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12차 5개년 규획(2011~15년)을 통해 경제 성장 방식의 전환을 추구할 것임을 대내외에 천명한 바 있다. 그 핵심 내용은 기존의 수출·투자 주도형 성장에서 내수 주도형 성장으로 전환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중국의 움직임은 세계 각국의 발전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상당 부분 보편적 필요성에 근거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일국 경제, 특히 외부 수요에 기반을 둔 외향형 경제의 경우 경제발전단계가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더 이상 외부 수요만으로 경제 성장의 속도와 크기를 유지, 확대하기 어려운 한계에 직면하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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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일본 미즈호은행> |
그러나 중국의 성장전략 전환의 배경과 목적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또다른 요인들에 대한 추가적 이해가 필요하다. 중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중국 경제에 무한한 성장 공간을 제공해줄 것으로 기대했던 세계 경제의 중국 수요 지속성에 대해 재고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특히 중국은 선진국 경제의 불안정성이 주기적으로 반복되고 심화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점에 유의하고 있다. 즉, 세계경제의 구조적 불확실성이 증대함에 따라 향후 성장동력을 중국 내부에서 확보해야 할 필요성이 증대하고 있는 것이다. 기존의 투자·수출 주도형 성장은 중국 경제를 대외여건 변화에 크게 의존하게 함으로써 중국 경제의 안정적이며 지속 가능한 발전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소지가 많다는 문제의식이 바탕에 깔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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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일본 미즈호은행> |
또한 중국은 중국내 경제적 모순과 갈등에 대한 효과적 대응이라는 과제에 직면해있다. 이 문제는 이전에도 있었지만 중국의 경제발전단계가 성숙되고 ‘누구를 위한 성장인가’라는 중국 사회 내부의 문제 제기가 그 강도를 더해감에 따라 더 이상 외면하거나 방치할 수 없는 현안과제로 부상하게 된 것이다. 국내적으로 지역·부문·계층 간 성장 격차가 확대되었으며, 과잉·중복투자에 따른 투자 비효율성도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크게 훼손하고 있다.
결국 중국의 성장전략 전환은 경제 성장의 대내외적 제약을 극복하기 위한 중장기 관점의 전략적 선택임과 동시에 당면한 현안 해결을 위한 대응책이기도 하다. 궁극적으로 중국은 미국과 같은 시장 제공자로서의 교섭력 우위(Rule Setter)를 통해 명실상부한 세계의 시장 역할과 지위를 추구하고 있다.
◆ 중국은 어떻게 내수 확대를 도모할 것인가
△도시 경제수준별 소득계층 구조
주:
1) 연간소득 기준 부유층($34,000 초과), 중산층($16,000~$34,000), 중하위층($6,000~$15,999), 빈곤층($6,000 미만)
2) 2020년도 수치는 예측치임.
내수 확대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기존의 소비수요를 확대하고 새로운 소비수요를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증국도 이러한 점을 잘 인식하고 있으며 기존의 수출, 자본재 투자수요 창출 위주에서 벗어나 소비수요의 지속적 창출 메커니즘을 구축하고 확대 재생산하려 하고 있다. 그 주요 수단으로는 도시화, 고용 촉진, 소득분배 개선, 사회보장체제 확충, 서비스업 육성, 소비구조 고도화 등을 활용하고자 한다. 실현 경로는 소비 잠재력 확충, 신규 소비수요 창출, 기존 소비 기대의 실현 통로 확대 및 다양화 등이 예상된다.
