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김철민 안산시장) |
지방분권이 성숙된 선진국의 사례를 보면서, 우리나라도 민주주의의 발전과 지방자치의 뿌리를 확고히 내리기 위해서는 완전한 지방분권이 이루어져야 함을 절실히 느끼게 된다. 지방분권은 지방에 활력을 심어주고 지방의 발전을 통해 국가의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10일 안산시 문화예술의전당에서는 경기중부권행정협의회가 주관하는 분권콘서트가 열렸다. 김두관 전 경상남도지사, 이민원 전 국가균형발전위원장, 지방분권 강화에 뜻을 같이하는 중부권행정협의회 시장, 주민 등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지방분권을 통해 지역발전과 국가의 발전방안을 토크형식으로 소통하는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는 지방분권의 참다운 의미를 새기고 분권을 통해 지방과 국가 모두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하여 여러 가지 방안이 제시됐다.
아울러 안산시에서는 공무원의 분권의식 저변 확산을 위해 10월 16일 안성호 한국지방자치학회장을 초빙, 한국 지방분권 정책의 성과와 과제라는 특강을 개최하기도 했다.
지방분권의 역사를 보면, 지난 2000년도에 본격적인 지방분권이 시작되어 12년이 지난 지금 시민단체, 학계 등을 중심으로 꾸준히 지방분권 운동을 전개하고 있고 이에 일정한 성과가 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지방에는 여전히 결정권이 없이 중앙의 그늘 아래 예속되어 있다. 중앙의 소극적인 자세와 부처 이기주의로 실질적인 분권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 무엇보다도 지방재정의 중앙정부 의존이 갈수록 높아져 세원없는 지방정부, 권한없는 지방정부가 되어 도시 경쟁력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국민이 낸 세금은 중앙정부가 총 조세의 80%, 지방정부가 20% 비율로 배분되지만 정작 지출규모를 보면 중앙정부가 40%, 지방정부가 60%를 사용한다. 세출과 세입 권한의 비대칭으로 지방정부의 재정 자율성이 중앙에 예속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 상황이다.
또한 정부의 감세정책과 지방세제 개편, 지속되는 경기침체 등으로 지자체의 자체 세입증가는 미미한 반면, 국고보조는 매칭에 따른 부담과 사회복지비 등 법정 의무적 경비 세출수요가 급증하고 있어 지방재정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필자가 안산시장이 된 지도 2년 3개월이 지났다. 공직에 있기 전 시민으로서 바라본 시와 그 수장인 시장은 많은 권한과 힘이 있는 줄 알았다.
그러나 시장직에 취임하면서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많은 일들을 되돌아보면, 시장으로서 소신을 가지고 주도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는 것 같다. 권한이 없으며 결정권이 크지 않다. 무엇보다도 재정이 부족하다.
안산스마트허브(舊 반월·시화공단)는 1976년 정부의 신공업도시 조성계획에 따라 만들어진 국가 주도의 공업단지로 8,200여 기업체에 168천여명의 근로자가 근무하고 있는 부품소재핵심제조 국가산업단지이다.
이 곳은 조성된 지 30여년이 지난 지금 공장, 도로, 하수시설물 등 기반시설이 노후화 된 상태이며, 주차난과 물류유통 장애가 심각한 상황이다.
국가산단의 관리권한은 국가에 있으나 기반시설에 대한 유지관리는 지자체가 책임지고 있다. 산단에서 매년 3,330여억원의 국세를 징수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국고보조는 미미하다.
매년 20억원의 예산으로 유지관리를 하고 있고 기업체의 애로사항을 해결하고자 기업SOS 이동시장실을 운영하고 있지만, 3,060여억원에 이르는 기반시설에 대한 정비를 하기엔 수십년이 걸릴지 모르며 열약한 지방재정으로 이를 시행하기엔 사실상 불가능한 실정이다.
예산편성에도 많은 문제가 있다. 지자체장은 주민들의 숙원사업 및 지역 현안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포괄사업비를 운영하고 있다. 76만명의 시민이 살고있는 우리 시의 경우 올해를 기준으로 27억이 편성되어 있다. 이는 행정안전부장관의 특별교부세 1조 2천억원, 경기도지사의 시책추진보전금 2천억원에 비해 너무나 적은 금액이다.
그러나 정부에서는 자치단체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고 행정안전부 훈령 제216호 지방자치단체 예산편성 운영기준을 개정하면서 이마저도 폐지시켜 버렸다.
이에 따라 긴급사업 및 주민들의 민원 사항을 신속히 해결할 수 있는 예산이 없어 주민생활 불편이 가중되고, 수시로 발생되는 생활민원을 장기간 지연 처리가 불가피하게 되어 행정의 시민 불만을 초래할 가능성이 농후해졌다.
또한 총액인건비제도를 운용함에 따라 지역여건에 부합되는 인력운영에도 규제를 받고 있고 조직 신설의 경우에도 상급기관의 승인을 받아야 함은 물론, 지방자치단체 활동에 대한 일률적인 평가로 인하여 지자체의 자율성과 신뢰도를 저해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은 지방분권이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하는 사례이다. 그러나 현 시대는 지방분권의 시대이다. 지역의 주체인 시민 스스로의 결정과 자발적인 참여로 지방분권을 이뤄내야 한다.
중앙정부의 권한의 재분배, 기능의 재분배를 통해 중앙과 지방이 모두 상생하며 발전하는 선진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한다. 지방에 결정권이, 지방에 세원이, 지방에 인재가, 지방에 일자리가 부여되고, 이를 통해 참다운 지방자치가 실현됨은 물론 국가경쟁력 또한 상향될 수 있도록 우리 모두 노력해야 한다.
이제 얼마 뒤면 제18대 대선이 있다. 연말 대선을 앞두고 자치와 분권, 그리고 지방재정 확충 등의 과제를 각 정당이 대선 주요공약으로 채택하길 바라며, 이번 대선을 통해 지방분권이 획기적으로 도약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불을 인간 세상에 가져온 그리스 신화의 프로메테우스처럼 시대를 앞서가는 지도자와 시민들이 힘을 합쳐 껍데기뿐인 지방자치시대를 마감하고 지역 주민이 주인이 되는 풀뿌리 지방분권 시대가 도래하길 바라며, 우리나라가 지방분권을 통해 진정한 선진국의 대열에 합류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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