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통령 토론회는 한편의 명승부였지만 두 사람의 주장에는 실제 사실과 다른 게 적지 않다. 정치를 하다보면 곤란한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임기응변이 많다. 때론 (유권자들에게 아주 효과적이라고 생각될 때) 일부러 거짓으로 상대를 공격하기도 한다. 아마도 바이든과 라이언이 사실과 다르게 말한 부분이 있다면 이런 의도였을 것이 분명하다.
첫째, 라이언 후보는 ‘오바마 대통령이 실업률은 절대로 8% 이상으로 상승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지만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폴리티팩트(Politifact) 등에 따르면 실업률 8%에 대한 언급은 지난 2009년 오바마가 ‘아메리칸 경기회복과 재투자 법안’을 만들었을 때 이를 일자리 분야와 연관지어 분석한 문건에 나온다.
보고서에서의 정확한 언급은 ‘대통령의 계획이 실행되면 2009년에 실업률이 8% 못미쳐서 정점이 될 것이다’였다. 보고서 저자들은 “계량의 한계 때문에 오차가 분명히 있다”고 주석을 달아 놓았다. 따라서 오바마가 직접 한 말은 아니라고 봐야 한다.
둘째, 바이든은 롬니가 ‘오사마 빈 라덴을 잡기 위해 천국과 지구를 옮길 수는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롬니는 미국을 테러한 ‘주적 1호’에 대해 책임감 없는 발언을 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롬니의 정확한 발언은 지난 2007년 AP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빈 라덴 한 사람을 잡기 위해 하늘과 지구를 다 옮길 수는 없다’는 말이었다. 또한 롬니는 대통령에 당선되면 빈 라덴을 잡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적은 없다. 빈 라덴만이 자신의 타깃은 아니다는 주장이었다.
라이언은 또 오바마케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라이언은 ‘오바마케어가 시행되면 정부가 일반 국민들의 의료보험을 떠 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마치 민간의료보험은 없어지고 정부가 직접 국민들에게 보험혜택을 준다는 것처럼 들린다.
그러나 오바마케어는 고용주가 민간 보험회사와 계약을 맺고 직원들에게 주는 현재의 가장 일반적인 보험 혜택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보험이 없는 사람들은 여러 보험 회사 중에서 본인에 가장 적합한 것을 찾아 가입해야 한다. 폴리티팩트에 따르면 2010년 오바마케어와 관련한 이같은 주장들이 그 해 ‘가장 큰 거짓말’로 꼽히기도 했다.
바이든은 롬니가 ‘디트로이트(미국 자동차산업의 메카)는 파산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공격했다. 사실 이 말의 반은 사실이고 반은 거짓이다. 이유는 롬니가 뉴욕타임즈에 기고한 글에서 나온 문제의 제목(Let Detroit Go Bankrupt)은 신문사에서 단 것이지 롬니가 쓴 게 아니다. 롬니는 이 글에서 관리형 파산(managed bankrupcy)을 주장했으며, 실제로 GM과 크라이슬러는 정부지원을 받는 등 이 방법으로 회생했다. 그러나 롬니는 직후 가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뉴욕타임즈 글을 소개할 때 그 제목을 그대로 말해 스스로 인정한 셈이 됐다.
언론이나 전문기관들이 나서 대통령 후보 등 주요 정치인들의 이같은 거짓(고의든 아니든) 주장을 밝히고 사실을 알려주니 고마울 따름이다. 예전에는 우매한 대중이란 말이 맞았을지 모르나, 요즘은 그런 말을 아예 할 수도 없다. 인터넷만 좀 뒤져도 어느 정치인이 가장 많이 거짓말을 하는지 쉽게 알 수 있다. 16일 오바마와 롬니의 두번째 토론회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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