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부원 기자= 올해 여러 가지 불미스런 일들로 홍역을 치른 은행권이 연말로 접어들면서 '공공의 적'이란 오명까지 뒤집어 쓰고 있다.
은행권이 금융당국과 함께 서민금융을 강화하면서 이미지 회복에 나섰지만, 그동안 쌓였던 소비자들의 불만과 불신이 집단소송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근저당 설정비 반환소송에서 법원이 소비자의 손을 들어주면서, 은행을 상대로 한 소비자들의 집단소송은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근저당권 설정비용 관련 소송을 비롯해 은행을 상대로 한 집단소송이 본격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은행 입장에서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은 근저당권 설정비 반환소송이다.
얼마 전 대출자들이 부담했던 근저당권 설정 비용을 금융기관이 돌려줘야 한다는 법원의 첫 판결이 나온 바 있다. 한 개인이 근저당권 설정 비용과 이자를 돌려달라며 신용협동조합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에서 법원이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린 것이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이와 관련한 집단소송이 줄을 이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소비자연맹은 근저당권 설정비와 관련해 5차례에 걸쳐 집단소송 참가자를 모집했고, 이미 1만여명이 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다음달 국민은행, 하나은행을 대상으로 한 근저당권 설정비 반환소송에 대한 서울중앙지법의 판결이 예정돼 있어, 판결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또 금소연은 다음달 3일부터 6차 원고단을 모집 할 계획이다.
보이스피싱 및 해킹에 의한 금융피해자들도 은행을 상대로 집단소송에 나섰다. 그러나 은행도 쉽게 밀리진 않겠다는 입장이다. 자칫 첫 판결에서 법원이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준다면 집단소송이 더욱 확산될 것이 분명하므로, 은행도 로펌과 함께 대응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소비자원이 주축이 된 은행의 양도성예금증서(CD)금리 담합 관련 집단소송도 관심거리다. 금소원은 지난 7월부터 CD연동대출 부당이득반환 공동소송 접수를 받았으며, 현재 2200여명이 집단소송에 참여했다.
조남희 금소원 대표는 "소송 준비는 모두 마무리 됐으며 현재 소장 제출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금소원은 주택담보대출과 관련한 집단소송도 준비 중이다.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자 금융사들이 주택담보대출금 회수를 위해 대출자의 재산, 급여 등을 압류하는 것에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하지만 소송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전에 은행권이 조금 더 전향적인 자세를 보였으면 한다는 게 조 대표의 바람이다.
조 대표는 "집단소송이 능사는 아니다. 절차도 번거롭고 비용도 드는 데 소송이 좋을 이유는 없다"며 "하지만 은행권이 소비자의 질문과 요구에 귀를 기울이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확산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은행연합회 역시 은행권은 전혀 문제가 없다는 고자세만 유지해선 안 된다"며 "소비자가 문제를 제기하면 대화를 통해 합의점을 찾거나 유연하게 대응하려는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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