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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잡'시대> 잠 못 이루는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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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11-26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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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트) 한 가지론 못 먹고 산다…'투잡' 인구 급증

25일 새벽 서울 역삼동 교보타워사거리에서 한 중년의 대리운전 기사가 자신의 휴대전화로 손님의 위치를 확인하고 있다.(사진=남궁진웅 기자)
아주경제 장기영 기자= #1. 살림이 빠듯해 자녀 앞으로 들어둔 보험조차 없었던 화장품 외판원 조모씨는 올 4월부터 신한생명 소호(SOHO)사업자로 일하고 있다. 직장 동료의 소개로 소호사업에 뛰어든 조씨는 화장품 방문판매와 보험영업을 병행하는 것이다.

#2. 대학생 자녀 2명을 둔 장모씨는 지난 6년간 신한카드 모집인으로 일했지만 생계를 꾸리기 힘들어 화장품 판매업을 시작했다. 장씨는 할당된 카드 발급 수량을 채우기 위해 낮에는 카드영업을 하고, 밤에는 화장품을 판매하고 있다.

화장품을 팔다 보험설계사를 병행하는 조씨와 카드 외판을 하다 화장품 장사를 시작한 장씨는 모두 투잡(Two-Job)족이다.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하나의 직업으로 먹고 사는데 한계를 느끼는 생계형 투잡족이 급증하고 있다. 투잡족의 대표적인 사례는 낮에 본업에 종사하다, 밤에 취객들의 차를 대신 운전하는 대리운전 기사다.

서울에서만 한국대리운전협회 산하 185개 회원사가 성업하고 있으며, 경제적 형편 때문에 심야에 운전대를 잡는 '투잡족'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지난 23일 밤 서울 광화문 인근에서 만난 대리운전 기사 김모씨는 "누가 투잡을 하고 싶어서 하겠느냐"며 "하나의 일로 생활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보니 몸이 힘들더라도 일을 하나 더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직장에서 퇴근하자마자 편의점이나 PC방 등으로 향하는 야간 아르바이트생 역시 김씨와 비슷한 유형의 투잡족이다.

 
경제적 그늘을 반영한 투잡족의 빠른 증가 속도는 금융권 영업현장 곳곳에서도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

영세 자영업자들이 자신의 기존 사업을 유지하면서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신한생명 소호사업자의 경우 올 1월 116명에서 9월 1260명으로 8개월 만에 1000명 이상 증가했다.

손해보험업계 1위사 삼성화재의 리스크 컨설턴트(RC) 3만여명 가운데 15~17%가량이 보험설계사 외에 다른 직업을 갖고 있다.

그러나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 투잡족의 규모를 정확히 추산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상태다. 투잡족의 두 가지 직업 중 상대적으로 비중이 낮은 직업이 건강보험, 국민연금, 산재보험, 고용보험 등 국민 4대 보험의 사각지대에 놓인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취업과 결혼 연령은 늦어지고, 평균수명은 증가하는 사회적 추세를 감안할 때 앞으로도 투잡족은 계속해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은퇴에 대비해 미리 더 많은 돈을 모아두려 하거나, 조기퇴직 이후에도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이들의 직업 수요 때문이다.

한 고용시장 전문가는 "대다수 기업에는 자녀의 대학 학자금을 지원하는 제도가 있지만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퇴직하는 직원들이 많다"며 "경제활동기 이후 오히려 지출규모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복수의 직업에 종사하려는 이들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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