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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아주중국> 이철성 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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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12-03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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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진핑 체제와 양극화의 함정<br/>중국의 빈부격차 실상

"중국의 계층간·지역간 빈부격차가 날로 확대되고 있으며, 소득분배 체계는 혼란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글 이철성 한국은행 전 베이징 사무소 소장 전 JP모건 고문

중국이 G2로 부상한 가운데 공산당 18차 당대회를 통해 시진핑(習近平) 총서기 가 이끄는 5세대 지도부가 11월 15일 공식 출범했다. 중국이 경제 분야에서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고 있지만 사회적 위험요인도 적지 않다. 이 중에서도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날로 확대되어 가는 빈부격차 문제다. 시진핑 총서기도 출범 일성으로 양극화를 해소하고 부정부패를 척결해 사회안정를 도모하겠다고 말했다.

어느나라건 빈부격차문제는 존재하지만 그 정도가 심각해지면 사회불안정이 야기될 수 밖에 없다. 그러면 중국의 빈부격차문제는 얼마나 심각한 것일까? 신화통신이 발간하는 경제참고보(經濟參考報)는 얼마전 “중국의 빈부격차가 사회가 용인할 수 있는 한계선에 근접했다(中國貧富差距正逼近社會容忍紅線)”는 다소 자극적인 제하의 심층기사로 그 심각성을 전하고 있다. 중국정부의 의중을 담아내는 관영매체의 보도내용이니 중국정부가 이문제를 얼마나 심각히 생각하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도시와 농촌지역에서 매년 수만 건의 크고 작은 시위가 발생하는 것과, 시장경제의 자동조절기능을 부정하면서 사회적 모순에 적극적으로 저항하는 급진 좌경세력이 행동의 수위를 높여 나가는 것도 빈부격차의 확대와 무관하지 않다.

소득의 불평등도를 나타내는 각종 지표의 모습을 보면 그 심각성을 쉽게 짐작할 수 있게 된다. 먼저 소득의 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인 지니계수는 2011년 기준 0.47~0.49*(세계은행등 추산치)로 유엔이 사회불안을 야기할 수 있는 수준으로 보고 있는 0.4경계선을 훨씬 넘어서있다. 지니계수는 0과 1사이의 수치로 나타내는데 1에 가까울수록 빈부격차가 심함을 의미한다. 참고로 개혁•개방 이전 시기의 지니계수는 0.2~0.27에 불과했으며 최근 빈부격차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지니계수는 0.34(2009년) 정도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지난 2000년부터 농촌 지니계수만 발표하고 도시를 포함한 지니계수는 발표하지 않고 있다. 그 이유에 대해 국가통계국은 부유층의 소득 파악이 어렵기 때문이라고 밝혔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이를 다소 궁색한 변명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계층 간 소득격차도 매우 심하다. 상위 10%의 부유층과 하위 10%의 빈곤층 간의 소득격차는 1988년 7.3배에서 2007년에는 23배로 벌어졌다. 도시와 농촌의 소득격차비는 3.3배, 잘사는 지역과 못사는 지역의 소득격차는 최고 13배(상하이와 구이저우)에 달한다.

업종 간 소득격차는 물론 산업내 동일직종 간 소득격차도 부단히 확대되고 있다. 금융, 전력, 석유화학, 항공, 증권등 영역의 국유기업 종사자와 기타 업종 종사자의 소득격차는 10여배에서 수십배에 이른다. 독점 국유기업 일부 간부층의 연봉은 일반 노동자가 평생을 일해도 못 벌수준인 100만위안을 초과한다. 국영기업 고급간부 평균임금과 사회평균임금 격차는 128배에 이른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문제는 이러한 고임금이 개인의 능력이나 업무실적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이들이 독점 국유기업에 종사하기 때문에 발생한다는 것에 있다. 심지어 일부 국유기업 운전기사 연봉은 일반 운전기사의 10배 정도인 20만위안에 달한다.

동일직종의 사람이라도 소득수준이 비슷한 건 아니다. 종사지역이 대도시냐, 소도시냐, 혹은 도심지역이냐, 시외지역이냐에 따라 임금수준이 천차만별이다. 교수의 경우에는 전공분야별, 학교별로 격차가 매우 심하다. 농촌지역 출신이면서 도시에서 신분의 차별을 받으며 일하는 농민공들은 도시근로자와 같은 일을 하거나 훨씬 더 힘든 일을 함에도 불구하고 임금은 절반 이하수준이다.

위에서 중국의 소득격차 내지 빈부격차현상을 망라적으로 살펴보았지만 이러한 현상의 특징을 한마디로 말한다면 중국의 계층 간, 지역 간 빈부격차가 날로 확대되고 있으며, 소득분배체계는 혼란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 빈부격차 확대의 원인
중국정부는 경제성장과정에서 날로 확대되어가는 소득 불균형과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여 왔다. 도농 간의 소득격차를 줄이기 위한 농촌지역 공공재정투자 확대, 각종 세금감면, 3농에 대한 보조금지급, 농촌사회보장체계의 확립 등이 대표적인 시책들이다. 후진타오 정부는 ‘조화사회 건설론’을 내걸고 노동자권익을 보호하는 각종 입법조치를 단행하였으며 농민공과 도시노동력으로 나뉜 이중적인 노동시장의 점진적 통합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도농 간, 지역 간, 계층 간, 산업 간 소득격차는 날로 확대되고 소득분배체계상 혼란과 무질서가 초래되는 근본 원인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중국의 경우 그 원인을 단순화시켜 설명하기 어렵지만 이런 저런 자료를 근거로 몇 가지만 열거해 보기로 한다.

