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리앗을 꺾은 다윗'…ETRI가 삼성을 제낀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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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10-18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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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TRI, '지니톡' 개발 뒷예기를 들어보니

아주경제 김진오 기자= 한국 최고를 넘어 명실공히 글로벌 기업의 반열에 우뚝선 삼성전자가 지식경제부 산하 연구기관인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 일격을 당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지식경제부와 ETRI가 4년간 개발 끝에 선보인 한영 통역 애플리케이션 ‘지니톡(GenieTalk)’의 연구개발 뒷얘기가 관가 안팎으로 화제다.

발단은 지난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휴대용 한영 자동 통역기술개발’이라는 국가적 과제를 두고 공동 연구기관으로 삼성전자 종합기술원과 ETRI가 선정돼 개발에 착수했다.

당시 음성인식기술은 전 세계적으로 걸음마 단계로 누가 먼저 핵심기술을 선점하느냐에 따라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거머쥐는가 마는 가의 생사 기로에 놓인 상황이었다.

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돌연 삼성전자가 이듬해인 2008년에 공동 연구기관에서 ‘독자적으로 가겠다’며 과감하게 발을 뺐다. 손을 맞잡은지 불과 수개월 만이었다.

ETRI 한 관계자는 “과제를 맡고 5개월 정도 사전 작업을 진행하다가 사실상 연구에 착수하기도 전에 삼성이 손을 놨다”며 “국책 연구기관과 함께 가면 결국 LG전자 등 경쟁사에 원천기술을 공유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져 얻을 것이 없다는 판단였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정말 우려할만한 것은 따로 있었다. 바로 신기술 개발에 대한 왕회장의 강력한 의지다.

ETRI 다른 관계자는 “당시 음성인식기술개발에 뛰어든 1~2년 안에 완성시키라는 이건희 회장의 지시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며 “중장기 전략으로 연구개발에 뛰어든 ETRI와는 첫 단추부터 잘못꿴 것”이라고 귀뜸했다.

실제로 이후 삼성전자는 해외 선진국의 앞선 기술을 제휴해 음성인식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당시 널리 통용되던 피처폰 단말기에 관련 기술을 탑재했지만 여러가지 고도의 핵심기술이 들어가는 탓에 구형 단말기가 이를 제대로 구현해 내지 못했다.

삼성전자는 계속해서 외국업체와 기술제휴를 통한 단말기 탑재에 무게를 싣고 추진했지만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최근 삼성이 애플보다 한발앞서 선보였다는 블링고 한국어 음성 인식기능도 이러한 연장 선상에 있다는 것.

반면 당장의 성과보다는 길게 보고‘만만디’ 전략을 구사했던 ETRI는 4년만에 자동통역률이 80%를 상회해 구글보다 앞선 세계 최고 수준의 한영 자동통역 앱을 국민들 앞에 성공적으로 내놓았다.

지니톡은 음성인식기술, 자동번역기술, 음성합성기술 등 6가지 핵심기술이 녹아들어 만들어진 결정체다.

실무를 담당했던 ETRI 개발팀장은 “4년간 기술개발에 총 들어간 비용이 70억 정도에 불과하며 이 가운데 순수 비용만 따지면 25~30억원이 들어간 셈”이라며“해외 IT업계에서도 들어간 예산을 듣고 깜짝 놀라한다”고 전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사례는 다윗이 골리앗을 이긴 것과 비견될 만큼 업계에 회자되고 있다”며“대기업 차원에서 투자한다고 해도 단기간에 성과물을 얻기 어려운 분야가 분명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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