고서를 통해 스페인이 다음달 19일에 공식 구제금융 신청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FT는 EU와 스페인 정부가 구제금융 조건에 대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했었다. 이미 유로그룹에서 회의한 사안을 중심으로 마리오 총리가 예산안을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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