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영환·경찰청 대변인실 소통담당·법학박사> |
건전한 수사구조는 인권보호와 사회정의의 토대가 된다. 권한이 분산된 건전한 수사구조는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 기소권이 남용 되거나 수사과정에서 과오가 제대로 통제되지 않던 폐해를 사라지게 해야 한다.
검사를 특임검사가 수사하는 것에 대해 국민은 이해할 수 있을까. 검사 지휘를 규정한 대통령령에 따르면 검찰이 경찰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아 수사지휘를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이는 개정 형사소송법상 보장된 경찰의 수사 개시·진행권을 침해하는 것이고, 두 수사기관이 동일한 사건을 각자 수사하는 것은 중복수사로 인한 인권침해 등의 측면에서 적절하지 않다.
검사가 화재현장에 몇 번이나 나와 보고 도둑은 잡아봤을까. 한국 검찰은 현장과 멀리 떨어져 있는데 수사권, 수사지휘권, 영장청구권, 기소권 독점은 기형적 형태이다. 검·경 관계에서 경찰의 수사 분담률은 90% 이상을 차지한다.
‘2013년 검찰과 경찰의 수사 관련 예산안’에 따르면 검찰 예산은 2797억 9000만원이다. 1인당 수사 관련 예산은 약 3970만원인 셈이다. 경찰 예산은 1412억원 3900만원이다. 경찰의 수사 인력은 검찰의 2.6배지만 1인당 수사 관련 예산은 검찰의 20%에 불과하다.
경찰이 수사를 열심히 해서 범인을 잡더라도, 재판에 넘기지 못하면 처벌할 수가 없다. 따라서 범인을 재판정에 세우는 기소권은 강력한 권한이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기소는 오로지 검사만이 할 수 있다. 이는 시민 배심원이 기소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미국, 피해자가 직접 형사소송을 수행하기도 하는 프랑스, 범죄 피해자가 검사와 함께 원고 자격으로 형사절차에 참여할 수 있는 독일 등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영장주의의 본질은 국민의 기본권 제한의 오·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객관적 지위에 있는 법관의 판단을 받는 데 그 핵심이 있다. 그러나 현행 헌법상 검사의 독점적 영장청구권이 수사지휘권과 결합돼 검찰권 비대화의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검사의 범죄 혐의를 검사가 수사하는 현실은 사법개혁이 얼마나 절실한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김정석 경찰청 차장은“현행법 체제에서 특임검사가 수사를 시작하면 강제수사권이 없는 경찰은 무기력해질 수밖에 없다”면서“이번 사건이 국민에게 어떤 사법체계·수사구조가 진일보한 것인지 인식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에서는 구속영장 등 인신에 대한 강제수사와 달리 압수수색영장 등 대물적 강제수사는 경찰에 직접 (영장을) 청구할 수 있는 권한을 준다. 이런 정도의 발전만 있어도 커다란 진전이 된다.
사법구조 개혁은 개헌을 통한 형사소송법, 정부조직법 등 관련 법령을 개정해야 한다. 검찰에 집중되어 있는 수사권, 수사지휘권, 영장청구권, 기소권 독점의 다원화는 시대의 요청이다. 견제와 균형의 추(錘)가 없는 사법구조를 좋은 민주주의라 할 수 있을까. 헌법적 권력분립은 분할돼 있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고 분할된 국가 권력 간에 균형이 성립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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