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9월말 현재 예금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587조9000억원, 정기적금 잔액은 29조7000억원이다. 올 1월 559조8000억원이던 예금은 꾸준히 증가해 8월 591조원까지 늘었다가 한 달새 3조원 이상 줄었다. 적금은 1월 25조원에서 9개월 연속 불어나 최고치를 찍은 상태다.
규모로는 예금이 적금에 비해 훨씬 크지만 최근 증감 추이를 보면 상황은 정반대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증가율을 살펴보면 정기예금은 지난해 12월 12.1%에서 올해 1월 11.6%로 떨어진 후 2월까지 이 수준을 유지했다. 이어 3월 10.0%로 하락해 9월 4.4%까지 떨어지면서 7개월 연속 내림세를 지속했다.
정기적금의 전년동기대비 증가율은 지난해 12월 11.9%에서 올 1월 14%로 뛰어오른 후 9개월 연속 상승세를 나타냈다. 9월말 증가율은 25.9%에 달한다.
이처럼 적금이 예금보다 호황을 누리는 이유는 한은이 지난 7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총 0.5%포인트 인하하면서, 예금금리가 2%대까지 떨어졌기 때문이다. 기준금리는 현재 연 2.75%다.
한은 통계상 10월 기준 예금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는 3.08%다. 올 1월만 해도 3.76%를 달리던 금리가 2%대를 코앞에 두고 있는 것이다. 사실상 물가상승률과 이자소득세 등을 감안한 실질금리를 따지면 ‘초저금리’시대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반면 적금 금리는 10월 현재 3.47%로 예금금리보다 0.39%포인트 높다. 적금 금리 역시 올 1월(3.75%)보다는 낮아졌으나 하락속도는 예금보다 느린 것으로 나타났다.
신한은행은 오는 11일부터 ‘미션플러스 적금’ 이율을 1년제 0.20%포인트(연 3.30%), 2년제 0.15%포인트(연 3.60%) 인상하기도 했다.
금리 면에서 적금의 매력이 높아지면서, 이 중에서도 매월 원금과 이자에 다달이 발생하는 이자가 새로이 붙는 ‘월복리’ 적금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우대금리 등을 더하면 최고 4%대의 금리 혜택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신한은행의 ‘신한 월복리 적금’은 지난달 말까지 판매계좌만 105만좌를 넘어섰고, 국민은행의 ‘KB 첫 재테크 적금’도 이달 30만좌 돌파를 앞두고 있다.
한 시중은행 연구소 관계자는 “적금금리가 높은 것은 은행들이 장기자금을 안정적으로 가져갈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고객 유치 차원에서 금리 혜택을 유지하기 때문”이라며 “내년에는 이자소득세 면제 등 서민층에 혜택이 높은 재형저축(재산형성저축)도 부활하므로 적금의 인기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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