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금융시장, 그리스 효과 "글쎄요"

아주경제 이규진 기자= 그리스가 추가 지원금을 받기로 했지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은 확실히 거두지 못했다. 투자자들은 당장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는 사라졌지만 장기적인 부채위기에 대해선 비관적인 분위기다.

유로그룹과 국제통화기금(IMF)이 그동안 미뤘던 그리스의 채무 감축 프로그램을 27일(현지시간) 합의하면서 437억 유로의 차기 구제분도 지급하기로 했다. 그러나 그리스 호재 예상과 달리 이날 유럽 주요 증시는 혼조세를 나타냈다. 영국 런던 증시의 FTSE 100 지수,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30 지수는 소폭 상승에 그쳤다. 특히 구제금융 수혜국인 그리스 아테네 증시는 0.29% 만 올라 실망스러운 모습이었다.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 40 지수와 스페인 마드리드 증시는 오히려 후퇴했다.

게다가 유로화는 약세를 나타냈다. 유로·달러 환율은 0.3% 하락한 1.29달러를 기록했다. 국채시장에서 스페인·이탈리아의 국채 수익률은 소폭 하락했으나 독일 국채 수익률은 상승했다. 소시에떼제네랄의 키트 주케스 외환 전략가는 “금융시장은 그리스 구제금융 합의를 크게 기대했지만 환희는 재빨리 불안으로 돌아왔다”며 “특히 바이백 등 부채 감축 방법이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점에 실망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그리스 구제금 합의에도 투자자가 불안한 이유는 그리스의 국채를 할인된 가격에 재매입하는 바이백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투자자들이 그리스의 부채 상환 방법인 바이백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못해 결국 지원금이 연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미 IMF가 구제금융 지원이 국채 바이백의 성공 여부에 달렸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그리스는 차기 지원금 지급 예정일인 다음달 13일전까지 바이백이 이뤄지길 바라지만 순탄하지 않을 전망이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장관은 부채 감축 방법으로 바이백에 합의했으나 유로존 국가들이 보유한 국채를 상각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쇼이블레 장관은 “지원이 충분히 이뤄지는 상황에서 부채를 상각하는 것이 법적인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며 “그리스 지원안이 내달 13일 유로그룹 회의에서 최종 확정하길 요청할 것”이라고 전했다. 독일이 그리스에 대한 지원도 내년 9월 총선 이후 달라질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와 함께 유로존의 지원이 그리스의 부채위기를 해소하기 역부족이란 지적도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그리스의 이번 지원은 당장 발등에 떨어진 위기를 막는 진통제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인베스텍뱅크의 브라이언 베리 애널리스트는 유로존 정책자들의 대응책과 전망은 지나치게 낙관적“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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