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브리티시오픈 때의 최경주. 그는 "청소년을 위한 복함문화시설 '꿈의 둥지'를 5년안에 만들겠다"고 말했다. |
아주경제 김경수 기자= “KJ와 나는 2002년 메모리얼대회 마지막 라운드 때 동반플레이를 했다. 그와 함께 경기를 치른 후 나는 그의 팬이 돼버렸다. 나는 그의 골프를 존경할뿐 아니라 그를 한 사람의 팬으로서 존경한다.”
최경주(42· SK텔레콤)가 ‘코리안 탱크,최경주’라는 책을 냈다. 책 추천사를 ‘20세기 최고의 골퍼’ 잭 니클로스(72· 미국)가 썼고, 그는 여기에서 KJ(최경주 애칭)를 존경한다고 표현했다.
최경주가 책을 낸 것은 처음이다. 최경주는 “책을 처음 받아들었을 때 울지는 않았으나 기뻤다”고 말했다. 그는 출간 기념으로 8일 기자들과 만나 책의 내용, 오늘의 최경주가 있기까지의 과정을 얘기했다. 최경주는 책 인세를 전부 ‘최경주 재단’에 기부할 계획이라고 했다. 책 내용을 요약한다.
◆골프는 많이 담을수록 지는 게임=마스터스에서 아시아선수 최고 성적(2004년 단독3위)을 갖고 있는 최경주는 큰 기대를 안고 2012년 대회에 출전했다. 그러나 결과는 커트탈락이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그가 찾아낸 원인은 바로 욕심과 집착이었다. “열정 열심 의욕같은 좋은 말로 꾸몄지만 사실 내 마음속에 가득한 것은 욕심이었다. 최선을 다한다고 했지만 그것도 결국 욕심을 채우기 위한 집착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생각과 마음을 비워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해왔는데 사실 아니었다. 욕심껏 생각한대로 되지 않자 당황했고 그것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다. 무거운 짐을 스스로 짊어진 꼴이다.” 자가진단이다. 그는 ‘골프는 몸과 마음이 가벼워야 이기는 운동이다. 마음을 비운 채 팔과 클럽이 하나가 되어 자연스럽게 볼을 쳐내야 멋진 샷이 되고 버디나 이글이 나온다’는 것을 또 깨달았다.
◆기본에 충실하라= 최경주한테 레슨을 요청하면 십중팔구 그립 잡는 것부터 가르쳐준다.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그가 그립을 강조하는 것은 입문 당시 유남종프로의 가르침 덕분이다. 유프로는 최경주에게 레슨하면서 “내가 가르쳐주는 이 그립을 잊어버리면 두 번 다시 레슨을 안해 줄 거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최경주는 그래서 그 그립을 잊지 않으려고 잘 때에도 그립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그립은 골프 실력의 70%를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기본자세”라고 강조한다. 그립과 더불어 셋업(발 위치를 정하고 서서 볼을 치기 위한 스윙 준비자세를 잡는 일)도 스윙의 성패를 좌우하는 요소다. 그는 “그립과 셋업 등 기본이 튼튼하면 움직임이 훨씬 자유로워진다”고 말한다. 최경주가 젊은 선수들과 경쟁을 할 수 있는 것도 단단한 기초 덕분인 듯하다.
◆탱크는 전진한다= 최경주가 미국 무대에 본격 진출한 것은 2000년이다. 그는 “당시 주위에서는 ‘시기상조다’ ‘너는 아직 안된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았다”고 회고한다. 최경주는 그러나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스스로 택했다. 진출 초기엔 정말 외롭고 힘든 나날이었다고 한다.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항상 ‘믿음’으로써 그런 장애물을 극복했다. 퀄리파잉토너먼트를 두 번이나 치른 그는 점차 아시아선수로서 한계를 극복하고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그는 그 때부터 ‘장갑을 벗을 때까지 포기하지 않는다’ ‘80타대 스코어가 나와도 절망하지 않는다’는 모토를 지녔다고 귀띔한다. 최경주도 여러차례 슬럼프를 겪었다. 한 때는 스폰서가 없어 태극기를 붙이기도 했고, ‘한 물 갔다’는 소리를 듣고 낙담한 적도 있다. 기이한 퍼트 자세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그 때마다 ‘프로는 스스로 책임진다’ ‘프로는 혼자가 아니다’ ‘프로는 전진할 뿐이다’는 말을 되뇌고 오뚝이처럼 일어섰다. 그는 “요즘 젊은이들은 일이 뜻대로 되지 않으면 쉽게 포기하는 경향이 있다. 공부든 골프든 근성이 필요하다. 이 책이 청소년들에게도 꿈과 용기를 주는 복음서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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