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 칼럼> 네거티브를 걸러내는 일은 결국 유권자의 몫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입력 2012-12-04 18:00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송현주 한림대 교수

대통령 선거전이 급속하게 네거티브로 흐르고 있다. "정치광고에 등장하는 의자가 얼마짜리다", "옷을 몇 벌 입었다"는 것에서 시작해 다운계약서를 거쳐 친인척의 사망사건까지 선거전에 등장했다. 정책 중심으로 포지티브 선거전을 펼치겠다던 후보들의 다짐은 이미 공염불이 되고 만 것이다.

선거판이 진흙탕 싸움으로 흐른다며 혀를 차는 사람들도 있지만, 애초부터 믿지 못할 말이었다. 어떻게 선거에서 네거티브가 사라질 수 있겠는가? 정도에서 크고 작은 차이야 있겠지만 네거티브는 선거 그 자체라고까지 말할 수 있다.

민주주의 정치제도에서 선거란 주권자인 시민이 권력을 위임할 정치세력을 선택하는 과정이며, 다른 한편으로는 정치세력들이 주권자의 권력을 위임받기 위해 경쟁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따라서 유권자 입장에서는 후보자들을 하나하나 비교해보길 원하고, 후보자들은 또 자신의 장점을 강조하는 한편 경쟁 후보의 약점을 부각시키려고 한다. 또 선거에는 지난 임기 동안 권력을 위임받아 행사했던 정치세력을 평가한다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선거과정에서의 네거티브는 필수불가결하다.

그럼에도 우리가 네거티브라고 지칭하는 것은 비판 전체를 아울러 말하는 것은 아니다. 검증을 빙자한 왜곡과 과장, 인신공격, 근거 없는 의혹 제기 등을 특정해서 네거티브라고 한다.

유권자 입장에서 네거티브를 걸러내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사실 정당한 검증과 네거티브의 경계는 대단히 불분명하다. 한 사회에서는 덤덤하게 넘어가는 사안이 다른 사회에서는 치명적인 문제가 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예를 들어 유럽에서는 공직 후보자의 '허리 아래'는 묻지 않는다며 사생활을 정치적 논란에서 완전히 배제시키는 경우가 많다. 사르코지 프랑스 전 대통령의 경우, 이혼 경력에다 유명 여배우와의 염문까지 더해졌으나 결국 당선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미국은 후보자 사생활은 도덕성을 판단하는 중요한 영역으로, 엄격한 검증 대상이다. 특히 혼외정사가 밝혀질 경우, 후보의 정치생명은 곧바로 끝난다. 게리 하트, 존 에드워즈 상원의원, 뉴트 깅리치 하원의장 등은 모두 혼외정사가 폭로돼 대권 도전의 꿈을 접고 자의반 타의반으로 정계를 은퇴해야만 했다.

우리 정치는 민주주의의 역사가 짧아서 공직 후보자에 대한 검증 기준이 정립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검증과 네거티브의 경계도 상대적으로 더 불분명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조건에서, 특히 선거가 접전으로 흐를수록 후보자 스스로가 네거티브의 유혹을 뿌리치기는 쉽지 않다. 네거티브가 상대 후보 지지자를 설득해 자신을 지지하게 하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상대의 선거운동을 교란하고 충성도가 약한 지지자가 투표를 포기하게 할 수는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후보자들의 선의에 따라 네거티브가 완화될 수 있다는 생각은 애초에 실현 가능성이 없는 착각일 뿐이다.

반면 언론이나 시민사회가 후보자들을 착실하게 검증한다면 후보자들의 사실 왜곡이나 근거 없는 네거티브 공세를 미연에 방지할 수도 있다. 선거 시기 표현의 자유가 그 어느 때보다 보장되어야 하는 이유도 이러한 사정과 관련되어 있다. 문제는 선거전이 시작되면 시민사회는 특정 후보를 편들기 바쁘고, 언론은 후보자 간 공방을 선정적으로 받아쓰는 데 급급하다는 점이다.

법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네거티브를 막을 수는 없다. 당선을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을 후보들에게 검증과 네거티브의 경계를 말하는 것도 한가한 소리일 뿐이다.

하지만 역풍 없는 네거티브는 없다는 점도 분명하다. 정책과 비전은 없이 네거티브로 승부를 보려는 후보자에 대한 역풍은 결국 유권자에게서부터 불어온다. 네거티브와 검증을 구별해내는 것은 현명한 유권자이기 때문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