우선, 일부 폭리산업이 급부상하면서 부가 극소수에게 집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즉 중국의 고속 경제발전과정에서 토지, 자원, 자본 3가지 생산요소가 부의 지도를 바꾸는 결정적 요인이 되어 부동산, 광산, 증권산업이 돈을 가장 많이 버는 소위 ‘폭리산업’이 되었다.

2009년 포브스의 중국 부자서열 통계를 보면 400명의 부호 중 부동산 기업가가 154명, 10명의 특급부호 중에는 부동기업가가 5명이나 됐다. 부동산 기업가에게 부가 집중되는 이유는 간단하다. 부동산업의 기본요소는 토지로서 부동산을 판다는 것은 사실상 토지를 매각하는 것이다. 현행 토지용도 관리정책에 의하면 정부와 부동산 개발업자는 토지의 독점적인 수요자면서 공급자이다. 이들(지방정부와 부동산 개발업자)은 토지를 농민으로부터 저가에 수용하여 집을 지은 후 일반인에게 고가로 판다. 지방정부의 재정수입으로 귀속되는 부분 이외의 이윤은 모두 소수 부동산 개발업자가 가져간다. 부동산 가격의 상승은 곧 부동산개발상의 폭리로 나타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재생산이 불가능한 광산자원 역시 소수인에 의해 독점되고 있다. 광산개발업자는 자원세 부담이 크지 않고 환경 회복책임은 지지 않는다. 생산원가가 낮고 판매가격은 높으니 폭리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중국의 대표적 탄광지대인 산시성 줘윈현에서는 수백명의 억만장자가 나왔지만 이 지역 광부, 농민들의 한해 평균 소득은 전국 평균에 400여위안이나 못미치는 4359위안수준에 불과하다.

자본시장의 활황기에 투기성 투자행위가 성행하였으며 이로 인해 자본가들은 일확천금을 하였으나 돈 없는 사람들은 기회를 박탈당했다. 자본과 토지, 자원이 결합되면서 빈부격차는 더욱 확대되었다.

둘째, 권력과 탈법에 의한 치부행위가 만연하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 어느 나라나 소득격차 문제를 고민하고 있지만 중국이 선진국과 다른 점은 소득격차의 확대가 시장의 작용보다 권력의 작용에 의해 발생한다는 것이다.

중국내 고소득직업은 대부분 권력과 관련된 직종이다. 공권력 또는 준공권력을 행사하는 영역이나 직업일수록 소득은 높고 안정적이다. 권력의 힘이 작용하는 각종 검사 및 승인제도로 인해 불투명한 거래도 판을 친다.

국가는 각종 반부패 법률 및 정책을 시행하지만 회색영역이나 위법영역을 효과적으로 감독 관리하기 어렵다. 많은 사람들이 불투명한 거래로부터 거액의 재산형성을 한다. 모든 부자가 법을 위반하여 치부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수의 부자들이 법률의 경계선에서 살고 있는 것이 중국의 현실이다.

여기에 권력과 결탁된 뇌물, 절도, 강도, 사기, 마약 밀매 등을 통한 불법 ‘흑색수입’이 빈부격차를 더욱 확대시킨다. 중국개혁기금회 국민경제연구소의 왕샤오루 부소장은 ‘흑색수입’과 ‘회색수입’이 약 4조8000억위안(814조 6837억원)에 이른다고 분석한다.

셋째, 지방정부의 빈부격차 해소정책이 오히려 빈부격차를 조장한다는 점이다.

그간 각급 지방정부는 빈곤지역의 발전과 극빈자 퇴치를 위한 정책을 시행하면서 정작 극빈층에 대한 지원보다는 지역 갑부나 능력있는 계층에 대한 지원을 우선시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 배경에는 ‘지역이 발달하지 못하고 인민이 가난한 것은 산업이 발전하지 못한 데 기인한다 → 산업의 발전은 일부 선도산업을 규모화시켜야 가능하다 → 산업의 규모화는 부자와 능력있는 사람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라는 로직이 자리 잡고 있다.

그 결과 극빈층에게 가야 할 빈민지원자금이 부자와 일부 능력이 있는 사람에게 집중 지원되는 경우가 많았다. 일부 하급 지방정부에서는 간부들에게 공무원직을 그만두게 하고 자금을 직접 지원해 주면서 산업발전을 위한 일을 하도록 독려하기도 했다.

이런 식으로 빈곤지역의 경제가 어느 정도 발전할 수 있었지만 지역 내의 빈부격차는 더욱 확대되었고 절대다수의 빈곤계층은 여전히 빈궁한 상태에 머물러 있어야 했다.

