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 칼럼> 사교육비 경감 위한 '공교육 강화론'의 역설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입력 2012-12-06 17:27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안선회(중부대 대학원 교육행정경영학과 교수)

초·중등교육 단계 사교육은 '고입·대입제도의 그림자 또는 사생아'라고 할 수 있다. 본질적으로는 '대입제도의 그림자, 사생아'라고 할 수 있다. 사교육은 고교와 대학 서열, 학벌 문제로 인한 입시경쟁 때문에 발생한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입시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전략으로 사교육을 찾는다. 특히 명문대 입시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전략이 사교육이다.

그런데 일부 교육정책 입안자들은 오해한다. 특정 시기 사교육이 증가하면 당시의 대입전형 요소나 방법이 사교육의 본질적인 원인인 양 착각한다. 참여정부는 2004년에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사교육의 핵심이라고 봤다. 그래서 수능을 없애거나 자격고사화하고 학생부 위주로 대입제도를 바꾸면 사교육비가 줄 것이라고 믿었다.

참여정부는 대통령까지 나서서 대학과 특목고 입학전형에서 학생부 반영 비중을 강제로 높였고, 내신의 변별력 확보를 위해 9등급 상대평가를 도입했다. '죽음의 트라이앵글'이 현실화되자, 이명박 정부는 입학사정관제를 확대해 교과 내신성적만이 아니라 비교과영역, 특히 독서 이력, 창의적 체험활동 등 전형요소를 확대했다.

두 정부의 대입정책에 공통점이 있다면 학교에서 형성되는 전형요소를 대입에 반영해 공교육을 강화하고 사교육비를 줄이자는 발상이었다. 이는 학교 내에서 형성된 전형요소를 중심으로 대입전형을 실시함으로써 사교육을 줄이고 공교육을 강화하자는 공교육 강화론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정책은 오히려 공교육에서의 입시경쟁을 확대했다. 수능만이 아니라 내신, 논술, 비교과 스펙 경쟁까지 하게 됐다. 특히 내신 비중 확대에 따라 대입 준비기간은 연장되고 내신점수 경쟁도 심화됐다. 입시 컨설팅까지 확대되고 있다. 그 결과 경쟁전략으로서 사교육의 영역과 기간은 확대되고, 학습 부담과 사교육비는 크게 증가했다.

결국 잘못된 공교육 강화론이 공교육 경쟁 강화를 낳고 경쟁전략으로서의 사교육 강화를 낳게 된 것이다. 이것이 '공교육 강화론의 역설'이다. 즉 공교육 강화론의 역설이란 학교에서 형성되는 대입전형 요소를 확대하려는 공교육 강화대책이 공교육에서의 경쟁 강화를 가져와 경쟁전략인 사교육 강화로 귀결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일부 정당의 주장처럼 수능과 논술 전형을 자격고사화하거나 폐지하고 학생부 내신 위주의 대입제도를 도입하면 사교육비가 줄어들까? 대입제도와 사교육 대책을 경험하고 연구해온 전문가로서 나의 답변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대입 사교육의 핵심 원인은 수능, 내신, 논술 등 특정 전형요소나 방법이 아니다. 사교육의 원인은 대입에서 합격과 불합격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 전형요소다. 학생부 내신만으로 대입전형을 실시한다면 내신과 비교과 스펙 경쟁이 지금보다 훨씬 더 커질 것이다. 사실상 입학사정관제의 100% 전면 실시라고 할 수 있다. 학교마다 전공마다 복잡한 전형이 나올 것이다.

그러면 학생들은 3년 내내 내신 전쟁을 하게 될 것이다. 전국의 내신 대비 보습학원들이 살아날 것이다. 사교육으로 가장 점수를 올리기 좋은 전형요소가 내신이기 때문이다. 일부는 입시 컨설팅으로 학생·학부모의 등을 칠 것이다. 입학사정관제의 특성(전형 기준을 알 수 없는 비투시성)에 따라 공정성·신뢰성은 더 악화되고, 대입에서의 계층 격차는 더 벌어질 것이다.

그러면 방법은 없는가? 있다. 첫째, 대학 입학전형을 단순화하면서 하나의 전형에서 평가하는 전형요소를 축소해야 한다.

둘째, 사교육으로 더 쉽게 점수를 올리는 내신은 모든 전형이 아니라 학생부 전형에만 적용한다.

셋째, EBS를 통해 무상교육이 가능한 수능을 존치하면서 창의력 같은 고급 사고력 중심으로 발전시킨다.

넷째, 대학별 논술은 고교나 EBS를 통해서도 대비가 어렵기 때문에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출제하고 교사들이 평가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다섯째, 무엇보다 영어·수학 중심이 아니라 전공을 고려해 필수선택과목을 반영하는 전공 맞춤형 전형이 도입돼야 한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