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아주중국> 중국을 말하다 - 문정인 연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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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11-07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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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궈, 관중궈(以中國,觀中國 중국의 관점으로 중국을 본다)

문정인 연세대 교수

아주경제 김근정 기자= 중국이 경제대국으로 급부상하고 역내 국가 간 교역액이 급증하는 가운데 한편에서는 영토, 역사적 문제로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한국 중국 미국에선 정권교체가 이뤄지고 북한 역시 김정은 체제로 바뀌면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 중국과 지리적으로 인접하고 경제, 정치, 문화 등 다방면에서 교류와 협력을 하고 있는 한국에게 중국이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중국이 한국에 미치는 영향과 5세대 시진핑(習近平) 지도부의 중국과 공산당의 미래 모습에 대해 문정인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의 견해를 들어봤다.

◆ 중국 경제강국 부상이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
중국 위안화 경제의 팽창에 따라 한국 경제의 미래에 중국이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이다. 중국 경제가 흔들리면 중국에 진출한 삼성 SK 현대
기아자동차 등 대기업 및 중소기업이 모두 타격을 받게 된다. 이제 경제에 있어서 중국이 ‘갑’이고 우리는 ‘을’이라는 사실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또한 동북아 안보 질서를 미국과 중국이 만들어간다고 볼 때 한반도의 통일, 평화 역시 중국의 부상에 큰 영향을 받을 것이다. 복거일 작가
의 저서 ‘한반도에 드리운 중국 그림자’에서는 북한뿐만 아니라 한반도 전체가 중국의 그림자에 파묻힐 수 있다고 주장한다. 즉 한반도의 핀란드화 현상(핀란드가 소련의 영향권에 들어감)이 발생할 수 있어 한미동맹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얘기다. 중국은 한반도 휴전협정의 법적 당사국 중 하나로 종전선언을 통해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체제로 전환하는데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 중 국, 패권을 노린다? 허상일 뿐
중국에게 패권적 야욕은 없다고 본다. 패권을 가지려면 국력, 의도, 이를 현실화 할 수 있는 지도층의 정치적 의지가 필요하나 중국에게는
이 세 가지가 모두 부재한다. 물론 중국 경제는 계속 성장할 것이다. 만약 미국 2%, 중국은 8% 성장률을 유지한다고 가정하면 10~20년 내에
경제적 격차는 크게 감소하고 중국이 미국을 넘어설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군사력은 다르다. 이코노믹스는 미국의 군비증가율을 2.5%, 중국은 8%로 가정했을 때 2030년에 미국과 중국의 군비 규모가 비슷해질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군사적 패권을 위해서는 군비증강뿐만 아니라 항공모함 등 무기, 전투력을 갖추고 5대양 6대주 곳곳에 군대를 배치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 미국은 64개국과 동맹 혹은 준동맹관계를 맺고 45개 국가에 미국 부대를 파견하고 있으나 중국의 동맹국은 파키스탄 뿐이다.

두 번째는 그런 의도가 있는가, ‘중국의 내일을 묻다’ 옌쉐퉁(閻學通) 칭화(淸華)대 교수와의 대담에서 보면 옌 교수는 중국이 경제력 증강에 따라 상응하는 군사력을 갖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중국 지도층, 석학들의 의견은 다르다. 덩샤오핑(鄧小平)이 언급한 샤오캉(小康)사회를 이룩하는 것도 버거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정치적 의지가 있는가, 마오쩌둥(毛澤東)은 중국의 정치를, 덩샤오핑은 중국의 경제력의 기반을 닦았다면 장쩌민(江澤民),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은 경제 발전을 핵심목표로 중국을 이끌어왔다. 차기 지도자 시진핑도 패권추구보다는 경제 성장에 주안점을 둘 가능성이 훨씬 크다. 중국이 영토와 주권 수호에 관해서는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기는 하나 이를 패권 추구로 보는 것은 무리다.

결국 중국의 패권주의 구상이라는 것은 미국 등 국가의 보수세력이 중국을 ‘위협요소’로 만들어 자국 군사력을 증대하려는 의도로 생겨난 허상이라고 볼 수 있다.

◆ 민주화 요구 거세져…공산당 1당 독재체제 미래는
중국 공산당 체제는 당분간 계속 유지될 것이다. 외부에서 기대하는 것만큼의 민주 개혁이 이뤄지고 있지는 않지만 공산당 입장에서 볼 때
이미 상당한 개혁을 이뤘다. 특히 인민들의 사회적 불만에 대한 모니터링 시스템이 개선됐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인터넷 발달에 따라 사이버 공간을 통해 바로 여론을 파악하고 대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보시라이(薄熙來) 충칭(重慶)시 전 서기의 낙마가 대표적인 사례다.

베이징(北京)대학 주펑(朱鋒)교수에게 중국 국가안보의 목표가 뭐냐?고 물었더니 첫 번째는 생존, 두 번째는 경제번영, 세 번째는 공산당의 안전이라고 대답했다. 체제 유지가 국가 안보의 목표일 수 있느냐고 되묻자 그는 공산당이 무너지고 새로운 체제가 들어서면 중국 사회가 더욱 큰 혼란에 빠지게 된다며 과거 내부적 분열로 치욕의 역사를 겪었던 중국인 대다수가 바로 이런 점에서 공산당 체제 유지를 원한다고 설명했다.

