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세계무역기구(WTO)에 따르면 지난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가 발발하기 이전에도 선진국이나 후진국 등을 막론하고 세계 각국은 자유무역을 지향하면서도 자국의 취약산업 보호, 자국민의 건강권 확보 등을 위해 예외적으로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시행해 왔다.
현재 세계 경제에 확산되고 있는 보호무역주의 정책은 이러한 차원을 넘어 장기적인 자국 산업 발전 방안의 일환으로 시행되고 있어 우려를 심화시키고 있다. 이에 따라 최악의 경우 세계 경제가 '각국의 보호무역주의 정책 기조 강화→세계 무역 동반침체→세계 경제침체 심화→각국의 보호무역주의 정책 기조 강화'라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WTO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2011년 10월 중순 이후 무역을 제한하거나 제한할 가능성이 있는, 무역 결과를 바꿀 수 있는 182건의 조치들이 새롭게 시행됐다"며 "이는 세계 총 수입의 0.9% 정도에 영향을 끼쳤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무역규제 동향을 살펴보면 더 이상 전세계적인 경제위기에 일시적으로 대응하는 차원이 아니라 좀 더 장기적으로 자국 산업 회복을 촉진하는 차원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후진국의 경우 이전부터 자국 산업 보호 등을 위해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많이 추진해 왔으므로 보호무역주의 정책 기조가 강화된다 해도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그렇게 크지 않았다. 그러나 선진국들로 구성된 거대 경제권에서의 보호무역주의 정책 기조 강화는 세계 경제에 보호무역주의 확산이라는 도미노 현상을 일으킬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전문가들은 최근 미국과 유럽, 일본이 단행한 양적완화에 대해서도 사실상 보호무역주의라고 단언한다.
이번 양적완화의 주요 내용은 달러와 유로화를 시중에 무제한으로 쏟아 붓는 것으로 가치절하는 불가피하다. 결국 국제 무역에서 미국과 유로존의 가격 경쟁력은 높아지는 반면 다른 통화를 쓰는 나라의 가격 경쟁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달러 약세 등에 힘입어 미국의 올 9월 수출액은 1869억9600만 달러로 전월의 1813억7500만 달러보다 56억2100만 달러나 늘어 3% 넘게 급증했다. 월간 기준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 수입액은 2285억4100만 달러로 전월의 2251억6500만 달러보다 33억7600만 달러 늘어나는 데 그쳐 증가율이 1.5%에 그쳤다.
미국의 9월 무역수지 적자도 415억4500만 달러로 전월의 437억9000만 달러보다 22억4500만 달러나 줄어 5% 넘게 급감해 2010년 12월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도 최근 "경기부양을 위한 선진국들의 통화 공급 확대는 위장된 보호무역주의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이런 우려를 반영해 이달 4일부터 5일까지 멕시코의 멕시코시티에서 개최된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에선 최근 단행된 양적완화의 영향을 평가하기 위한 지표를 개발하기로 결정했다.
더 큰 문제는 재선에 성공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앞으로도 재정적자 감축과 수출 확대를 위해 양적완화를 지속할 것이라는 점이다. 이에 따라 2기 오바마 행정부는 1기 때 추진했던 △수출기업의 이익을 위한 국가지원 확대 △수출기업 등에 대한 미 수출입 은행의 자금 지원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국가 수출확대 정책을 더욱 강력하게 시행하면서 보호무역주의 정책 기조도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는 주요 교역 상대인 유럽과 중국 등의 반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으며, 벌써부터 이로 인한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9일(현지시간) "중국 목재 생산업체들이 정부 보조금을 받으면서 부당하게 낮은 가격으로 경재(硬材)와 합판 등을 미국에 수출한 혐의가 인정된다"고 밝혔고 미국 상무부는 다음 달 상계관세를 부과할지에 대한, 오는 2013년 3월엔 반덤핑 관세를 부과할지에 대한 예비판정을 내릴 예정이다.
이에 앞서 7일 ITC는 중국산 태양광 패널 업체들이 미국에 덤핑수출을 했다는 주장을 사실로 인정하며 18.32~249.96%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한다는 상무부 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키기도 했다.
중국도 지난 9일부터 일본과 유럽연합(EU)의 고성능 스테인리스 강관에 대해 9.2~14.4%의 반덤핑 관세를 5년 동안 부과한다고 결정했다.
더구나 브라질이 자동차산업 보호를 위해 지난해 12월부터 수입산 자동차에 한해 공업제품세를 30%포인트 올리고 말레이시아 역시 중고 자동차 부품의 수입을 점진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등 신흥국들에서도 보호무역주의 정책 기조가 강화되고 있어 세계 경제에 보호무역주의 확산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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