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한수원 이지경될때까지 뭘했나?…김균섭 "사과조차 드리기 민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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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11-05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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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김진오 기자= 원전 부품 공급업체가 품질 보증서를 위조해 부품을 공급해온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지식경제부와 한국수력원자력 등 전력당국은 '은폐·뇌물·횡령·마약에 이어 공문서 위조'까지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고 있는 비리 복마전에 크게 당황스러워 하고 있다.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은 5일 과천청사서 긴급 브리핑을 갖고 "과거 10년 동안에 있었던 부당한 사례가 드러나 그 자괴감을 뭐라고 표현할 수 없을만큼 국민들께 송구스럽다"며 "이번 사태가 원전 안전성과는 직결되지 않는다는 점을 말씀드리며 최대한 이른 시일에 보완조치하겠다"고 사과했다.

함께 자리한 김균섭 한수원 사장도 "더 이상 사과조차 드리기 어려운 민망한 상황이 됐다"며 "내부적으로 쇄신작업을 서두르는 와중에 이 일로 다시 국민여러분께 걱정을 끼쳐드려 뭐라고 말씀 드릴 수가 없다"고 착잡한 심정을 전했다. 전력당국의 대표 수장 2인이 국민 앞에 '유구무언' 식으로 고개를 떨군 셈이다.

한수원은 지난해부터 툭하면 고장을 일으키거나 직원들의 뇌물 비리와 마약 스캔들까지 도마에 오르더니 이젠 가장 공정해야할 원전 부품의 품질 보증서까지 마수의 손이 뻗힌 것으로 드러났다.

원전을 운영하고 관리하는 한수원은 사실상 비리 백화점으로 전락한 꼴이다. 지난 2월 고리원전 1호기 내 정전사고가 일어나 가동이 일시 중단됐는데도 한 달이나 은폐했다가 들통났다. 지난 7월에는 원전 납품업체들로부터 뇌물을 받아 챙긴 22명의 간부가 무더기로 검찰에 구속됐다.

더구나 재활용 부품을 원전에 납품받은 사실이 밝혀지면서 직원들의 안전불감증에 구멍이 뚫렸다. 9월에는 안전을 책임져야할 고리원자력본부 소방대원 마약 투약 사건이 발생해 파문이 일었다.

올 들어서는 신월성 1호기, 울진 1호기, 영광 6호기 등 주요 원전에서 잇따라 고장이 발생하면서 원전 관리에 근본적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지난 6월 김균섭 사장이 한수원에 새로 구원투수로 오면서 사상 유례없는 쇄신책과 조직의 환골탈태를 추진하고 있지만 워낙 뿌리가 깊던 환부를 확실하게 도려내기는 아직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김 사장은 이날도 "연말까지 강도높은 쇄신책을 계속해서 진행할 것"이라며 연신 고개만 조아렸다. 결국 이번 사건은 한수원의 내부 검증시스템 문제와 함께 지경부의 안일한 원전 인식이 사건을 더욱 확대시킨 것 아니냐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수원은 대대적인 인적 쇄신을 위해 외부 전문가 영입, 간부 순환 인선 등을 도입하고 있지만 제대로된 내부 검증 시스템이 정착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게 업계 안팎의 분석이다.

한수원 관계자는 "사장이 전면에 서서 구호 몇 번 외친다고 수십년간 자리잡아온 조직문화가 쉽게 달라지기는 어렵다"며 "한 단계씩 개선되는 모양새를 봐주는 인내심도 지금은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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