넷째, 국가 임금 조정정책의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중국정부는 계층, 산업 간 소득격차문제 해결을 위해 농민공의 법적 권리보장, 최저임금조정, 회사 및 국가공무원의 임금 체계 조정, 도시빈곤계층에 대한 보조금지급, 개인소득세 면세점 인상, 고소득자에 대한 증세등 다양한 수단을 동원하여 소득불균형 해소를 도모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층 간, 업종 간 임금격차는 계속 확대되고 있다.

국가 임금조정정책의 수혜를 받은 계층은 주로 상대적으로 소득이 높은 ‘체제 내’ 에 고용되어 있는 사람들(공무원, 국유기업 직원, 사업단위 고용원 등)이며 이른바 ‘체제 밖’의 신분을 가진 농민공, 임시직공, 계약직원들은 시장 요인에 의해 임금이 결정되어 혜택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고임금 계층의 경우 일부소득만 국가 임금 조정정책의 대상이 된다는 점도 문제다. 일반적으로 체제내 근로자의 임금은 기본급, 직책급, 업적급, 각종 보조금 등으로 구성된다. 이중 기본급만이 국가규정에 의해 결정되는데 고소득 직종의 경우 기본급의 비중이 5% 내외에 불과하다. 기본급 이외의 기타 임금은 직장단위별로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므로 국가의 임금정책은 체제내 고소득 직종에 대한 통제작용을 하지 못한다.

마지막으로, 정부의 구호와는 달리 도농 간 소득격차 축소를 위한 실질적 지원이 크게 미흡하다는 점이다.

중국정부는 2001년 도농 간 소득격차 확대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험적인 세제개혁정책을 실시하기 시작하여 2003년부터 점진적 면세정책을 실시하였다. 이와함께 3농에 대한 보조금 지원을 확대하고 농촌지역에 대한 사회보장제도를 실시하는 한편 농촌지역에 대한 공공기반시설 확충, 농촌 의무교육 무상실시 등의 정책을 실시하였다.

2011년에는 국가재정으로 농촌최저생활보장제도를 실시하고 농민 소득보조금, 농촌의료구조, 농촌도로건설, 농촌전력망개선 등에 대한 지원을 대폭 강화하였다. 이 분야에 투입된 금액은 6886억위안으로 10년 전 대비 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대단한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금액은 전체 재정지출규모(10조9248억위안)의 6.3%에 불과하다. 여기에 기타 모든 농촌관련 지출금액을 합하더라도 10%를 넘지 않는다. 위에 언급한 비목에 대응되는 도시지역 재정지출규모는 1조3678억위안으로 농촌지역 투입액의 2배 수준이다.

전체 인구의 절반이 농촌에 거주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형평이 맞지 않는다. 농촌지역의 소득 증가속도가 도시지역에 뒤쳐치고 농업부분이 공업 및 서비스부문과 경쟁이 되지 않는 진짜 이유는 바로 농업부문이 정부의 우선지원 순위에서 밀리는 데 있음을 알 수 있다.

◆해결책은 있을까
어느 나라나 경제성장 과정에서 제한된 국가자원을 효과가 큰 부분에 집중 투입하다보면 지역 간, 계층 간 소득불균형 확대현상을 경험한다. 중국도 예외일 수는 없다. 특히 거대한 국토와 인구를 가진 가난했던 중국으로서는 제한된 자원으로 투자의 효과가 큰 동부연안지역을 집중 발전시키는 전략을 채택하였고 이로 인해 동부와 중서부지역의 소득격차가 확대될 수밖에 없었다. 중서부지역은 개혁개방 후 30여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겨우 국가 고도성장의 온기가 느껴지는 정도이다.

그러나 중국의 빈부격차 확대문제는 이러한 요인에 더하여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권력의 국가집중에서 파생되는 사회 경제적 모순, 부패, 임금체계의 혼란, 정책의 오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빚어지는 현상이다. 그 해결이 쉽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경제의 급속한 성장과정에서는 빈부격차가 커지더라도 가난한 계층의 소득 역시 빨리 증가하므로 전반적인 사회불안 요인으로까지 비화되지 않는다. 그러나 중국의 성장이 둔화되고 있는 지금과 같은 추세하에서는 사회혼란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절대다수의 중국인들은 빈부격차의 시급한 해소를 원하고 있다.

그런데 중국의 복잡한 빈부격차문제는 일차성 소득분배제도의 개혁으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경제, 정치, 사회, 문화등 전방위에 걸친 시스템적 개혁을 도모해야 해결할 수 있는 지난(至難)한 과제이다. 그러기에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수립하여 단계적으로 시행할 수밖에 없고 그만큼 시간도 오래 걸릴 것이다.

2012년 11월 15일 출범한 제 5세대 시진핑 지도부가 떠맡은 고민도 바로 여기에 있을 것이다. 빈부격차에 대한 인민들의 불만은 증폭되는 데 단기간에 해결할 묘책은 없는 그런 고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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