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민주통합당 문재인·무소속 안철수 대선 후보가 단일화에 전격 합의하면서 당 전체가 패닉 상태에 빠졌던 모습과는 180도 달라진 모습이다.
두 후보의 단일화 협상이 연일 ‘진흙탕 싸움’을 벌이면서 박근혜 후보가 반사이익을 보고 있는 것이다.
◆“패닉에서 자신감으로”…새누리, ‘반색’
당초 단일화 국면에 맞설 카드가 마땅치 않았던 박 후보 캠프 분위기도 한층 밝아졌다.
여성대통령론을 전면에 내세우며 정책 행보에 주력했지만 상대적으로 파괴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21일 선대위 핵심관계자는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와 만나 “지난 6일 단일화에 덜컥 합의했을 때만 눈앞이 캄캄했는데 이제야 한숨을 돌리고 오히려 자신감이 생긴다”면서 “국민들이 문-안 단일화를 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연령대 마다 차이가 있지만 여성대통령론 후 여성층 지지율이 남성층보다 높아진 것은 사실”이라고도 했다.
권영세 종합상황실장도 “이번 단일화는 감동적으로 진행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 차원에서는 ‘단일화 컨벤션 효과’(정치적 이벤트 후 지지율이 상승하는 현상)를 차단하기 위해 문·안 후보 측의 신경전을 이전투구로 몰아붙이는 등 ‘단일화 김빼기’에 들어갔다.
이상일 선대위 공동대변인은 “양측이 새 정치와 아름다운 단일화를 얘기하는데 이런 게 무슨 아름다운 단일화냐”며 “티격태격 싸우고 서로 유리한 것을 언론에 흘리는, 결국은 ‘생존을 위한 단일화’”라고 혹평했다.
조해진 공동대변인도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 “양측이 감동적인 그림을 그리고 단일화 논의를 시작했는데 실제 상황에 들어가서는 서로 배수진을 친 형국”이라며 “안 후보로 단일화시 민주당이 붕괴위기에 직면하고, 문 후보로 단일화시 안 후보의 지지기반이 공중분해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가운데 박 후보 본인은 전날 경제지와의 합동인터뷰에 이어 이날 교육정책 공약을 발표하는 등 ‘준비된 지도자’의 이미지 구축에 나섰다.
△건설교통전문가 155인 △시각장애인단체 △탈북자유민 종합복지원 예술단 △여성단체 등 ‘세불리기’ 성격의 대규모 지지 선언도 몇일째 이어졌다.
◆ 지지층 결집 약발 받나
박 후보 측의 이 같은 ‘선방’은 각종 지지율로 입증되고 있다.
SBS가 지난 17∼18일 전국 유권자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양자대결에서 박 후보 47.5% 대 문 후보 43.9%, 박 후보 46.3% 대 안 후보 45.7%로 나타나는 등 박 후보의 선전이 두드러진다. 비슷한 추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다른 여론조사도 마찬가지.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일정 부분 단일화와 관련해서 (박 후보가) 반사효과를 얻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주목할만한 점은 단일화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위기의식을 느낀 보수층이 결집하고 있다는 것이다.
리서치앤리서치가 단일화 합의가 있기 전인 지난 4일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보수 성향 유권자 23.8% 가운데 62.6%가 박 후보를 지지했고, 보수층의 모름·무응답은 9.8%였다.
하지만 단일화가 진행 중인 18일 조사에서는 보수 성향 유권자 24.5% 중 65.4%가 박 후보를 지지했고, 보수층의 모름·무응답은 7%로 소폭 줄어들었다.
자당 후보에 대한 충성도 역시 높아졌다. 4일 조사에서 새누리당 지지율 33.9% 중 86.2%가 박 후보를 지지했으나, 18일에서는 새누리당 지지율이 36.4%로 높아지고 그 중 90.5%가 박 후보를 지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여기에 단일화 과정에서 실망한 표심이 일정 부분 박 후보에게로 유입된다면 야권에는 심대한 타격이 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실제로 2002년 노무현-정몽준 후보 단일화 당시 정 후보 지지층의 50% 이상이 이탈했다고 보고 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2002년 당시에는 50% 이상이 빠져나갔지만 더 많은 지지자 유입으로 노무현이 승리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그 정도까지는 아니다”라며 “박 후보가 문-안 두 후보의 이탈표와 10% 안팎의 중도·부동층을 흡수한다면 양자대결 구도에서 박 후보의 우세가 점쳐진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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