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과 민주당은 9일 일제히 공세의 수위를 한층 끌어올리며 정면으로 충돌했다.
특히 여야가 추석 전까지 박근혜 대통령과의 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한 물밑 노력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도 당 대표들이 직접 공세의 선봉에 나섰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이미 전날 새누리당이 의사일정 합의 실패할 경우 10일부터 정기국회를 단독 운영하겠다고 ‘최후통첩’을 선언한 상황이라 정기국회 파행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새누리당은 이날을 의사일정 협의 ‘데드라인’‘으로 정하고 단독 상임위 개최를 위한 준비에 착수했다. 반면 민주당은 의사일정 합의를 보류하는 대신 일부 상임위원회의 선별 참여를 시사했다.
새누리당은 민주당을 사실상 ‘종북세력 숙주’로 지칭했고, 민주당은 과거 ‘나치 만행’의 역사적 과오를 책임지고 사과한 독일 총리의 예를 들면서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한 박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했다.
새누리당은 자극적 발언을 자제해 온 황우여 대표까지 직접 나서서 민주당을 비판했다.
황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민주주의 훼손세력과 무분별하게 연대해 자유민주주의에 기생한 종북세력의 숙주노력을 하지 않았는지, 또 지금도 비호하고 있지 않은지 반성해야 한다”면서 “자유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의 몸부림을 용공 색깔이라고 험담하는 ‘역색깔론’을 경계한다”고 말했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야당은 정기국회 의사일정 협의를 대여 압박·협박 수단 또는 대통령에 대한 협박 도구로 사용한다”면서 “국민을 대신해 우선 상임위를 내일부터 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국정원 사태를 ‘나치 만행’과 비교하며 박 대통령의 직접 사과를 요구해 파장이 예상된다.
김한길 대표는 서울광장 천막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메르켈 총리가 나치 만행에 거듭 사죄하는 이유는 그가 독일의 국가수반이기 때문”이라며 “메르켈 총리는 ‘나는 직접 책임질 일이 없으니 사과할 것 없다’고 말하지 않는다. 박 대통령도 참고할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는 박 대통령이 “지난 대선 당시 국정원으로부터 어떤 도움도 받지 않았다”며 야당의 사과 요구를 거부한 점을 겨냥한 것이다.
민주당은 또 ‘이석기 사태’를 거치며 조성된 ‘자유민주주의 대 종북좌파 프레임’을 ‘민주 대 반민주 프레임’으로 재편하겠다는 계획이다.
김 대표는 “뿌리깊은 반(反)민주 세력을 상대로 싸운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수세에 몰린 통합진보당은 국정원 경기지부 앞에서 집회를 여는 등 장외 선전전에 주력했으나, ‘촛불의 힘’이 점차 약해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정희 대표까지 지난 주말 촛불집회에 불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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