玄天 93x127cm 한지에 수묵담채 2012. |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휘몰아치는 바람까지 담긴듯 화폭이 격렬하다.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는 부감법으로 포착한 화면은 산과 바다, 나무와 바위가 합일되어 꽃처럼 피어나 춤추는 형상이다.
수묵의 다양한 색감과 기운생동한 필선으로 한국화의 내공을 보여주는 대탁 한진만화백(64·홍익대 미술대학원장)의 개인전이 부제-'天山'를 주제로 열린다.
15일부터 서울 인사동 선화랑에서 여는 이번 개인전은 내년 2월 정년퇴임 기념전이기도 하다. 40여년간 실경산수화의 맥을 이어온 한 화백에게 40년간의 작업을 총망라하는 두툼한 화집은 제자들이 제작했다. 1988년부터 홍익대에서 제자들을 양성해온 화백은 "제자들에게 빚졌다"고 했다.
총 30여점이 선보이는 이번 전시에는 제자들이 기획한 한 화백의 영상전도 소개된다. 한 화백의 '산 사랑'을 입체적으로 살펴볼수 있게 꾸몄다.
天山池 35.5x44.5cm 한지에 수묵담채 2012. |
◆"히말라야도 금강산도 같더라".'지구산수'
"산은 지구의 축소판이며 우주의 기운이 담고 있기때문에 나에겐 경건함과 함께 심신에 다양한 영향을 준다."
지구산수(地球山水)를 화두로 펼치는 한 화백의 작업은 '자연으로 돌아가라'는 노장사상 철학과 맞물려있다.
40여년간 산을 화두로 몰두하며 '자연속'에서 '힐링'의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13년전부터 산골짝(강원도 춘천 북산면)에 작업실을 마련하고 그림을 그리고 있어요. 뱀은 물론 박쥐도 날아다니는 집에서 봄여름가을겨울 사계절의 변화를 온몸으로 느끼고 있죠."
화백은 그곳에서 새싹이 자라나고, 낙엽진 산풍경과 눈이 녹기전 산속 풍경을 '동결'시키기위한 '스케치 즐거움'도 큰 낙이라고 말했다.
한화백은 실경산수화의 맥을 이어오며 현대 한국화의 발전에 중추적 역할을 해온 인물이다. 마이산 청량산 금강산에 이어 고산병으로 생사를 넘으면서까지 등반했던 히말라야 에베레스트에 이르기까지 국내외 수많은 산행과 사생을 통해 산이 영험한 기운과 생명력을 화폭에 담아왔다.
전시를 앞두고 최근 인사동에서 만난 한 화백은 “히말라야에서 금강산이 보였다"며 "자연은 어디든 똑같고, 누구나 누릴 수 있는 곳이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고 했다.
2008년 가을 에베레스트 산행을 다녀온 이후 시작한 ‘천산(天山)’ 시리즈는 에베레스트의 경관에 금강산, 마이산 같은 우리 산 풍경을 곁들인 ‘지구 산수화’다. '지구는 어차피 하나인데 나눌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다.
산 사랑 40년 '지구산수'를 화두로 작업하는 한진만 화백. |
◆검도로 익힌 온몸의 기운..춤추는 기운찬 '검필법' 독특
그의 산은 채움과 비움이 동시에 이뤄지며 에너지가 넘친다. 김은지 철학박사는 그의 작품을 두고 "선禪을 위한 선線으로 비유될수 있다"고 평했다.
붓 끝에 머금은 검은 먹이 하얀 종이 위를 반복하며 지나며 형상을 마련하는 동안 여백이 형상되는데 이는 禪뷸교에서 말하는 비움, 공허이자 곧 완성, 완결이라는 것.
거칠어 보이는 붓놀림속 춤추듯 기운찬 산의 모습은 '검필(劍筆)법'에 의해 탄생했다.원심력으로 그려진 '운필'에 의한 필선의 구사가 독특하다. 검무하듯 그리는 검필법은 당나라 '오도자'가 최초로 서예에 반영된 이후 맥이 끊긴 상태다.
“5년전부터 검도를 시작한 이후 제 작업에 온몸의 기운이 반영된 것 같습니다. 산의 형상을 그리기보다는 혼, 기운처럼 보이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눈에 보이지 않는 여백을 생각하면서 작업하지요.”
한 화백은 "검도를 한후 심신이 좋아졌다"며 "건강해야 작품도 좋다"고 말했다.
그의 산에는 히말라야가 금강산이 마이산이 함께 담겼다. 눈으로 담고 마음으로 품은 '산'은 그의 화폭에서 동서양을 아우르는 존재와 본질에 대한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웅장함과 숭고함, 때로는 처연하고 고요한 기운이 확연한 그의 작품은 '움츠러든 한국화'의 심박수를 다시 뛰게하고 있다.
“70~80년대는 한국화시대였어요. 안주했었다하는 반성도 합니다. 하지만 이제 '한류'가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한국화가 다시 새로운 기운으로 일어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화백에게 선화랑과 인연도 깊다. 1980년 첫 개인전을 선화랑에서 데뷔한 후 42년만에 정년퇴임전을 선화랑에서 하게 된 것.
“지금까지의 작업이 쌓여서 거름이 되어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한 화백은 "한국화에 대한 열정을 제자들에게 지도하기 보다는 삶 자체가 하나의 좌표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30일까지.(02)734-0458
天家 60x90cm 한지에 수묵담채 20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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