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미 총기규제 논리와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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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12-23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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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송지영 워싱턴 특파원= 어떤 이슈에 대해 논리와 정책을 펴는 것은 쉽다. 셀 수 없는 논리와 주장이 가능하다. 그러나 정책의 논리로 최종 선택되는 것은 몇 가지 밖에 없다. 국민 대다수의 정서와 요구, 대통령 의회 등 정책 입안자의 노선과 입장에 따라 선택되어지게 마련이다.

미국의 총기 규제 논란이 대표적인 예다. 전미총기협회(NRA)는 “총기난사 참사에 따른 인명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더 많은 총기를 보급시켜야 한다”고 최근 또 주장했다. 그렇다 ‘또’다. 연간 수십억달러의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총기 산업은 참사가 일어날 때마다 잠시 침묵을 지켰다가 입장을 밝혀야 할 때는 이같은 논리를 여러 차례 펼쳐왔다.

코네티컷주 뉴타운 소재 샌디 훅 초등학교에서 벌어진 총기난사 사건에 대해서도 NRA는 같은 입장이었다. 어린 학생들이 다니는 학교라는 민감한 소재도 마다하지 않고 “모든 학교에 다 총기가 배치되면 사고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즉, 경찰이나 총기를 휴대한 안전요원이 학교에서 근무하면 콜럼바인고등학교(1999년, 15명 사망·21명 부상), 버지니아공과대학(2007년, 33명 사망·23명 부상), 콜로라도 오로라 극장 총기난사(2012년, 12명 사망·59명 부상) 및 이번 샌디 훅 초교 사건(28명 사망·2명 부상)을 막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일견 그럴듯 해보이는 주장에 정작 참사를 당해 망연자실한 뉴타운 학부모들은 반대하고 일어섰다. 지난 주말 워싱턴 DC에서 있었던 NRA의 기자회견장에 컬럼바인고교 참사 및 콜로라도주 오로라 극장 총기난사 생존자들과 함께 반대 의견을 낸 뉴타운 학부모들은 “‘총기를 나쁘게 사용하려는 사람들이 있으니 모두가 총으로 무장해야 한다’는 NRA의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또한 “‘학교 교사 등 공공기관, 시설의 비보안 관련 근무자에게 총기 사용 훈련을 시켜서 배치해야 한다’는 주장도 예산상으로나 안전상으로나 말이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재선에 성공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일단 살상용 총기규제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내각에 준비를 지시했다. 그것도 재선 2기 행정부의 최우선 과제로 삼는다고 했다. 양측의 논리중 오바마 대통령은 총기 규제 찬성 입장을 일단 받아들였다고 할 수 있다.

자명한 반대가 잇따를 것이다. NRA는 전통적으로 친 총기로비를 강하게 벌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 1994년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민주당이 공화당에 중간선거에서 대패한 것도, 2000년 앨 고어 당시부통령이 조지 W. 부시 주지사에게 대선에서 진 것도 민주당이 1994년 총기 규제법을 통과시켰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을 정도였다.

개인이나 민병대의 무장을 허용한 ‘수정헌법2조’에 기대어 총기규제법을 반대하는 움직임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여러 차례 지방정부들이 비슷한 법안을 통과시켰지만, 대법원이 위헌 판결을 받은 적이 있다. ‘학교에서 총기 사고로 학생이 사망할 확률은 100만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는 등 숫자놀음 논리도 나올 것이 분명하다. 반면, 총기 휴대의 역사와 궤를 함께 하는 미국 역사에서도 공동체의 안전을 위해서, 또는 여러가지 배경와 이유(인디언, 흑인, 캐톨릭 등에게 총기를 공급하는 ‘적대적(?)’ 행위 등)에서 총기 소지나 휴대를 불법화한 사례는 적지 않았다. 거의 대부분의 가정이 총기를 지닌 것으로 보이는 ‘서부개척’ 19세기에 지금보다 더 많은 총기 규제법이 있었다.

무장하지 않은 시민의 안전을 위한 총기 규제 논의는 앞으로 무성할 전망이다. 뉴타운 사건으로 규제법 제정에 찬성하는 유권자가 60%로 넘게 설문조사에서 나오고 있지만, 구체적인 논의가 시작되면 50대50의 싸움이라 할 정도로 양측 논리는 팽팽하다. 이를 설득하는 것이 백악관,의회 즉 정치인들의 몫이다. 결국에는 한 가지 논리와 주장만 최종 받아들여진다. 응용과 타협의 요인도 분명 있지만 한 쪽 논리는 사장된다. 어떤 수많은 논리들이 사장되든, 공공의 안전을 제고시키는 법안이 이번에 탄생되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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