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보 안정성 끝장토론, 전문가들 “구조적 문제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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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11-23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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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부 지적 파이핑 현상 대해 “있을 수 없는 일”<br/>엔지니어 역할·책임 대한 자성도 이어져

한국수자원학회가 23일 '낙동강 보의 안정성 검토' 긴급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 왼쪽부터 곽효경 KAIST 교수, 류권구 동의대 교수, 한희수 금오공과대 교수, 최병규 삼안 부사장, 정남정 K-water 4대강사업본부장, 박창근 관동대 교수. [사진제공 = K-water]
아주경제 이명철 기자=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4대강 보에 대해 관련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이른바 ‘끝장 토론’을 벌였다.

끝장토론에서 전문가들의 의견은 “보 구조 자체에는 붕괴 위험이 없다”는 것으로 도출됐다. 아울러 일각에서 제기됐던 파이핑(지반에 물이 침투해 상·하류로 모래입자 이동으로 물을 뿜어내는 현상)도 근거가 없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참석자들의 성향에 대한 지적이 나오기도 했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정치적 입장은 배제한 채 보 본체만 놓고 봤을 때 나온 결론이라는 입장이다.

한국수자원학회는 23일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낙동강 보의 안정성 검토’ 긴급 토론회를 개최했다.

한국수자원학회는 수자원 분야 전문가들이 속한 학회로 최근 담당 분야인 4대강 보에 대한 의혹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어 이번 토론회를 마련하게 됐다.

우효섭 한국수자원학회장은 토론에 앞서 “같은 사실을 가지고 다른 의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며 “느낌이나 아마추어적인 판단으로 복잡한 상황을 쉽게 재단하지 않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 자리에는 최근 4대강조사특별위원회(이하 4대강특위)에 소속돼 4대강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박창근 관동대 교수와 4대강 사업을 수행한 수자원공사(K-water)의 정남정 4대강사업본부장이 발제자로 참석했다. 두명 모두 수자원학회에서 20년 이상 활동한 회원이다. 4대강 찬반 양 극점에 선 전문가들의 ‘끝장 토론’이 열린 것이다.

먼저 발제에 나선 정남정 본부장은 보의 설계 개념 및 기준과 시공 현황을 소개하고 4대강특위측 주장을 반박하고 나섰다.

정 본부장은 “파이핑과 세굴, 부등침하 등으로 낙동강 보가 붕괴되기 시작했다는 4대강특위 주장에 상당히 우려하고 있다”며 “보는 암반에 직접 기초하거나 말뚝과 시트파일(철판)으로 암반 위에 세우기 때문에 파이핑 현상은 있을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또 “바닥보호공의 경우 유실 등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보조구조물로 보 본체 위험에는 문제가 없다”며 “완벽하게 짓는 것보다 유지보수를 해나가는 편이 더 경제적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공학자들은 논리적이고 과학적으로 사실에 접근하고 감정적 이입 배제해야 한다. 본질의 훼손은 정말 심각한 것”이라며 엔지니어의 역할론을 들었다.

다음 발제자 박창근 교수는 “정치권에서 의사를 결정하고 엔지니어가 끌려 다니는 등 스스로의 역할을 포기했다”며 정 본부장의 역할론을 반박했다.

박 교수는 현장에서 수집한 보 균열 등 구조물 훼손 사례를 동영상과 사진으로 보여주며 안정성 문제를 본격적으로 제기했다.

그는 “100cm 두께의 물받이공에서 밑으로 130cm 모래가 더 파인 현상을 발견했다”며 “하천 유속에 따른 세굴 때문일 수도 있지만 밑에서 물을 뿜어내는 파이핑 현상도 하나의 원인으로 보여진다”고 주장했다.

또 “시트파일이 100% 차수(물을 차단함)할 수 있는 것도 의문”이라며 “파이핑이 아닌 세굴현상으로 이만큼 바닥이 파였다는 것은 그만큼 물받이공의 설계가 잘못됐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 붕괴 발언에 대해서는 “다소 선정적이었다”고 인정하면서도 “물받이공은 주구조물일 수밖에 없으며 그대로 두게 되면 보는 붕괴될 수밖에 없다. 당장 내구연한도 깎아먹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발제 후 토론에서는 각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해 의견을 피력했다.

기초분야 전문가 한희수 금오공과대 교수는 “보 등 구조물을 지을 때 파이핑 등에 대비한 수십가지의 상황을 감안해 암반 위에 짓게 된다”며 “강물이 흘러가면서 흙입자를 파헤치는 세굴이지 파이핑 현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류권구 동의대 교수(수리분야)도 파이핑이란 용어 선택을 잘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4대강 사업 추진 상황은 잘못된 부분이 있지만 보의 안정성 문제는 다른 분야”라며 “모래가 빠져나간 것도 파이핑이 아닌 흡출 현상”이라고 정의했다.

구조분야 곽효경 KAIST 교수는 “구조물 안정성은 크게 문제는 없고 오히려 설계 시 과도하게 안전율을 높인 측면이 있다”며 “물받이공과 바닥보호공은 보조 구조물로 훼손된다고 해도 보 본체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밖에도 토론자들과 수자원학회 회원인 참석자들은 대부분 보가 암반 위에 기초해 구조적 안정성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한편 이날 토론에 대해 4대강 사업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전문가들이 참석하지 않아 균형이 맞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박창근 교수는 “4대강 사업에 대해 날카롭게 이야기해줄 사람이 있을 줄 알았는데 없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또 “앞으로도 4대강 사업은 사회적 논란이 끊임없고 토목계에서도 최대 화두로 떠오를 것”이라며 보의 안정성에 대한 논쟁은 끝나지 않을 것임을 암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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