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WSJ)은 28일(현지시간) 유로그룹이 이날 4개의 스페인 은행에 구제지원금 370억 유로를 제공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해당 은행은 방키아·NCG방코·카탈루냐방크·방코데발렌시아다. 다른 은행에도 추가적으로 30억유로가 지원되면서 총 400억 유로가 지원될 예정이다. 스페인 은행들의 시장 변동성에 따른 타격을 덜어주기 위한 방안이다. 이들 은행은 예산 및 급여 삭감을 통한 비용 절감을 약속했다.
특히 방키아는 지원금을 받는 조건으로 수십 개의 지점을 폐쇄하고 6000여명의 직원을 해고하기로 했다. 은행을 몰락 위기로 내몰았던 부동산 대출도 중단한다. 소비자 부문에 다시 초점을 맞추면서 오는 2015년까지 500억유로의 자산을 매각한다는 방침이다. 방코데발렌시아는 까이사뱅크에 매각될 예정이며 나머지 은행들도 5년동안 대차대조표(2010년 기준) 60% 이상을 축소해야 한다. 방코데발렌시아의 경우 매각이 청산하는 것보다 비용 측면에서 효과적이라는 설명이다.
호아킨 알무니아 EU 경쟁감독관은 “스페인 은행들의 구조조정안이 확정됐다”며 “스페인 은행들은 예산 감축 약속을 반드시 지켜낼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금융부문 건전화로 실물경제 지원 여력을 확보하는 것은 스페인 경제 회복에 필수불가결한 요소라고 덧붙였다. 다른 스페인 은행에 대한 지원 여부는 다음달 20일에 결정된다. 앞서 스페인 정부는 지난 6월 은행 자금난을 해소하기 위해 유로그룹에 1000억 유로 구제기금을 요청했었다.
그러나 이번 지원금이 스페인 은행들의 신용경색을 완화시킬 약보다 독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스페인의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막대한 대출 비용·부채·재정적자 등 때문이다. 경제 회복 전망이 악화되면서 스페인에서 대출 규모는 매년 5% 수축되고 있다. 스페인 은행들은 총 1조700억 유로의 대출금을 안고 있으나 비용절감 압박에 더욱 줄어들 전망이다. 대형 은행의 비용 삭감은 신용경색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고 WSJ는 우려했다.
또 다른 문제는 스페인 정부가 구제금융을 조달할 가능성이다. 그렇게 된다면 은행들은 더이상 정부 부채를 통해 지원받기 어렵기 때문에 민간 부문에서 조달받아야 한다. 스페인의 10년만기 국채 수익률은 한때 최악인 7%까지 치솟다 5%대를 유지하고 있으나 여전히 위험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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