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대형유통업체 판매수수료 등 추가 인하…위법행위는 연내 처벌

대규모 유통업법 최초 적용, 하지만 '솜방망이' 가능성<br/>판매수수료 인하 조건에 따른 감경 처분 배제할 수 없어

아주경제 이규하 기자= 그동안 유통업계의 불공정 거래행위를 조사해온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형유통업체 6곳의 위법행위를 적발해 연내 처벌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들은 대규모 유통업법이 최초로 적용돼 엄중한 과징금 처벌이 예상되지만, 판매수수료 인하 등 자율이행에 따른 감경 처분을 받을 수 있어 자칫 '솜방망이' 제재로 그칠 공산이 크다.

공정위는 이달부터 롯데·현대·신세계 등 3개 백화점과 롯데마트·홈플러스·이마트 등 3개 대형마트가 총 1200여개 중소 납품업체를 대상으로 판매수수료·장려금률의 1~2%포인트 인하를 결정했다고 8일 밝혔다. 이는 지난해 10월 백화점과 대형마트가 각각 1054개, 900개 중소업체를 대상으로 3~7%포인트 및 3~5%포인트 판매수수료율을 인하한 이후 내린 추가조치다.

공정위는 지난 5월부터 9월까지 대규모 유통업체의 납품업체 간 불공정거래 현장조사를 마무리하고 판촉비용 전가 등에 대한 처벌을 조속한 시일 내 처리할 계획이다.

공정위는 유통업체가 특정 업체에 판촉비용을 전가하는 등 구체적인 위법행위의 증거를 수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 관계자는 “구체적인 정황 등은 이미 확보한 상태로 업체의 위법 여부를 놓고 검토 중”이라며 “다만 위원회 조정과정에서 감액사유가 발생한다면 감경 조치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6개 대형유통업체가 납품하는 중소업체 수와 거래규모 등을 고려하면 처벌규모는 수백억원에 달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에 업계는 대형유통업체들의 판매수수료 인하 등을 유도하기 위한 우회적 행보로 특정업체에만 과징금을 부과하고 나머지는 시정명령 수준에 그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동안 공정위는 대형유통업체들의 판매수수료 인하 합의 이행을 토대로 단계적인 인하방침을 선언했지만, 자율적 이행보다는 공정위 압박에 못이겨 판매수수료 인하 요구에 응했다는 게 대형유통업계 측 설명이다.

익명을 요구한 대형유통업체 고위 간부는 "공정위의 잇단 현장조사 등 전방위 압박으로 재협상 테이블에 올랐지만 강압적이든 자율적이든 판매수수료 등의 인하조치를 한 만큼 과징금 부과 처분에 대해서는 선처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김석호 공정위 기업협력국장은 "(대형유통업체 불공정행위를) 분석하고 검토하는 중이기 때문에 더 이상 말하기는 힘들다"면서 "가급적 빨리(처벌 수위를 정해) 조치하려고 한다. 조속한 시일 내에 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