◆ 중국의 입장에서 중국을 봐야
13억 인구를 행복의 길로 이끌어간다는 것은 지극히 어려운 일이다. 중국이 민주주의를 받아들이고 인권문제를 해결하기를 기대하는 것과 별도로 중국식 민주주의 체제를 존중할 필요가 있다. 정치 체제라는 것은 그 나라 실정에 맞춰 생겨나는 것으로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보편적 기준은 없다. 책에서도 언급했듯 ‘이중궈, 관중궈(以中國,觀中國)’, 즉 중국의 입장에서 중국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시진핑의 10년은 이전 장쩌민, 후진타오의 10년과 비교하면 축복의 10년이 될 전망이다. 그러나 한 편으로는 몇가지 큰 도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경제 구조적 모순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시진핑 시대의 첫 번째 선결과제가 될 것이다. 두 번째는 민주주의의 도전이다. 글로벌화에 따라 해외여행, 유학을 선택하는 사람이 늘면서 정치 참여를 요구하는 사람도 증가하고 있다.. 세 번째는 신장위구르, 티베트 등 소수민족의 분리주의 도전이다. 네 번째 과제는 부정부패 척결이다.

농민공 문제도 주요 현안이다. 농민공들은 저임금과 고용불안에 자녀교육비, 주택 문제를 감당할 수 없어 사회문제화하고 있다. 농민공들로 인해 야기될 수 있는 불안요인을 어떻게 무마하느냐가 난제로 떠올랐다. 댜오위다오(釣魚島 일본명 센카쿠)분쟁과 대만 문제 등도 여전히 만만찮은 과제로 남아있다.

◆ 중국 북한과 경제관광협력강화…실속은 다 뺏기나
사실 광물개발 같은 협력 프로젝트는 지난 정권에서 10.4 남북공동선언을 통해 합의가 됐던 것으로 현 정권 들어 이를 실현할 수 있는 기회
를 놓친 것이다. 중국이 먼저 투자에 나서게 되면 추후 한국의 시장진입비용은 높아질 것이다. 중국이 북한을 동북지역 네 번째 성으로 포함시키려한다던가 중국이 모든 실속을 챙긴다던가 하는 주장은 동의하기 어렵다. 주체국가를 표방하는 북한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도 않을 뿐더러 아무리 중국이 대국이라도 북한을 통째로 장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한국의 새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 10.4 남북 정상선언에서 합의된 48개 항목들을 현실화하기를 기대한다. 미국의 방해가 없고 북한 핵문제가 진전된다면 중국과 한국이 공동으로 북한경제협력에 나서야 한다. 황금평, 나진-선봉지역은 중국이. 개성, 금강산, 원산, 통천, 안변 지역은 한국이 협력해 나갈 수 있다.

◆ ‘친중=반미라는 시각은…옳지 않다’
과거 동서 진영이 확실했고 미국이 패권을 가졌던 과거라면 ‘친중은 반미’라는 주장이 성립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글로벌화로 경제 상호의존도가 커진 현재에는 통하지 않는 논리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의 4만여 기업 대부분이 한국 부품, 중간재를 중국에 가져가 조립, 미국 등 국가에 수출하고 있다.

각국 간 ‘경제 국경’이 모호해진 오늘날 미국 경제권, 중국 경제권을 구분해 한국이 중국 경제권에 가까이 가면 미국과 동맹이 약해진다는 발상은 난센스다. 남북관계만 개선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 현 정권 들어 한중관계가 나빠진 원인도 남북관계 악화다. 만약 남북관계가 개선되면 한미동맹의 도구성이 약해지고 결국 양자 간 동맹관계가 아니라 동북아 다자협력체계로 나아가게 될 것이다.

동북아 다자협력의 최초 시도라고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중국 주도의 6자회담이다. 중국 일각에서 ‘북한이 핵을 가져도 상관없다’라는 식의 주장이 나오는 것은 중국이 6자회담 의장국으로 나서 협력의 판을 깔아줬음에도 한국, 일본, 미국이 협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북한이 핵을 갖더라도 선린우호관계만 유지한다면 아무 문제가 없다, 즉 관계의 역동성이 중요하지 핵보유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목소리를 내는 중국인들이 많아지고 있다. 한국은 중국이 북한 핵문제의 핵심변수인 만큼 이 같은 현실을 경계하고 외교적 태도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

◆시진핑 정권의 핵심과제 역시 경제…복지는 무리인가
이미 중국경제에는 부동산 버블, 부실채권 경기하강 등 경제적 문제에 직면했다. 지금은 중국 중앙은행인 런민(人民)은행이 금융전반을 관리하며 안정을 유지하고 있지만 성장률이 6%로만 떨어져도 기업도산과 대규모 실업을 몰고 올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중국이 복지를 추구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

소위 나눗셈의 역설과 곱셈의 역설로 설명할 수 있는데 중국 GDP 6조 달러를 13억으로 나누면 1인당 GDP가 5400달러에 그쳐 세계 80위다. 반대로 13억 인구에 교육비, 의료후생비, 사회복지비를 곱해 추산하면 상상하기도 힘든 막대한 재정이 필요한 것이 바로 중국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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