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20일 김황식 국무총리 주재로 제2차 원자력진흥위원회를 개최하고 '사용후 핵연료 관리대책 추진계획(안)'을 의결했다.
원자력진흥위원회는 원자력진흥법 제3조에 따라 원자력정책에 관한 중요사항을 심의·의결하는 기구로 총리가 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재정·외교·교과·지경부 장관 및 민간위원 4명 등 8명의 위원으로 구성됐다.
이번 추진계획(안)은 국민적 공감대 하에서 사용후 핵연료 관리방침을 추진하기로 한 2004년 원자력위원회의 의결사항을 바탕으로 마련됐다. 이번 계획은 부지선정계획이 아닌 향후 사용후 핵연료 관리대책 마련을 위한 '논의의 틀'과 '추진일정'을 제시하자는 취지다.
정부는 향후 사용후 핵연료 관리대책에서 안전성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중·단기 및 장기관리대책 등 단계적으로 수립해 나가기로 했다.
지역주민과 미래세대가 감수해야 하는 사회적 부담에 대해서는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수준에서 지원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또 사회적 수용성(受容性)을 최대한 확보해 가면서 관리대책을 수립하기 위해 내년 상반기에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해 운영하기로 했다.
방사성폐기물 관리법에 따르면 사용후 핵연료 관리 등 사회적갈등이 예상되는 사안에 대해서는 공론화를 추진하도록 돼있다.
공론화위원회는 정부로부터 독립된 민간 자문기구로서 인문·사회과학·기술공학, 시민사회계, 원전지역대표 등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정부는 토론회, 설명회, 공청회 등 다양한 논의 프로그램을 통해 대국민 공론화를 추진하게 되며, 논의주제는 한정되지 않지만 중간저장 등 중단기 현실적 대안 모색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2014년까지 위원회의 활동 결과는 대정부 권고서 형태로 지식경제부와 원자력진흥위원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지경부는 2014년까지 공론화위원회 권고사항을 최대한 반영, 부지선정계획 및 투자계획이 포함된 법정계획인 방사성폐기물관리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부지선정절차 및 건설에 착수하게 된다. 이르면 2015년 부지선정을 위한 부지선정위원회가 발족되며 2020년에 중간 저장시설의 건설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정부는 부지 선정에서 지역주민들의 강한 반감을 샀던 '경주 트라우마'를 거듭하지 않겠다는 각오다. 현재 방사선폐기물처분장은 경북 경주에 있다. 원전 내 작업복·용기 등 방사선이 적은 중저준위 폐기물을 땅에 묻는 곳이다. 그러나 1986년 방폐장 논의가 시작된 이후 2005년 경주가 부지로 선정되는 데 태안·부안 등의 반발을 거쳐 20년이 걸렸다.
때문에 정부는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해외사례 검토 등을 통해 본격적인 공론화를 위한 철저한 사전준비 작업을 해왔다.
프랑스는 공론화(9개월) 이전에 관리방안마련 및 연구에 15년을 소요했으며, 캐나다(공론화 3년)의 경우 10년을 준비했다.
정부는 먼저 2007~2008년에 국가에너지위원회 산하 공론화 태스크 포스를 운영해 공론화 방안을 마련했으며, 2009년에는 방폐법을 개정, 공론화의 법적근거를 세웠다.
또 2010에는 2년간에 걸쳐 원자력 전문가를 중심으로 관리방안에 대한 종합적인 연구용역을 수행했다. 주요 인사와 학자 등 전문가들로 구성된 ‘사용 후 핵연료 정책포럼’은 최근 9개월간 활동뒤 "저장능력이 2016년이면 거의 포화상태에 도달하는 만큼 2024년 이전에는 중간저장시설을 마련해야 한다"는 권고안을 정부에 제출한 바 있다.
지경부 조석 제2차관은 "사용후 핵연료 관리문제는 지속적인 원자력발전 여부를 떠나 안전관리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한 과제로 이번 발표가 관리대책 마련의 출발점을 마련했다는 의미가 있다"며 "사용후 핵연료를 둘러싼 다양한 오해와 정책적 불확실성이 상당부분 해소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사용후 핵연료 = 원자로에서 태우고 남은 연료봉으로 원자력 발전 후 남는 찌꺼기를 말한다. 방사선을 대량 함유한 고준위 폐기물로 분류된다. 반면에 원전·병원·연구소에서 사용한 장갑·옷·용기 등은 방사선이 적은 중저준위 폐기물이다. 현재 경주의 방사성폐기물처분장은 중저준위 물질을 땅에 묻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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