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 인사이드> 유통업계 상생, 진정한 솔루션이 먼저다

아주경제 김진오 기자= 최근 대형마트들이 자발적인 출점 제한, 자율 휴무를 통해 중소 상인들과 상생을 모색하겠다고 합의했다.

휴업일은 상권의 특성을 고려해 지정하되, 한 달에 두 번 쉬기로 한 것이 골자다.

상생협력의 첫번째 결과물로 이들은 오는 15일 지식경제부와 함께 ‘유통산업발전협의체(가칭)’를 출범시켜 구체적인 세부 협력 사항을 논의하기로 했다.

이날 좀 더 진전된 사안을 갖고 정재훈 지식경제부 산업경제실장은 브리핑을 통해 기자들과 만날 예정이다. 하지만 이런 움직임에도 전통시장 상인들은 여전히 진정성과 실효성에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 조례가 잘못됐다며 소송의 칼날을 들이대고 있는 대형마트들이 과연 합의문에 얼마나 진심을 담았겠느냐는 것이다.

실제로 코스트코는 지난달 서울 영등포구청장과 서울 중랑구청장, 서울 서초구청장을 상대로 영업시간 제한 및 의무휴업일 지정 처분의 집행정지 신청을 냈는데, 서울행정법원이 결국 이를 받아들여 논란이 일고 있다. 지역 범위를 전국 지자체로 확대하면 현재 진행 중인 소송만 해도 집계하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다.

홈플러스의 경우, 지난달 23일 서울 관악구청에 ‘대규모 점포 개설등록 신청서’를 제출하면서 빈축을 샀다. 내년 9월 관악구 남현동에 지하 5층, 지상 3층 규모의 대형마트를 오픈하겠다는 내용이다. 특히 신청서 제출시점이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와 중소유통업계가 오는 15일 유통산업협의체를 발족키로 합의한 바로 다음 날이라는 점에서 도마위에 올랐다.

상인 단체들은 “자발적 출점 자제를 약속하자마자 신규 매장을 확장하는 것은 시작도 하기 전에 합의정신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홈플러스가 약속을 깬 상황에서 대형마트와 협의체를 신뢰할 수 없다”고 맹비난 했다.

홈플러스는 그러나 해당 점포는 이미 지난 2008년부터 출점 계획이 수립돼 있던 지역으로 지난 1월 건축허가 신청이 나 있는 상태라고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출점을 자제키로 약속했던 ‘새 점포’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사정이 이렇듯 유통법이나 상생법의 조정기능이 유명무실해진 상황에서 법적 구속력이 없는 협의체가 산적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겠는가라는 지적이다.

향후 발족될 협의체에서 반드시 대형마트 규제에 관한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 도출돼야 하는 이유다.

이번에야 말로 말 뿐이 아닌 실질적인 솔루션을 내놓아 대·중소 동반 성장의 초석이 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