특히 유효한 구매력과 소비성향을 보유한 소비계층의 저변을 확대시키는 것이 관건적 요소라 할 것이다. 빠른 속도의 임금 상승, 사회안전망 투자 확대 등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소비 계층의 확산 및 고도화 전망에 대한 중국 외부의 시각은 긍정적인 것으로 보인다. 2016년에 시작되는 13·5 규획 기간 중에도 연평균 7% 이상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한다면, 2020년 중국 도시 1인당 가처분소득은 2010년의 두 배 수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실질적인 구매력을 보유한다고 볼 수 있는 중산층 이상 비율이 인구의 50% 이상을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또한 중국은 지금까지의 대외수요 지향형 투자구조에서 내수확대 기여형 투자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투자구조 조정을 추진할 것이다. 수출산업, 제조업 위주의 투자에서 내수산업, 서비스업 투자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중국의 내수 확대전략에 따라 우선 서비스업이 괄목할만한 성장 속도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문화창의산업(문화, 관광, 체육, 레저 등), 생산형 서비스업, 공공서비스업(의료·보건, 복지, 교통운수) 등이 고성장 대열에 합류하게 될 것이다. 또한 소비재산업도 폭발적 성장을 기대하고 있는 분야이다. 소득수준 향상에 따라 구매력이 증대하고, 이는 소비 욕구의 증대 및 소비수준의 고도화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생산재 중에서는 수입대체산업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중국은 ‘세계의 공장’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실상 그 속사정을 보면 ‘세계의 하청공장’ 지위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상태이다. 이에 따라 중국은 제조업의 고부가가치화, 부가가치율 제고를 제조업 구조 고도화의 최우선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지역적으로는 향후 급속한 도시화와 고성장이 예상되는 2, 3선급 도시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1선, 1.5선급 도시들의 소비시장은 이미 성숙화된 반면, 2, 3선급 도시들의 소비시장은 이제 성장 초입단계이기 때문이다. 맥킨지의 분석에 따르면, 2, 3선급 도시에서 16,000달러 이상의 소득계층 비율이 2010년의 7%에서 2020년에는 74%로 급증할 것이다.
◆ 중국 내수시장이 우리에게 주는 실체적 의미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준비가 필요
중국이 내수 주도형 경제 성장을 추진함에 따라 세계 각국은 중국 내수시장을 겨냥한 효과적 진출 전략을 적극 모색하고 있으며, 한국도 중국 내수시장 공략을 크게 강조하고 있다. 이미 구미 선진국, 일본 등은 중국 내수시장에 대한 연구를 심도 있게 진행하는 한편 중장기 전략 속에서 실천적인 진출 노력을 가시화하고 있다. EU는 중국 연구기관에 대규모 서비스산업 연구 용역을 의뢰하였으며, 일본은 세밀한 시장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우리도 중국 내수시장에 대한 실체적 이해를 바탕으로 한국의 역할이 유효하게 적용될 수 있는 중국 내수시장 진출 전략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자칫 시의성을 놓칠 경우 중국의 내수 주도형 성장은 한국에게 경쟁국과의 경쟁에서 도태되거나 기회적 요소가 아닌 위협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또한 중국 경제의 지속적인 고도성장에 따라 중국의 경제발전단계가 고도화, 성숙화됨과 동시에 수요시장으로서의 교섭력 증대로 인해 외국기업의 중국 현지 경영 여건은 날로 엄중해지고 있다. 비현실적·주먹구구식 전략으로는 중국 내수시장이 한국 기업에게 기회가 아니라 오히려 무덤이 될 위험성도 내재한다.
한국 정부는 지난 7월 범정부 차원의 중국 내수시장 진출 확대방안을 마련한 바 있다. 그 방안에는 소비재 수출 촉진, 자본재시장 진출 활성화, 서비스산업 현지진출 기반 강화, 신성장산업 협력 강화 등 중국 내수관련 분야와 영역 대부분을 망라한 전략 과제들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개별 국민경제의 내수시장이 갖는 본질적인 진입 장벽, 외국 기업이 접근 가능한 내수 영역과 내용에 대한 연구와 탐색이 미흡한 점이 아쉽다. 중국의 내수 확대전략 추진과정에서 중국이 한국에 기대하고 필요로 하는 측면보다 한국의 일방적 기대와 필요에 기반한 사고와 접근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
내수의 속성상 재화·서비스의 질적 우위보다는 수요자 친화성이 중요하다. 외부 배타성, 속지성, 내부거래적 성격이 강한 영역이기도 하다. 또한 중국처럼 의도적 진입장벽 설정이 가능할 경우 외부 접근성이 매우 제한적일 수 있다.
중국의 내수확대전략이 한국에게 실질적으로 의미 있는 기회적 요소가 무엇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중국 내수시장에 대한 한국의 비교우위 및 접근 가능성도 철저하게 검증해볼 필요가 있다. 신규·확대 내수 중 한국이 중국 토종기업 및 여타 경쟁국 기업에 비해 비교우위를 갖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분석과 검토 없는 전략은 또 다른 실패를 예고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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