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과 마찬가지로 여기저기서 ‘숙적’ 일본에게 노벨상이 돌아간 데 대한 반성(?)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기초과학에 뛰어난 인력이 집중돼야 하며, 이를 위해 보다 즐길 수 있는 연구 풍토를 조성해야 하고, 또 연구기관에 대한 투자를 더욱 늘려야 한다는 등 당시에도 나왔던 주장들이 반복돼 흘러나온다. 일각에서는 기초과학분야에 투자한지 20년 만에 성과를 내는 것은 힘들다는 위로도 어김없이 나왔다.
일본의 노벨상 수상이 보도된 다음날인 9일, 공교롭게도 우리나라 농업분야 연구개발의 산실인 농촌진흥청의 국정감사가 열렸다.
농진청 국감의 화두는 올해도 단연 연구개발 관련 부분이었다. 연구원들의 연구사업비 부정적 집행액 급증이 논란이 됐는가 하면, 보유한 특허 1342건 가운데 기술 이전된 실시건수는 305건에 불과하다는 사실 또한 도마 위에 올랐다. 몇몇 의원들은 전체 연구원의 20%가 5년 동안 연구성과가 없다며 질타했다.
상황을 지켜보니 우리나라가 왜 과학분야에서 노벨상 수상 실적이 ‘전무’한지 알 듯했다. 부정적 집행액 급증은 농진청 측의 관리 허술 탓이라 치자. 과학 발전을 위해 선진국처럼 연구원들이 즐길 수 있는 연구 풍토를 조성해야 한다고 그렇게 떠들었건만, 상용화 건수 및 연구성과를 놓고 왈가왈부 하는 것은 너무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욱이 전날 일본에게 노벨상으로 한방 먹은 지 불과 하루도 안돼서 말이다. 이처럼 연구실적과 성과를 놓고 질책하면서 어찌 연구를 즐기며, 또 누가 연구를 하려고 들겠는가? 이는 비단 농진청만 해당되는 문제는 아닐 것이다. 다른 연구기관들이라고 오죽하겠는가?
아무리 목청 높여 외쳐봤자 정작 들어야 할 사람들 귀엔 들리지 않나보다. 지금 이대로라면 과학 분야에서의 노벨상 수상은 계속 먼 나라 얘기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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