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피해자 측은 대화의 가능성은 열어두면서도 삼성이 피해자들의 병을 산업재해로 공식 인정하라는 기존의 입장을 유지하고 있어 문제 해결이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17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반도체 공장 피해자 문제 해결을 위해 피해자들에게 대화의 뜻을 소송대리인을 통해 공식 전달한 뒤, 대화를 위한 협의를 진행중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대화의 시기와 방법은 정해진게 없지만 열린 마음으로 대화할 의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인용 삼성 미래전략실 부사장은 이날 삼성사장단 회의 브리핑에서 “이미 6~7개월 전에도 반도체 백혈병과 관련하여 전향적이고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분명히 있다고 말씀 드린바 있다”며 “이 같은 입장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8월 반도체·액정표시장치(LCD) 사업장에서 일하던 임직원이 퇴직하고 나서 3년 이내에 암에 걸리면 10년간 치료비를 지원해 주고, 암 치료 중 사망하면 위로금으로 1억원을 주는 내용의 지원제도를 마련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다만 피해자들과 근로복지공단의 소송에 보조참가인 자격으로 참여하는 것은 중단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삼성전자를 비롯한 반도체 전자산업체 노동자들을 지원하고 있는 단체인 ‘반올림’은 이날 공식입장을 통해 “반올림과 피해가족들의 핵심 요구는 ‘정부가 산재보상하라’, ‘피해자들에게 산재신청 포기를 종용하거나 산재인정을 막기위해 개입해온 삼성은 이를 중단하고 사과하라’다”며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반올림 관계자는 ”삼성전자 측에서 문제 해결에 대한 진정성을 가지고 대화를 요청해 온다면 대화할 용의는 있다“면서도 ”다만 삼성측 관계자가 ‘대화를 통해 소송은 취하하고 조정절차를 통해 해결했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는 언론보도 처럼 공식적 산재 인정 판결을 남기지 않게 하기 위한 대화 요청이라면 이는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반올림 측은 오는 18일 오후 국회에서 피해자가족들과 함께 이 같은 공식 입장을 전하는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다.
같은 날 국회 환경노동위 국정감사에서는 삼성전자 LCD 공장에서 6년간 일하고 뇌종양 수술을 받은 한혜경(35·여)씨 등이 출석해 백혈병 문제와 관련된 사실들을 확인할 예정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백혈병 문제는 지난해 6월 서울행정 법원에서 산업제해로 인정됐으나 다음 달인 7월 근로복지공단이 항소, 1년이 넘게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반올림에 따르면 지난 16일까지 삼성전자 반도체 및 액정화면(LCD) 공장에서 일하다 숨진 노동자가 총 58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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