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이건희 회장은 지난 1993년 독일프랑크푸르트 출장 당시 사장단 200명을 현지로 긴급 호출해 이같은 지시로 삼성의 신경영을 선언했다. 이는 삼성의 정신적 지주인 호암 철학을 계승하는 한편, 삼성의 세계화를 위한 체질개선 작업에 방점을 찍는 핵심적 계기가 됐다.
한국수력원자력에도 이같은 혁신의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 6월 김균섭 사장이 신임 수장으로 지휘봉을 잡으면서 본사 경영조직부터 원전 현장까지 총체적으로 환골탈태를 거듭하고 있다. 자고 일어나면 달라져있는 한수원 조직체계에 직원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다.
한수원 노조 관계자는 "어려운 상황에서 정부가 김 사장을 한수원의 구원 투수로 낙점한 배경에는 조직 개혁의 최적임자로 판단했기 때문으로 안다"면서도 "하지만 예상보다 조직 쇄신의 속도가 빨라 직원들이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인적쇄신의 폭과 강도는 그동안 공기업이 상상할 수 없는 수준에서 이뤄지고 있다. 한수원이 ‘비리 화수분 공기업’으로 낙인이 찍힌 것은 결국 사람의 문제가 컸다는 지적이 안팎에서 설득력을 얻었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취임과 함께 본사 처장급 직위의 3분의 2이상을 바꾸는 등 대대적인 혁신인사를 단행했다. 우선적으로 부사장제를 신설, 사장에 집중된 책임과 권한을 나누기로 했다. 아울러, 원전 안전 강화 차원에서 정비기능에 힘을 실어주고, 대외협력을 확대키로 했다.
또 경영관리본부를 관리본부와 기획·지역협력본부(신설)를 분리하고 기획·지역협력본부 아래에 지역상생협력처를 신설했다. 경영관리본부의 업무 부담을 줄이는 대신 지역주민과의 교류와 소통에 역점을 둔다는 복안이다.
발전본부 내에 소속된 설비기술처는 설비본부로 격상했다. 잦은 원전 고장에 따른 부정적 여론을 달래고, 정비업무의 내실을 기해 설비 안전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다. 설비본부 아래에는 정비전략실과 설비개선실을 세분화해 신설했다. 발전본부 아래에는 발전운영실을 둬 운영 효율을 극대화 했다.
특히 발전분야에 대해서는 안전운영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업무능력과 청렴성에 대한 철저한 검증을 통해 안전위주의 최적배치 인사를 시행했다.
신설되는 부사장은 발전본부장이 겸직하고 발전· 설비·수력본부를 총괄키로 했다. 또 전략구매실은 자재처로 격상시켰다. 아울러 법무팀은 법무실로 격상시켜 홍보실과 함께 사장 직속으로 강화했다. 또 홍보실장 밑으로 뉴미디어실장을 새로 두고, 홍보실 대변인을 영입해 대 언론 창구를 단일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각종 납품비리와 장비불량 오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한수원은 원전 기자재 제작·납품 및 작업의 품질을 강화하기 위해 ‘원자력 산업계 품질·작업 실명제’를 확대 시행한다.
이에 따라 원전 종사자의 책임의식이 강화되고 품질검사계획 및 작업공정표를 통한 추적관리로 기자재 제작품질이 제고될 것으로 전망된다.
실명제는 주기기 및 보조기기 품목 가운데 Q(안전)·T(운전)·R(신뢰성) 등급이 대상이며, 이를 설치하는 작업으로 분류된다. 시공 및 정비 분야에 대해선 지난해부터 책임조를 운영하는 방식으로 실명제를 시행하고 있다.
한수원 고위 관계자는 "원전의 안전성 강화와 업무 효율 제고를 포석에 둔 인적 쇄신이지만 추락한 한수원의 대외 이미지를 살리기 위한 의미가 크다"며 "주요 경영진 인선이 완료되면 조직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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