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칼럼> 녹색성장과 知足의 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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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12-17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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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덴마크대사 김병호

덴마크가 한때 스웨덴, 노르웨이, 아이슬란드는 물론, 발트해 해안부분을 아우르던 때에 북유럽의 큰 나라였고 '셸란'(Zealand) 섬 동쪽에 놓여있는 코펜하겐은 그 중심지였다. 그런 덴마크는 근세사의 과정에서 덴마크 본연의 땅이 아닌 곳은 떨어져나갔고 본토마저 비스마르크 철혈재상(鐵血宰相)의 독일에 1864년 슐레스비히 지방을 잃었다. 그런 외적 상실을 내적 충실로 메우려는 개혁이 일었다. 달가스(Enrico M. Dalgas)는 농업개혁에, 그룬비히(Nicolai F. Grundtvig)는 협동조합 뿐 아니라 평생 교육과 종교 등 정신적 개혁에 앞장섰다. 그런 정신적 지도자의 가르침이 스며들어서인지 덴마크 사회는 차분하고 절약하는 분위기이다. 에너지, 환경세가 비싼 것도 한몫을 하고 있지만 어찌되었건 덴마크는 재생에너지, 특히 풍력분야의 기술을 바탕으로 녹색 성장의 깃발을 높이 든 나라이다.

덴마크는 1970년대 석유파동을 겪으면서 석유 등 화석연료 비율을 낮추고 재생 가능한 에너지만을 쓰겠다는 방향을 잡았다. 2020년의 중간 점검단계를 거쳐 2050년에는 에너지원으로 화석연료를 전혀 쓰지 않겠다는 정책목표를 내놓았다. 그런 덴마크와 한국은 녹색성장 동맹 관계에 들어갔다. 2011년 우리 대통령의 덴마크 국빈방문 때 두 나라는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들어갔고 그 틀 안에서 녹색성장 분야 협력이 두드러진다.

북유럽에서 주택의 규모를 줄이고 가구도 소형화, 다목적화하고 그 생산에 쓰이는 에너지도 줄이고 이산화탄소 방출량도 줄이려는 운동이 일고 있다. 또 개개인의 이산화탄소 소비 족적을 재면서 이산화탄소 방출을 줄이는 운동, 웬만한 불편을 감내하면서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풀뿌리 운동을 펴고 있다.

북유럽인들의 재생에너지 활용 및 에너지 효율 노력을 몸소 실천해 배우는 한편, 우리가 20-50클럽에 들기까지 서둘러 오면서 잊거나 잃어버린 과거를 되돌아보면서 우리 나름대로의 길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가 지난날 걸어온 길을 되짚어보면 선진국이 가고 있는 길과 다른 모습을 보게 된다. 우리는 전기를 대다수 선진국에 비해 싸게 써왔고, 늘어나는 전력 수요를 원자력 발전과 화력 발전으로 충당해왔다. 한국인이 외국에 나와 생활하면서 쓰는 에너지와 물이 유럽인들 보기에는 헤프다는 인상이다.

우리 원자력 발전소에 문제가 생기면서 전기의 엄청난 수요를 원자력에 기대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올 겨울 전기 절약에 무척 신경을 써야 할 때라고 한다. 어떻게 이 위기국면을 넘길 수 있을지 모두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한때 우리의 삶에 다소곳이 자리 잡았던 청빈(淸貧)과 단사표음(簞食瓢飮)은 아니더라도 지족의 미덕이, 비싸서 아낄 수밖에 없는 선진국들의 에너지 절약의 길에 대안이 될 수는 없을까? 우리 국민 중 어려웠던 때를 거친 나이 먹은 세대에게는 그런 대안의 경험이 몸 안에 고스란히 배어있다. 자연과 환경에 친화적인 소비와 절약이 옛 우리 삶이었기 때문이다. 새삼 이를 다시 실천해보이고 젊은 세대들이 이를 본보기 삼아가는 아름다운 모습이 우리 사회에 자리 잡아간다면 당면의 위기도 넘기고 또 훌륭한 대안으로 자리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우리의 옛 청빈과 지족의 정신이 새로운 모습의 절약과 친환경의 실천 문화로 다시 뿌리내리기를, 그런 지족의 방식으로 당면한 올 겨울 전력 에너지 위기도 이기기를, 또 녹색경제에서 우뚝 서면서도 에너지 절약에서도 선진국 개도국 모두에게 모델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그래서 1997년 위기를 '금 모으기'로 이겨낸 감동 못지 않게 인구에 회자되는 대한민국이 되기를, 삶과 죽음의 문제를 화두로 던진 '헴릿' 성이 북쪽 끝에 자리 잡고 있는 셸란 섬의 바람 많고 비가 늘 흩뿌리는 코펜하겐에서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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