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미국의 경기회복은 유럽의 무역·소비시장에 불을 지폈다. 유럽은 미국에 대한 무역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무역 소비시장이 가장 먼저 반겼다. 유럽연합통계청에 따르면 유로존의 8월 국제 무역수지가 66억유로의 흑자를 기록했다. 독일의 9월 투자자 심리지수도 두달 연속 증가했다. 유럽연합(EU) 27개국 회원국의 9월 물가상승률은 2.7%를 기록, 안정세를 유지했다.
유럽 경제강국인 독일과 영국 경기가 눈에 띄게 개선됐다. 독일의 9월 투자자 심리지수도 두달 연속 증가했으며 영국의 물가상승률도 2009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독일의 경우 부동산 시장도 살아났다. 베를린 집값은 지난 6월까지 1년동안 20%나 증가했다. 영국의 실업률은 15달만에 최저치로 하락했다.
특히 미국의 소매·주택 등 개선된 경제지표는 유럽 증시의 상승세를 이끌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 주택경기의 회복 신호가 유럽 등 글로벌 경기를 부양시켰다고 분석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벤 버냉키 의장도 “연준의 양적완화로 미국의 경기회복 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소비와 경제활동을 촉진시켰다”며 “글로벌 경기를 부양시키는 데 큰 몫을 하고있다”고 강조했었다.
또한 유럽중앙은행(ECB)가 유로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채권 재매입에 나선 것도 유로존 리스크를 줄이는데 한몫했다. 지난 7월 스페인의 국채수익률이 7%대를 넘어서고 그리스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우려가 커지면서 유로존 리스크는 치솟았다. 유럽 은행들의 자금난이 이어지고 일부 은행에서는 뱅크런까지 속출하면서 유로존 붕괴설까지 제기됐었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유로를 구하기 위해 뭐든지 하겠다고 나섰고 지난 9월 채권 재매입을 단행했다.
ECB가 스페인 등 재정위기국 국채를 사들이면서 대출 비용의 부담이 줄어들었다. 이에 스페인의 국채수익률은 5%대로 하락했고 이탈리아는 4%대로 떨어졌다. 또한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스페인의 신용등급을 Baa3를 유지하기로 했다. 이는 전면 구제금융 신청이 예고된 스페인 정부가 신청을 주저하는 까닭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스페인 리스크가 감소하면서 유럽시장에 대한 투자자의 태도도 낙관적으로 바뀌었다고 전했다.
유럽의 경제전망도 낙관적이다. 연준과 ECB가 함께 시중에 돈을 풀면서 경제 성장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사인 브리지워터의 레이 다리오 창업자는 “유럽과 미국의 통화 완화는 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며 “긴축으로 수축한 경기에 윤활유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긴축안이 성장을 저해한다는 비난이 확산되면서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사회는 유럽에 성장 정책을 촉구하고 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유럽연합(EU)에 긴축을 완화해 줄 것을 요구했다. 이는 유럽 정상에게 채무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기 보단 성장을 촉진시킬 전망이다. 기도 만테가 브라질 재무장관은 “유럽 지도자들은 위기 극복을 위해 신속하게 움직여야 한다”면서 “유로존 위기를 끝내려면 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있는 정책에 주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유럽중앙은행(ECB)가 유로존 은행을 직접 감독하는 단일 감독 체계를 마련되면서 유럽 은행권의 불안도 해소될 전망이다. 유럽정상들은 지난 18일(현지시간) ECB가 2014년 초부터 유로존 내 6000개 모든 은행에 대해 감독권을 행사하는데 합의했다. 이에 유로존 구제기금이 회원국 은행을 직접 지원하며 유럽 은행권이 안정적인 국면을 맞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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